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산업은 한국의 지식산업으로 성공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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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산업은 한국의 지식산업으로 성공하는가?
  • 강희복 경제칼럼 / 시장에서 온 편지
  • 승인 2014.01.1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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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와 시장이 빠진 인위적 계획은 성공 못해
최근 15년 사이에 패션산업의 주도권을 두고 정부 프로젝트와 시장 프로젝트 간의 대결 아닌 대결을 보았다. 그리고 현재까지 소비자의 관전평은 시장이 승리 중이다. 다행스럽게도 지식산업으로 발돋움할 기미가 보인다.

김대중 정부는, IMF경제위기를 벗어나고자 하는 일념에서, 전국의 4개 도시에서 지역진흥사업을 벌였다. 그 가운데 하나가 ‘대구’를 패션산업의 도시로 육성하는 대규모 프로젝트였다.
1999년부터 추진했고, 그 이름은 “대구 밀라노프로젝트”이었다. 세계적 패션도시인 이태리의 밀라노를 벤치마킹하겠다는 뜻이다. 그래서 정부가 앞장서서 1단계인 1999 ~ 2003년까지 6,800억 원을, 2단계인 2004 ~ 2008년까지 1,968억 원을 지원하는 등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였다.
이 투자 규모는 한 연구(이민경, “지역산업육성정책 실패에 관한 연구 : 대구 밀라노 프로젝트에 대한 시스템다이내믹스 분석을 중심으로” 고려대학교 행정학 석사논문, 2010년)가 밝힌 것이다. 이 연구가 내린 사후평가를 보면, 슬프게도 성공하지 못하였다는 ‘부정적’ 의견이었다.
한편, 대구시청은, 2014년 현재에도 “2대 전략 5대 프로젝트”의 하나로, 패션산업 프로젝트의 중심단지를 봉무동에 선정하였고, 35만평 규모를 건설하였음을 홍보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패션·어패럴밸리라 부르고, 1999 ~ 2006년 사이에 3,007억원을 투자하여 조성하였다고 한다.

중앙정부와 자치단체가 패션산업을 지식산업으로 보고 앞으로 미래의 산업이 될 것이라고 판단하여 공을 들인 것 자체는 갸륵한 노력이다. 하지만 이 노력에는 소비자가 몰려드는 시장이 빠졌다. 패션산업의 소비자인 나부터, 대구시의 패션산업이 성공하여서 그 성과를 누리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이게 현실이지 않은가? 

반면에, 최근 한 언론은 “동대문이 만들고 세계가 입는다”라는 기획기사를 보도(조선일보 2014.1.8., 1.9., 1.13. 참조)하였다. 동대문시장에서 발달한 패션산업이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음을 집중 취재하여 밝힌 보도이다.
이 보도를 보면, 그 가운데 “동대문 1평(坪·3.3㎡)의 기적” 사례도 보여준다. 즉, 1평에서 맨주먹으로 창업하여 거상(巨商)으로 비약한 사례들을 소개한 것이다. 이들이 초고속 발전을 한 것은 ‘동대문 근성’에 브랜드를 입혔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동대문에서 배운 지독한 근면함과 근성이 지금까지 사업하는 힘이 되고 있다"고 기업인들은 말하였다.
현재 “동대문에는 현재 3만5000여개의 크고 작은 의류 매장이 있다”하며, “동대문에서 기업을 일궈낸 창업자들은 공통으로 단순한 '옷 장사'에 만족하지 않고 의류업계의 새로운 트렌드를 앞서 읽어내는 '경영 감각'이 있었다”고 기자(記者)는 보았다.(이상의 인용은 앞서의 보도 참조)

나는 이 보도에 상당히 공감한다. 스스로 동대문시장을 찾아 패션제품, 의류를 골라 사는 즐거움을 알기 때문이다. 이곳의 가격은 저렴하면서도, 패션 감각이 일류이어서 서민들에게 ‘입는 기쁨’을 선사하고 있다.
  
위의 두 스토리(정부의 것과 시장의 것)를 비교하면, 우리는 상식에 맞고 인류의 경험에 맞는 진실을 확인한다. 시장에서 일어나는 활발한 경쟁이야말로 산업, 특히 지식과 창조에 속하는 산업은 소비자를 멀리 두어서는 발전할 수 없다.
이것이 대규모 장치를 필요로 하는 제조업의 경우와 다른 점이다. 우린 제조업에서, 우리는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집중 투자해서 빛의 속도로 성공하였다. 하지만 이 성공 사례를 지식산업, 패션산업에 옮기는 것은 위험하다. 실패한다. 이 이야기를 밀라노프로젝트가 증언한다.

밀라노프로젝트는 무엇이 특징인가? 정부가, 패션산업에 맞추어서, 어느 지역 한곳을 선정하고, 대규모 집중 투자를 한 것이다. 우리나라 최고의 행정가, 학자, 도시전문가, 대기업들이 모여서 머리를 짜내 만든 패션도시, 패션산업 추진이었다. 하지만 정작 시장의 힘, 소비자를 만족시키고자 하는 시장 경쟁이 빠졌다. 소비자에게 생소한 접근이었고, 자기들끼리 잔치이었다.

