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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재벌기업 회장님들은 왜 CES현장을 제대로 안보실까?"

[CES2017현장리포트]라스베이거스에 간 민경중 대표기자의 첫 1신,"수십명 끌고다니며 돈 자랑하는 국내 대기업 회장과 혼자 다니는 세계 GIS 1위 기업 대부호 회장의 '품격의 차이'

민경중 대표기자(한국외대 초빙교수) | 기사입력 2017/01/07 [20:23]

"우리 재벌기업 회장님들은 왜 CES현장을 제대로 안보실까?"

[CES2017현장리포트]라스베이거스에 간 민경중 대표기자의 첫 1신,"수십명 끌고다니며 돈 자랑하는 국내 대기업 회장과 혼자 다니는 세계 GIS 1위 기업 대부호 회장의 '품격의 차이'

민경중 대표기자(한국외대 초빙교수) | 입력 : 2017/01/07 [20:23]
▲ 세계 GIS(지리정보) 1위 기업 ESRI창업자 겸 CEO 잭 대인저몬드(72 Jack Dangermond)회장이 6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고 있는 CES2017 현장에서 홀로 스타트기업 관계자와 얘기를 나누고 있다.라스베이거스=민경중 대표기자/세종경제신문

[라스베이거스 CES2017=세종경제신문 민경중 특파원]

 저는 지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지난 5일부터 열리고 있는 세계 최대가전 전시회인 CES 2017 현장에 와있습니다.

 올해로 50년째를 맞이한 CES는 그 어느 때보다 열기가 뜨겁습니다. 3800개 업체,130여개 나라, 17만명이 참관하는 문자 그대로 ‘지상 최대 전자쇼’입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연속 3년째 참가하고 있습니다.

퀵스타트업 창업자들의 산실 유레카파크

 라스베이거스 도착 즉시 짐을 풀자 마자 글로벌 거대기업들이 돈 자랑 하는 전시장이 아니라 전 세계 퀵스타트 기업들의 아이디어 경연장이자 헝그리 정신으로 똘똘 뭉친 유레카 파크부터 먼저 찾았습니다.

 전시장 샌즈엑스포에 위치한 유레카파크는 젊은이들이 창업 정신하나로 갓 생산한 제품을 내놓거나 아직 제품화는 안되었지만 프로토 타입의 시제품 심지어는 아이디어만 가지고도 부스를 설치한 배짱좋은 친구들이 모였습니다.

 그러나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이노베이션으로 철저히 무장한 채 때로는 살아있는 눈빛으로 바이어나 투자자, 벤처캐피탈리스트의 관심을 끌기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특히 유레카파크에는 우리나라에서도 '한양대학교팀'을 포함해, 각 대학교 산학연구센터 연합팀, 삼성출신 사내 벤처에서 스핀어프한 삼성 c-lab, 코르타가 국내 기업들을 모아놓은  코리아관이 있습니다.

 메인전시장에 설치된 글로벌 기업들, 즉 돈냄새 풀풀나는 삼성전자, LG, 화웨이, 월풀, BMW,현대자동차,포드 전시관과는 규모와 인테리어면에서 비교할 수 도 없지만 라스베이거스에서 가장 활발한 상담이 이뤄지는 곳입니다.

"CES에는 삼성,LG가 최고인줄 알았엇는데..."

 솔직히 고백하면 CES를 처음 찾았을 때 실은 저도 국내 언론들이 보도하는 ‘세계 최고의 화질 삼성TV, 디자인상을 수상한 국내 대기업의 세탁기, 냉장고’같은 기사만 보고 현혹돼서 그것이 전부인 줄 알았습니다. 그리고 무척 실망했었습니다.

 이듬 해부터는 진짜는 유레카 파크에 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 CES의 꽃으로 불리는 글로벌 퀵스타트기업들만을 모아 구성한 유레카 파크

 CES를 주관하는 CTA측도 메인 스폰서가 되는 이들 기업위주로 전시공간을 내주지만 이에 못지않게 유레카 파크를 통해서 퀵스타트업 기업들의 성장을 도와줍니다.

 CES가 50년동안 ‘WORLD FIRST’ 신제품들을 선보이며 컴덱스를 사라지게 하고 디트로이트 북미오토쇼를 찬바람나게 하며 세계 최고의 전시회로 유지되온 것도 바로 주관사 스스로 끊임없이 변신하고 미래에 투자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오늘 그 유레카 파크에서 놀라운 경험을 했습니다.

"포브스 선정 3조 7천억 거부를 우연히 마주쳐"

사진 속 혹시 이 평범해 보이는 분을 아십니까? 솔직히 저도 몰랐습니다. 그저 70대 백인 촌로(村老) 참관자 같은 분이 아주 작은 스타트업 부스의 젊은 여성과 한참 얘기를 나누고 있어서 무심코 지나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동행했던 미국 내쉬빌의 의과대학 교수이자 커뮤니티 맵핑의 선구자 임완수 교수께서 제게 말했습니다.

 "앗! 저분 잘 알아요. 세계 GIS(Geographic Information Systems·지리정보) 1위 기업 ESRI(Environmental Systems Research Institute)창업자 겸 CEO 잭 대인저몬드(Jack Dangermond)회장입니다. ‘지리정보업계의 빌게이츠’같은 분입니다. 포브스 발표 재산만 3조 7천억원 인 분이 혼자서 저러고 돌아다니네요."

