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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덮친 지진 속, 드러난 7가지 문제점:세종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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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덮친 지진 속, 드러난 7가지 문제점

정부, 언론, 총체적 안전 불감증 노출...반복되는 시스템부재

이혜형 기자 | 기사입력 2016/09/13 [21:52]

한반도 덮친 지진 속, 드러난 7가지 문제점

정부, 언론, 총체적 안전 불감증 노출...반복되는 시스템부재

이혜형 기자 | 입력 : 2016/09/13 [21:52]
경주지진 당시 진열된 물건이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 사진=트위터

12일 월요일 저녁 7시 44분 한반도 기상관측 사상 가장 강력한 지진이 대한민국을 덮쳤지만 재난안전 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재난 발생 상황 시점에서 바라 본 문제점 7가지를 되짚어 보자!

문제 1. 국민안전처의 재난 문자와 홈페이지는 정작 필요할 때 무용지물이었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탄생한 국민안전처는 각종 재난이 발생할 경우 국민들이 가장 믿고 먼저 찾는 기관이어야 한다. 그런데 12일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5.8의 지진에도 국민안전처는 9분 뒤에야 긴급 재난문자를 보내 ‘뒷북안전처‘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올 여름 폭염 때는 너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문자를 많이 보냈던 안전처가 정작 가장 큰 재해 때 제대로 문자 알림을 하지 않아 불만은 더 컸다.

국민안전처 홈페이지가 먹통됐다. 사진=국민안전처

 안전처는 "기상청 지진통보 접수 후 4분 이내에 발송했고 지난 7월 5일 울산에서 발생한 5.0규모 지진 당시 17분 뒤에 보낸 것에 비하면 이번에는 신속하게 상황을 전파했다“고 변명했다.

 긴급재난문자(CBS)는 지진조기경보 대상지진인 규모 5.0(내륙 5.0,해역 5.5)이상의 경우 기상청에서 진앙지와 규모 등 지진조기경보를 받는 즉시 중앙재난안전상황실에서 긴급재난문자를 전국민에게 전파하도록 메뉴얼화 돼 있다.

 경주 지진은 울산해역 지진과 달리 긴급재난문자 발송시간을 상당히 줄였다고 하지만 국민들이 체감하는 대응시스템과는 온도차가 크다.

 또 지진 발생소식 문자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대국민 지진대피요령 전파 및 안내가 뒤따라야 하지만 미흡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국민안전처 홈페이지 다운도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접속해 과부하가 걸렸기 때문이라고 해명한다. 그러나 어차피 평상시보다는 지진이나 태풍, 혹은 비상시국에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점에서 이같은 진부한 해명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문제 2. 재난주관방송이라고 자처하던 KBS는 드라마방송에만 몰두했다.

 국내 최대 규모인 규모 5.8의 강진이 발생해 국민이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상황에서 케이블방송인 JTBC를 제외하고 재난주관 방송사라고 자처하는 KBS를 비롯해, MBC, SBS등 지상파방송사들은 즉각적인 재난방송에 돌입하지 않았다.

 특히 시청료를 꼬박꼬박 받아내고 있느 KBS는 지진이 계속되는 상황에서도 지진 대처법과 피해 상황을 제대로 전달하지 않은 채 드라마 등 정규방송을 그대로 내보내 빈축을 샀다.

 뉴스 방송 중 이어진 지진 보도도 현장에서 사태의 심각성을 알리고 지진에 제대로 대처할 수 있도록 주민들 입장에서 안내하기보다 과거 지진 발생 현황 등 형식적인 내용 뿐이었다.

 

 이날 오후 7시 44분 규모 5.1로 처음 발생한 데 이어 50여분 뒤인 오후 8시32분 처음보다더 강한 규모 5.8로 커졌고 2∼3의 여진이 계속 이어지며 주민들이 우왕좌왕하는 동안 재난방송 주관 방송사인 KBS 1TV는 1차 지진이 발생했을 당시 시사교양 프로그램인 '우리말 겨루기'를 방송한 데 이어 8시25분부터 일일연속극 '별난 가족'을 그대로 내보냈다.

 방송 중간에 뉴스특보는 TV를 통해 지진 대피요령 등에 대한 정보를 갈구하고 있던 시청자들에게는 충분한 정보가 되지 못했다.

 MBC TV는 오후 8시부터 '뉴스데스크'를 방송했는데 지진 발생 20분후인 8시 10께가 넘어 9번째 뉴스로 지진 소식을 처음 전했고 후반에 지진 뉴스를 추가하는 안일함을 보였다.

 반면 케이블 방송인 JTBC는 달랐다. 시사보도 프로그램 ‘JTBC 뉴스룸’을 진행하던 손석희 앵커는 이날 방송 도중 경주에서 사상 최고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다는 소식을 접한 뒤, 지진 관련 특보로 전환하는 빠른 판단을 내렸다.

