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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에서 드러난 톨스토이의 신앙관:세종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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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에서 드러난 톨스토이의 신앙관

이정식 | 기사입력 2014/02/19 [23:47]

<부활>에서 드러난 톨스토이의 신앙관

이정식 | 입력 : 2014/02/19 [23:47]

 소설 <부활>에서 톨스토이는 러시아 정교회에 대해 뿌리깊은 불신을 드러내고 있다. 이는 러시아 정교회 뿐만 아니라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예배당에서 행해지는 종교 의식 전반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으로 보인다.
그것이 그의 작품 <부활>이 발표된 2년 후인 1901년 그가 러시아 정교회로부터 파문된 이유를 어느정도 설명해 줄 것 같다. 물론 당시 러시아 정교회가 국민적 불신의 대상이었기 때문에 톨스토이에 대한 파문이 사회적으로는 오히려 역효과를 거두었다. 정교회가 목적한 바를 이루지 못했다는 의미이다.
더욱이 볼셰비키 혁명 후 러시아 정교회는 철저히 파괴 되었으며 혹독한 탄압을 받았다. 이르쿠츠크의 카잔 교회의 경우 5천명의 신자를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규모였다. 시베리아는 물론 러시아 전체에서도 손꼽히는 크기였다고 한다. 그러나 교회는 볼셰비키 혁명후인 1932년 자취도 없이 파괴되었고 그 자리에 이르쿠츠크 소비에트 위원회 회관이 들어섰다. 이 건물은 현재 주정부 청사로 쓰여지고 있다.
교회가 파괴된지 거의 70년 만인 지난 2001년 주정부 청사 오른편에 카잔교회의 종탑 모형이 세워졌다. 지금은 황금빛 지붕의 종탑이, 그곳이 화려했던 카잔교회 터였음을 기억케 하는 상징물이 되어 있다.
한편, <부활>에서 톨스토이는 교회의 예배의식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다음은 억울하게 유죄 판결을 받은 카츄사(마슬로바)가 참석한 감옥의 교회에서 행해진 의식에 대해 묘사한 부분이다.

▲ 이르쿠츠크 주정부 청사 오른편에 있는 옛 카잔교회 종탑(모형). 종탑 윗 부분에 눈이 덮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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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례에 참석했던 사제나 소장이나 마슬로바도, 여기 이들 중의 누구도 사제가 울부짖는 듯한 목소리로 되풀이 하며 이상스러운 말로 칭송하던 예수 자신은 이곳에서 행해졌던 모든 의식을 실상 금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또한 예수는 사제라는 교사가 빵과 포도주를 가지고 아무 의미도 없는 말을 중얼거리면서 행하는 모독적인 마술을 금하게 했을 뿐더러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을 스승이라고 부르는 것도 금했다.
뿐만 아니라 교회당 안에서 기도하기보다는 신자 한 사람 한 사람이 기도를 올리기를 바랐다. 예수는 또한 교회당 자체를 금하고 그러한 제단과 의상을 파괴하기 위해 자신이 왔다고 하시며, 기도는 제단이 아닌 마음과 진실 속에서 스스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욱이 예수는 이곳에서 행하는 것과 같이 사람을 재판하고 구속하고 괴롭히고 모욕하고 벌주는 것을 금하고 자신은 죄수들을 자유롭게 해주기 위해서 이 세상에 온 것이라고 인간이 서로 속박하는 것을 절대로 금했다.
이 전례에 참석한 사람 중 어느 누구도 지금 그리스도의 이름 아래 행해지는 이 의식이 실은 그리스도에 대한 최대의 모욕이고 조소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조금 전에 사제가 사람들 앞에 들고 나와 입맞춤하게 한 끝에 칠보 메달이 달리 금십자가 만 해도 그리스도가 지금 그와 같은 일이 행해지는 것을 금했기 때문에 못 박혀 죽게 된 형구(刑具)를 본뜬 것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빵과 포도주를 먹는 것으로 그리스도의 살을 먹고 피를 마신다고 여기는 사제들은 실상은 그리스도가 아닌 신자들의 살과 피를 마시는 것이라는 데는 생각이 닿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그리스도가 자기와 같이 생각한 ‘불쌍한 사람들’을 희롱하고 있으며, 그리스도가 이 세상에 펼친 복음을 감추어 그들에게서 최대의 행복을 빼앗고 더욱 참혹한 괴로움 속에 빠뜨리고 있다는 것도 알지 못했다.
사제는 오늘 행한 모든 일에 조금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는 어릴 때부터 이것만이 그의 유일하고 진실된 신앙이며 옛날의 성인들도 이를 믿어왔고 지금의 종교나 정치 관계의 관리자들도 이를 행하고 있다고 교육 받아 왔기 때문이었다.('부활', 톨스토이 지음, 박형규 옮김, 민음사,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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