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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돼지, 재벌, 서비스 산업:세종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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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돼지, 재벌, 서비스 산업

강희복 / 경제칼럼니스트, 전 한국조폐공사 사장 | 기사입력 2015/03/03 [22:16]

[칼럼] 돼지, 재벌, 서비스 산업

강희복 / 경제칼럼니스트, 전 한국조폐공사 사장 | 입력 : 2015/03/03 [22:16]

현재 우리의 재벌은 돼지 같고 서비스산업은 진주라고 말하면 모두 공감할까?

올해는 정주영 회장의 출생 100년이 된다. 최근 한 언론(동아일보 2014.12.24. 천광안 산업부장, “정주영의 돼지몰이론과 빈대론”)은 이분이 생전에 ‘노벨경제학상’의 수상 대상으로 거론된 적이 있다면서, “돼지몰이론과 빈대론”을 소상히 밝혔다. 열심히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직원에게 빈대보다도 못하다고 질책하였다는 것인데, 빈대는 온갖 지혜로 인간이 만든 장애물을 극복하고 드디어 인간에 대한 공격에 성공한다는 자신의 체험을 말하였다.

다른 하나는 ‘돼지몰이론’이다. 돼지를 우리 밖으로 나오게 하려면 귀를 잡아당겨서는 안 되고 꼬리를 잡아당겨야 한다는 탁월한 판단이다. 귀를 잡아당길수록 돼지는 꽁무니를 빼고 필사적으로 뒤로 가지만 꼬리를 잡아당기면 앞으로 도망간다는 것이다. 우리가 원하는 돼지몰이는 결국 꼬리에 고통을 주어 스스로 사람이 원하는 방향으로 몰아가는 것이 정답이다.

오늘날 우리경제의 난국을 생각하면 너무 가슴 아프다. 나는 정주영 회장이 돌아와 ‘돼지몰이론’으로 정부와 재벌에게 일갈하였으면 시원하겠다. 지난 고도 성장기에는 취직 걱정이 심하지 않았고 무조건 열심히 일하면 매일 생활이 좋아졌다. 장래는 희망에 차있었고, 애들 낳고 기르는데 걱정도 적었다. 정부가 산아제한을 정책으로 채택하였을 정도였다. 하지만 우왕좌왕하다보니 이제 한국경제는 거의 제로 성장기에 접어들었다. 젊은이에게는 직장이 없고 애를 낳고 키우는 것도 큰맘을 먹어야 할 지경으로 빠져들었다. 출산장려를 정부 정책으로 채택한지 한참 되었지만 세계 최저 출생국이 되었다.

왜 ‘돼지몰이론’인가? 국민소득이 높아지면서 임금이 오르니 우리 제조업은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조선, 전자, 자동차 같은 우리 효자 산업이 휘청거린다. 직장을 더 이상 만들어 내기 힘들다. 이런 대형 산업은 재벌이 주도하였다. 그리고 이제는 정부가 서비스산업의 발전에서 젊은이의 직장이 쏟아지기를 바라면서, 재벌 기업들이 병원, 관광 등 서비스산업에 대규모 투자를 쏟도록 규제도 완화하고 지원도 약속하였다. 돼지의 귀를 잡아당기는 형국이다. 아마도 재벌의 제조업 성공이 서비스산업에서도 재현되기를 고대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접근은 돼지 귀를 잡아당겨서 우리 밖으로 나가게 하는 것이다.

왜 그런가? 첫째, 재벌은 수익이 확실히 보장되지 않으면 서비스산업에 대형투자를 서두르지 않을 것이다. 현재 재벌은 대부분 창업자 시대를 지나 2세가 주도하면서 3세로 넘어가는 시기이다. 이들에게는 안전 운항이 최선이다. 비대한 돼지와 크게 다르지 않다. 빈대와 같은 창의를 가지고 악착같은 투쟁을 기대할 수 없다. 이를 탓하기도 어렵다. 재벌이 유지하는 현재 고용조차 고마우니 정부가 대형투자를 강압하여 경영 위험에 넣기는 어렵다. 그럴 시대도 아니다.

둘째는 서비스산업의 주인공은 바로 사람=전문가라는 인식과 정책이 없다. 이점에서 현재처럼 해서는 서비스산업 성공을 기대할 수 없다. 제조업은 고가의 기계설비와 기계적 인간을 조직적으로 생산에 투입하는 것이 중요하니 자본이 그 주인공이었다. 하지만 서비스산업은 종사자인 전문가가 주인공이다. 병원은 의사가 주인공이고 관광은 안내와 스토리를 엮는 전문가가 주인공이다. 학교는 교사가, 금융은 금융전문가가, 소프트웨어는 그 전문가가 맡아야 성공한다. 그런데 이들 분야에서도 현재 자본이 주인공 역할을 한다. 제조업 마인드로 서비스산업을 관리하고 육성한다고 하니 예초부터 혁신과 세계 최고의 서비스를 기대하기 어렵다.

경제발전의 단계로 볼 때, 젊은이의 미래를 밝히는 것이 서비스산업이라는 점에 이견은 없다. 하지만 젊은이가 재벌에의 고용에 수십 대 일로 달려들게 방치해서는 안 된다. 스스로 전문인이 되도록 정부가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전문인으로 교육하고 훈련하는 것을 일찍부터 시작해야 하고, 전문인이 스스로 독립하도록 서비스사업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현재 시행중인 협동조합에 대한 관심은 전문가들의 사업 활동을 넓히는 데 중요하다. 더 나아가서 전문가 집단인 협동조합에게 신용을 지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면 좋을 것이다. 사실 외국에서는 전문가의 지식과 재능을 보험으로 보호하고 이를 토대로 자금통로를 마련하고 있다. 그래서 전문가가 주인공이고 자본은 이를 뒷받침한다. 그 많은 기금(예: 국민연금 등)을 해외의 부동산에 투자하고 주식을 사는 것보다 전문인에게 투자하면 훨씬 수익이 많을 것이고, 전문가 경력을 쌓는 직장이 쏟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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