 손석희 앵커는 “지금부터 지진 관련 특보로 전환하겠다. 아무리 봐도 지금 현장의 상황이 심상치 않다. 물론 너무 큰 불안감을 느낄 필요가 없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상황을 보면 간단한 상황이 아님에는 틀림이 없다. 많은 사람이 공포감을 느끼고 있다고 생각된다. 그래서 지금부터는 특보 체제로 전환해 지진 소식만을 중점적으로 전해 드리겠다”며 특보를 이어갔다.

 손석희 앵커를 포함함 ‘JTBC 뉴스룸’ 제작진의 순간 판단은 옳았다. 전국 각지의 시민으로부터 받은 사진과 동영상, 그리고 관련당사자, 전문가들을 연결해 의견을 듣는 등 신속하고 풍부한 정보를 제공, 지상파보다 훨씬 우월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이날 시청률은 평소보다 두배나 상승했다.

 문제 3.대통령과 국무총리는 이번에도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더불어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정부의 대응은 이번에도 골든타임을 놓쳤다. 두 차례의 최대규모 5가 넘는 지진강도가 있었음에도 국민안전처 홈페이지에는 지진발생 후 3시간여 동안 먹통이었다"면서 "세월호 이후 변한 것은 국민이지, 여전히 정부시스템은 변하지 않았다는 국민 여론과 비판도 폭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추 대표는 "무엇보다 지금 벌어지는 위기상황에 대해 정부는 가장 빠르고,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고, 국민이 위험상황에 대응할 수 있도록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진국들은 긴급 재난이나 비상사태 시 최고 책임자들이 적극적으로 미디어를 활용해 메시지를 전달한다. 가장 큰 목적은 정부를 믿고 차분하게 대응해달라는 국민들을 진정시키기 위한 행동이다.

그러나 한반도 기상관측 사상 최대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지만 박근혜 대통령이나 황교안 국무총리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생방송이 어렵다면 짧은 녹화 메시지라도 불가능할까? 오히려 위기에서 빛난 것은 국민안전처 재난종합상황실을 찾은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의 행보였다. 현장에 답이 있다는 말은 행정부에 더 필요해 보인다.

문제 4.원전 정상가동 발표 너무 성급했다

 12일 경주에서 규모 5.8의 지진이 일어나자 전 국민의 우려스러운 눈길이 일제히 쏠린 곳이 월성과 고리 원자력발전소였다. 지진에 따른 방사선 누출 같은 대재앙 발생 가능성이 항상 있기 때문이다.

월성원전 전경

 이번 지진의 진앙지인 경북 경주시 건천읍에서 27km 떨어진 곳에서는 월성 1~4호기, 신월성 1,2호기 등 총 6기의 원전이 가동 중이었다. 진앙지에서 50km 떨어진 부사 기장군에도 고리 1~4호기, 신고리 1,2호기가 있었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12일 지진발생 직후 한 시간만에 언론에 “월성 원전을 포함한 전국 원전이 모두 이상 없이 정상가동하고 있다”고 성급하게 발표했다. 밤 시간에 발생한 지진인 점을 감안해 볼 때 원전은 세밀한 정밀진단이 필요한데도 불구하고 주민 불안을 잠재우는데만 초점을 맞췄다.

 결국 이날 새벽 월성 원전 1~4호선은 매뉴얼에 따라 처음으로 수동정지 조치가 취해졌다.

 지난 7월 울산 해상의 규모 5.0 지진보다 더 큰 지진이 불과 두 달 만에 일어나서인지 주민들의 공포는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태에서 보듯 전문가를 자처하는 사람들의 안전 불감증과 성급한 판단, 사태축소를 위한 거짓말이 얼마나 고통을 안겨다 주는지는 지금도 우리에게 잘 말해주고 있다.

 문제 5.SK텔레콤 등 이동통신 3사들의 휴대폰은 먹통이었다.

 이동통신 3사는 경주시 부근에서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했지만 지진으로 인한 유·무선 통신 시설 피해는 아직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해당지역 주민들은 지진 발생직 후 전화통화가 안되는 등 통신장애를 겪었다고 밝히고 있다.

 이통사 관계자는 "안부 전화 등이 급증하면서 일시에 수용할 수 있는 통화량을 넘어서면 일부 지역에서 전화 연결이 지연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제 이동통신은 전 국민의 필수품인 동시에 군부대에서 조차 무선통신 대신 긴급연락수단으로 사용하는 등 사실상 국가비상망과 마찬가지다. 국가적 급변사태나 대형 재난시 시용량은 몰릴 수 밖에 없다. 언제까지 트래픽 급증에만 이유를 돌릴 것인가?

문제 6.네이버,카카오톡도 불통. 시민들은 물을 곳이 없었다.

