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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칼럼]왜 재벌은 큰 상처를 받지않는가?:세종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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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칼럼]왜 재벌은 큰 상처를 받지않는가?

강희복,"경제민주화를 철저히 해서 시장 복원력을 재건해야"

강희복 전 대통령 경제비서관 | 기사입력 2016/12/08 [16:39]

[세종칼럼]왜 재벌은 큰 상처를 받지않는가?

강희복,"경제민주화를 철저히 해서 시장 복원력을 재건해야"

강희복 전 대통령 경제비서관 | 입력 : 2016/12/08 [16:39]
국회 청문회에 출석한 재벌총수들 사진=국회TV제공

자연 세계나 인간은 질병을 얻고 허약해지면 스스로 면역력(免疫力)과 자가치유력(自家治癒力)을 작동하여 다시 건강을 회복한다.

이런 복원력(復原力)이 약해지면 결국 죽음에 이른다. 자유시장경제도 마찬가지다. 시장경제는 자유와 경쟁으로 건강하고 활발한 게 본 모습이다. 하지만 질병(疾病)인 시장실패를 안고 있다.

시장에서 승리한 기업 소수에게 경제력이 집중되고 견제없이 독주를 계속한다면, 이는 자유와 경쟁이 중병(重病)에 시달리는 것이며, 복원력을 잃는 시장이 된다.

이런 병 자체를 부인하거나 저절로 낫는다는 주장은 이 병이 암(癌)처럼 악화한다는 역사적 사실을 망각한 것이다. 사실 시장이 건강히 활발하게 움직인다면 복원력이 잘 작동한다는 상황이고, 독점이 큰 병으로 악화하지도 못한다.

실업자(失業者)는 없고 자유와 경쟁은 부침을 겪더라도 살아난다. 하지만 이 복원력은 여러 요인으로 약해질 수 있다. 그리고 점점 약해지면, 드디어 자유와 경쟁은 허울만 남고 시장은 죽게 된다. 실업자가 넘치는 시장이 된다.

독점이 암으로 악화하는 주요 요인은 경제권력과 정치권력의 야합이다. 이때부터 시장경제는 자유와 경쟁이 아니라 불공정이 지배하게 된다. 소수 부자들만을 위한 경제가 된다.

중산계층이 줄어들어 시장은 작아지고 청년실업과 실질자로 넘치는 죽은 경제로 굴러 떨어진다. 이것이 미국이 대공황 시대에 겪은 독점자본주의 병폐들이었고, 지금 우리 경제가 당면한 현실이다.

자유시장경제의 복원력을 보장하는 장치가 바로 독점 규제이고 경제민주화이다. 우리 헌법의 제119조 제1항은 “자유시장경제”를 천명한 것이고, 제2항은 “경제민주화”로 제1항의 건강과 활력을 보장하는 조치이다.

1987년 개정된 헌법으로 경제민주화 규정이 엄연히 살아있고, 이를 구체화한 ‘공정거래법’이 그 이전인 1980년부터 일찍 시행된 우리 시장경제에서, 왜 지금 다시 경제민주화를 절실히 필요로 하는가?

우리는 세계의 유래가 없는 경제기적을 이루는 과정에서 재벌(財閥)이라는 독점적 기업들을 만들었다. 이들 초창기인 1970년대 말에 독점 병폐가 커지기 전에 고쳐야 한다고 경제기획원이 주장하였지만 실현되지 못했다.

통제를 받아야 할 재벌과 경제계의 반대에 의해 막혔다. 결국 미제로 있던 사안인데, 1980년 ‘국보위’라는 독재정권기관이 ‘공정거래법’을 제정하고 시행하였다. 경제권력과의 동거를 거부한 순진한 독재 정치권력이 독점의 불공정행위를 규제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하지만 경제권력은 막강하였다. 공정거래법은 지금까지 60차례나 계속된 개정 과정에서 규제의 힘을 잃어갔다. 당초 입법 목표였던 시장의 복원력을 제대로 발휘하는데 실패를 거듭했다. 불공정한 행위를 수 없이 반복해도 시장의 자유와 경쟁을 아무리 훼손해도 재벌은 솜방망이 처벌만 받으면 끝이었다.

중소기업과 영세기업, 그리고 소비자가 아우성쳐도 시간만 지나면 그만이이서, 시장이 죽은 것과 마찬가지가 되었다. 지금도 불공정이 만연하여 시장의 새싹인 기업들이 짓밟히고 있다.

1987년 이후 정치권력은 5년 단임제로 단명하지만 경제권력은 세대를 이어 ‘가벌(家閥)’로 지속하고 있다. 얼마 전인가부터 경제권력이 정치권력에게 나는 ‘2류’ 너는 ‘4류’라고 비난해도 결별은커녕 이를 감수하고 있다. 이제는 야합 단계를 넘어 한쪽이 조정하는 단계까지 악화하였다. 암으로 치면 말기에 이른 것이다.

2016년 12월 현재를 보면 분명하다. 두 권력 간의 의심되는 거래가 발각되었을 때, 대통령은 탄핵받는 처지로 떨어졌지만, 재벌은 큰 상처를 입지 않고 있다. 이렇듯 시장 복원력은 소멸하였다.

이 사태를 직시하고 경제민주화를 철저히 해서 시장 복원력을 재건해야 한다. 이를 놓치면 우리 경제는 더 철저히 주저앉을 것이다. 소수가 경제를 지배하는 나라들, 필리핀과 중남미의 경제실패가 결코 남이 일이 아닐 것이다.

이제 경제민주화는 두 갈래로 추진해야 한다.

하나는 공정거래법의 실효성을 최고도로 높이는 면역력 강화 조치이다. 다른 하나는 재벌을 키워주는 국가 인센티브체제를 수술하는 자가치유력 강화 조치이다.

공정거래법의 실효성을 높이는 개선 방안은 많이 강구되었다. 하지만 국가 인센티브체제의 수술을 병행하지 않으면 재벌의 비대화 토양은 계속된다. 현재의 인센티브제가 만들어낸 결과가 재벌이기 때문이다.

수출중심, 제조업중심, 행정규제중심의 박정희식 개발 모델을 과감히 벗고, 새싹으로 떠오르는 산업들이 원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미래지향적 사고로 세제, 예산, 규제들을 즉각 수술해야 한다. 이로서 얻는 것은 박정희 성공신화 밖의 ‘넓은 자유’이다.

그리고 새로 찾은 자유는 우리에게 힘찬 재도약을 약속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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