‘지리정보’가 돈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40년 전 무일푼으로 부인 로라와 함께 창업한 지리정보 회사를 업계 최고로 성장시킨 인물이라고 합니다.

 에스리(ESRI)라는 회사의 고객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맥도널드, 월마트, 페덱스 등 대형기업들과 각 나라의 정부기관 등 전 세계 35만여 개 업체와 기관들이라고 합니다.

월마트, 맥도널드, 한국 한전, 서울시 등 전 세계 지리정보 이용회사는 필수

 월마트나 타깃, 시어스 같은 대형 유통업체들은 모두 ESRI의 시스템을 활용하는데 어느 위치에 새로운 매장을 오픈할 것인가부터 어떤 루트로 배달을 할 것인가, 어디서 물건을 유통해야 가장 효율적인가 등 여러 가지 전략적 문제들을 해결해주는 회사입니다.

 예를 들어 구글 지도 같은 경우는 한 대의 차량이 출발점부터 도착점까지 가장 빠른 경로를 계산해줄 수는 있지만, 수만 대의 운송수단들이 움직이는 경로를 만들어줄 수는 없습니다.

 이때 필요한 게 바로 ESRI의 기술이라고 합니다. 운송업을 하는 페덱스 같은 곳은 자동화된 물류시스템(로지스틱스)을 만드는 것만으로 연간 수백억 달러의 비용 절감을 이룰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서울시청과 광주시청, 한국전력(KEPCO) 등 한국에 있는 250여 개의 정부기관ㆍ공기업들도 ESRI의 소프트웨어를 사용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습니다.

 이런 대단한 분이 유레카파크에서 평범한 참관자처럼 업체에서 나눠주는 팜플렛과 비닐팩을 들고 열심히 퀵스타트기업들을 살피며 젊은 창업자들의 얘기를 경청하고 있었습니다.

 예전에 임완수 박사도 “커뮤니티 맵핑을 하면서 ESRI의 솔루션을 사용했고 서로 잘 아는 사이”라고 말하며 “아마 저 상담하는 친구는 저 분이 그런 분인지 모를겁니다”라고 웃으며 얘기했습니다.

▲ 세계 GIS(지리정보) 1위 기업 ESRI창업자 겸 CEO 잭 대인저몬드(72 Jack Dangermond)회장이 6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고 있는 CES2017 현장에서 커뮤니티 맵핑 선구자 임완수 교수(좌·내쉬빌 의과대 교수)와 기념촬영을 했다.라스베이거스=민경중 대표기자/세종경제신문

 그리고 임 박사 덕분에 잭 대인저몬드 회장과 얘기도 나누고 사진도 찍었습니다. 친절하게 질문에 답해주고 사진요청까지 스스럼없이 받아주는 모습이 엄청난 재산을 가진 부호라는 느낌을 전혀 받지 못했습니다.

비록 올해는 재벌회장과 CEO들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예전만큼 많이 CES에 많이 오지는 못했다는 후문이지만 그래도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을 포함해서 대기업 계열사 임직원들이 많이 왔습니다.

 대부분 CES 현장에 온 우리나라 재벌 회장이나 후계자들은 계열사 사장같은 임직원들 수십명 앞세우고 주마간산격으로 몇 개 전시장 살펴보고 하루면 다 사라집니다.

"우리나라 재별 회장님들은 어디 계세요?"

 단 한 번도 우리나라 재벌기업의 유력한 분들을 유레카파크에서 만난 기억이 별로 없습니다.

 심지어 대부분의 언론사기자들도 대기업 몇 개 회사만 취재하고 이틀째에는 대부분 관광 일정 등으로 소진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최근들어서야 일부 경제지나 IT전문일간지가 참관단 모집같은 형태로 사업화해서 여러 명이 파견되는 경우가 있지만 이 마저도 소위 ‘쩐’이 되는 대기업들 기사 다루기만해도 바쁩니다.

 모든 일정이 끝나고 호텔에서 만난 한 온라인 쇼핑몰 바이어는 “CES에 처음 왔는데 너무 실망이다. 메인홀에 가서 삼성,LG나 유명 기업들 전시관을 둘러 봤는데 우리나라 코엑스 전시관이나 큰 차이가 없어서 너무 실망했다”고 말했습니다.

▲ 5일부터 8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2017 유레카 파크 프리젠테이션 현장에 많은 참관자들이 경청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민경중 기자/세종경제신문

 저는 그 분에게 “유레카파크를 가보셨냐”고 했더니 “금시초문”이라고 해서 자세히 설명해줬더니 “진짜 제가 원하던 것은 바로 그곳에 있었군요.”라며 분에 넘치는 감사함을 표시했습니다.

첫째날 개인 일정을 마치고 이 글을 쓰면서 ‘요란한 퍼포먼스로 돈자랑만 하고 기업 임직원들 일정 짜느라 생고생만 시키는 우리나라 재벌 회장님들’과 ‘홀로 다니며 참관하는 잭 대인저몬드 회장“의 모습이 대비되면서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부디 내년에는 유레카파크에서 국내 재벌회장님들과 CEO들을 꼭 더 많이 만나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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