 12일 오후 7시44분 경북 경주 인근에서 지진이 발생한 직후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의 서비스가 두 시간 가량 중단됐다.

 카카오는 이날 오후 8시10분쯤 트위터 공식계정 등을 통해 "일부 사용자들의 카카오톡 메시지 수발신 지연현상이 있어 긴급 점검 중"이라며 "빠르게 처리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고 밝혔다.

 스마트폰 카카오톡 뿐만 아니라 PC 버전의 카카오톡도 모두 중단됐다. 지진 발생 소식이 전해지자 카카오톡으로 가족·지인들에게 연락을 시도한 사용자가 급증했지만 카카오톡 서비스 장애는 이후 2시간 가량 지속됐다.

 이날 먹통이 된 카카오톡에 대해 정보통신업계에서는 카카오의 서버가 위치한 데이터센터가 지진의 영향을 일부 받았을 가능성과 카카오톡에 일시적으로 데이터 트래픽이 폭주하면서 장애가 발생했을 가능성 등이 제기됐다.

 하지만 카카오톡을 제외한 다른 인터넷 서비스에선 특별한 문제가 발견되지 않아 트래픽 폭주로 인한 일시 장애에 무게가 더 실렸다.

 카카오는 이날 밤 10시 50분쯤 "서비스 장애의 원인은 트래픽 폭주로 인한 서버 오류였다"고 밝혔다.

 네이버도 폭증에 무용지물이 되기는 마찬가지였다. 지진발생 직후 네이버 검색창에 ‘지진’이라는 단어를 넣자 ‘일시적으로 접속에 장애가 발생해 죄송하다“는 메시지가 뜨고 화면에 오류가 났다.

 국민안전처 홈페이지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가운데 카카오톡과 네이버마저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하자 불안감은 더욱 증폭됐다.

 문제 7. "무조건 교실에서 기다려라" 제2의 세월호 연상,지진 대응 매뉴얼이 없다.

 국민안전처는 무려 9분이나 늦게 보낸 문자메시지에 ‘지진이 발생했다’는 뒷북 메시지만 보내고 지진에 따른 구체적 대응 메뉴얼은 전혀 없었다.

 

 정부가 우왕좌왕하는 사이 일선 학교에서는 일부 교사들이 건물 밖으로 나가려는 학생들에게 ‘무조건 기다리라’며 무책임한 지시를 내렸다. 세월호 참사당시 배안에 무조건 대기하라던 교사들의 지시가 연상되는 순간이었다. 사실 초유의 지진 앞에서 교사들도 특별한 매뉴얼을 숙지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현재 전국 학교 건물중 내진 설계가 된 곳은 20%미만이고 나머지 교실을 내진 설계로 변경하려면 80년이 걸린다는 전문가들의 진단으로 판단할 때 과연 부실한 교실안에서 머물도록 하는 것이 적절했는지 의문이 든다.

또 일부 학교는 교감선생이 지진 발생직후 학생들을 돌보기 보다는 그대로 학생들을 둔 채 퇴근해 버려 원성을 사기도 했다.

이런 문제점은 정부가 지진 발생에 대비한 매뉴얼과 교육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13일 당정협의에서 새누리당은 정부에 "지금부터 이번에 발생한 문제점을 모두 보완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지금 정부에서 5.8 (규모 지진을) 계기로 해서 관련법과 내진대책, 정책과 예산, 인원과 전문가를 원점에서 새로 되돌아보라"며 "아주 신속하게 몇년 걸려 하려 하지 말고 최대한 선택과 집중해서 국회 협조를 구하고 설명해서 법·제도·예산·행정적 뒷받침을 요구하라"고 주문했다.

 이정현 대표는 특히 지진 대피요령 교육에 대해 "미흡한 게 아니라 전혀 없다. 내가 59살을 살아오는 동안 그런 교육을 체계적으로 받아본 적이 없어 저 자신도 (땅이) 흔들리면 뛰어나오고 어디로 가야할 지 모른다"며 "간단한 것이라도 민방위 교육이든 지진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또 공장과 건물 차원에서 어떻게 해야하는 지 지진 관련 교육이 시급하다. 교육부 등 관계부처와 협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박인용 장관이 서울 보라매공원의 지진체험 시설을 예로 들며 "각 시도별로 체험 시설을 만들어 대비하도록 하겠다"고 답변하자 이 대표는 "5000만명이 그 시설 몇 개 갖고 되겠느냐"며 안일한 대처의식을 나무라기도 했다.

 그동안 재난과 안전사고가 발생했을 때마다 다시는 불행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후진적 대응책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근본적으로는 ‘설마’라는 안일한 의식이 피해를 더 키워 왔던 게 사실이다.

총체적 난국 속에서 기존 패러다임을 바꾸는 근본적인 처방과 시스템 개선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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