하지만 동대문 패션산업은 다르다. 처음부터 소비자는 풍부했다. 그냥 옛날부터 장사꾼과 소비자가 모여드는 시장이었다. 이곳 시장에 하나씩 모여든 의류장사꾼들이 수만(數萬)을 이루면서 피터지게 경쟁하였다. 그 뿐이다. 그리고 이젠 한류(韓流) 패션흐름을 만드는 중심지 역할을 한다.

이제까지처럼 동대문 패션산업이 앞으로도 성공을 계속할지 걱정들이 많다. 앞에서 인용한 언론보도는, 결론으로, 동대문의 패션산업이 중국의 도전과 선진국 사이에 끼어서 어려움에 처할 것이라고 걱정하였다. 그래서 조동성 교수의 진단, “동대문은 현재 중국의 가격 경쟁력과 밀라노·파리의 창의력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이다. 따라서 "동대문 의류 상권에 아이디어를 공급하는 '브레인' 역할을 하는 교육기관의 설립 같은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말한다.

사실 패션교육기관의 설립을 강조하는 진단이 있는지는 하루 이틀이 아니다. 오래 전에 다른 언론도 “놀라운 패션도시”(동아일보 2009.2.6. 보도 참조)라는 기사를 실었다. ‘벨기에 안트베르펜市는 인구 47만에 불과하지만 패션숍 7000여개’가 성업 중이라고 한다. 이처럼 패션도시로 성공한 데에는 ‘패션학교’(왕립예술학교 패션학부)의 힘이 컸다는 보도이었다.
또, 정부(산업자원부)도 2007년에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패션산업의 지식기반화 전략”을 수립하면서 패션인력의 양성을 중요하게 꼽았다. 이 전략은 중요했다. ‘패션산업은 무형의 자산을 통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성장 유망산업으로, 제조업의 성장한계를 극복시키는 전략적 돌파구로 대두’하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를 육성하기 위한 전략으로 4개를 구체화했다. 그 중 하나가 ‘패션인력의 현장중심화’ 전략이다. 이 전략은 교육에 힘을 쏟자는 내용이다. 비즈니스 교육, 대학교육, 신진 디자이너 양성을 세부 사항으로 넣었다. 이 전략의 중요성을 정부가 강조한 것으로 미루어 보면, 확인하지 못했지만, 이 계획은 아마도 지금도 계속 진행 중일 것이다.

정부의 ‘지식기반화’ 의욕이 앞으로 패션산업의 성공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미지수이다. 아직까지 정부의 이 정책이 성공하였다는 소식을 듣지 못하였다. 그렇다고 정부가 손을 떼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최근의 동대문 패션산업을 보도한 기사에서 알 수 있듯이, 정부의 정책지원이 패션산업의 성공에 크게 기여한 것 같지는 않다. 아마도 패션 대기업이나 되어야 정책의 수혜자일까? 자세한 내막은 잘 모른다.
적어도 동대문의 패션산업은 그간 정부의 돌봄 없이 자생적으로 발전한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도 그럴 것으로 믿는다. 바로 시장의 힘, 소비자를 찾는 경쟁이 크고 세차기 때문이다. 數萬의 기업은 세계 경쟁의 바다에서 하루도 한 시간도 발 수영을 멈출 수 없을 것이다. 물속의 발을 재빨리 움직이지 않으면 물에 빠지게 됨을 너나 할 것 없이 너무나 잘 아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도 진화 중일 것이다.

그러면 정부가 할 일은 없는가? 정부의 패션산업 전략이 효과를 발휘하여 패션인력이 보다 풍부해지기를 바라지만, 그것으로 패션산업의 미래가 결정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패션산업에서 정부의 손맛 길들이기가 최소화하면 좋을 것이다.
나는 정부가 똑똑한 소비자, 지식정부로 변하기를 강력히 희망한다. 정부 스스로 구입하는 패션산업 제품이 엄청 많을 것이다. 예를 들면, 군인, 경찰 등 각종 제복에서부터 관공서의 보급품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많을까!
이러한 정부 구입에서 패션감각이 첨단을 달렸으면 한다. 그렇게 정부가 변하는 것이다. 생각과 판단이 지식, 패션에 우선을 두도록 바뀌는 것이다. 정부가 지식산업을 강력히 희망할수록 정부 스스로 지식정부로 과감히 신속하게 변해야 한다.
정부가, 과거의 틀인 제조업 중심의 생각에 머물면서, 싼 것만 찾고 창의라는 무형자산에 큰돈을 쓰지 않으면서, 지식산업과 지식경제를 어떻게 말할 수 있는가! 방해만 하기 십상이다. 패션산업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그래서 지식산업으로 성공하여서, 종사원이 현재의 10만 명 수준에서 20만 명으로 배가되는 날, 젊은 혈기의 맹활약을 보고 싶다.     
 (필자: 시장경제연구원 수석 연구위원, 전 한국조폐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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