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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옙스키 두 번 죽다 (10), 죄수의 박물관이 된 요새 사령관의 관사:세종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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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옙스키 두 번 죽다 (10), 죄수의 박물관이 된 요새 사령관의 관사

이정식 작가 | 기사입력 2020/03/26 [21:44]

도스토옙스키 두 번 죽다 (10), 죄수의 박물관이 된 요새 사령관의 관사

이정식 작가 | 입력 : 2020/03/26 [21:44]
옴스크의 도스토옙스키 박물관
옴스크의 도스토옙스키 박물관

요새 사령관의 관사였던 박물관 건물 외벽 한쪽 끝에는 도스토옙스키 전신상이 주철로 부조되어 붙어있었다. 눈은 조금 잦아들었으나 잔뜩 흐린 날씨에 부조가 검정색이어서 미리 알지 못 했으면 그냥 지나칠 뻔 했다.

그곳의 죄수들을 감시하는 가장 높은 위치의 인물이었던 요새 사령관의 관사가 한세기 후 그 죄수중 하나였던 도스토옙스키 박물관이 되다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박물관 안으로 들어가니 직원들이 우리를 반갑게 맞이했다. 우리란 나와 노보시비르스크에서 동행한 동포 김준길 교수다. 김 교수가 사전에 박물관 측에 이런저런 문의를 하면서 방문 예정 날짜와 시간을 알렸기 때문에 직원 여럿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박물관은 도스토옙스키 한 사람만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 이 지역 출신 다른 문인들의 전시물도 있었지만 건물 한 켠에 구색을 맞추기 위해 조금씩 전시해 놓은 정도여서 사실상 도스토옙스키 1인 박물관이나 다름없었다.

박물관 내부의 첫 번째 전시실에는 도스토옙스키의 실물 크기의 사진을 세워놓아 누구나 그 옆에 서서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하였다. 그는 서양인 치고는 키가 크지 않았던 것 같다. 사진의 크기로만 봐선 170cm 남짓 될까?

박물관의 도스토옙스키 관련 공간은 4개의 전시실로 나뉘어져 있다. 각종 도스토옙스키 관련 사진과 그가 유형 생활 중 발목에 찼던 것과 같은 모양의 막대형 족쇄(기다란 쇠막대가 연결된 이 족쇄에 대해서는 뒤에 설명할 예정이다), 등에 둥근 검정 원이 그려진 죄수의 의복, 사형수들에게 처형 직전 입혔던 모자 달린 흰 수의 등이 전시되어 있다. 박물관은 크지 않았으나 많은 자료들을 모아 놓기 위해 정성을 많이 들인 것 같았다.

박물관 직원 크세니아 양이 우리를 안내하며 1시간 반 가량 전시물에 대해 상세히 설명을 해주었다. 크세니아 양은 설명을 모두 마친 후 우리를 박물관장실로 안내했다. 관장 빅토르 솔로모노비치 바이네르만 박사는 관장실 밖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참 기다렸다며 반갑게 악수를 청했다.

관장실로 들어가 그와 약 40분 정도 박물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옴스크에는 도스토옙스키 옴스크 국립대학교가 있고, 도스토옙스키 도서관이 있으며, 동상이 두 곳에 있다고 했다. 동상 하나는 박물관 인근 큰 길가에 있고, 다른 하나는 옴스크 드라마 극장 옆 공원에 있다고 한다. 옴스크 극장이 서있는 곳에 과거 옴스크 요새가 있었던 자리라고 했다. 그 요새 안에 유형수 수용소가 있었으니 유형수들은 결국 요새를 지키는 군인들의 감시 아래에 있는 셈이었다.

내가 “시베리아에서 유형생활을 한 솔제니친이 이곳을 방문했었고 그 사진이 있다고 들었다”고 했더니, “사진은 창고에 보관되어 있다”고 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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