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Undefined index: HTTP_ACCEPT_ENCODING in /home/inswave/ins_news-UTF8-PHP7/sub_read.html on line 3
[기고]박근혜 정부 '난맥' 방치할 것인가!:세종경제신문
로고

[기고]박근혜 정부 '난맥' 방치할 것인가!

'민중 개.돼지','천황폐하만세' 고위공직자 발언 국정 난맥상 노출

한국외대 민경중 교수(중국언어문화학부) | 기사입력 2016/07/10 [18:47]

[기고]박근혜 정부 '난맥' 방치할 것인가!

'민중 개.돼지','천황폐하만세' 고위공직자 발언 국정 난맥상 노출

한국외대 민경중 교수(중국언어문화학부) | 입력 : 2016/07/10 [18:47]
사진=박근혜 대통(청와대 제공)

병의 경중과 생사를 가를 때 맥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됩니다. 맥은 기가 흐르는 통로입니다. 한의학에서는 천인상응(天人相應) 즉 자연과 인간의 상응 관계를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몸 안에서 소화된 음식의 기운은 물론 몸 밖의 자연과도 긴밀히 소통한다고 믿었습니다.

 최근 우리는 ‘국정 난맥상(亂脈相)’ 또는 ‘난맥’이라는 표현을 언론에서 자주 접합니다. 20대 총선에서 국민들로부터 심판을 받아 반성의 기미를 보이는 듯 했던 현 정권은 다시 갈피를 잡지 못하는 양상입니다.

고위공직자 실언, 의도 있나? 총리 침묵 왜?

 박승춘 보훈처장이 5.18 기념곡 항명파동 및 11공수여단 광주 시가지 행진 계획으로 물의를 빚더니 나향욱(47) 교육부 정책기획관이 민중을 개·돼지로 비유하고 한국장학재단안양옥 이사장은 "(학생들) 빚이 있어야 파이팅한다"는 말을 하는 등 고위공직자들의 설화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지난달 말에는 국무총리실 산하 정부출연 연구기관인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 이정호 국가기후변화적응센터장이 자신을 친일파라 지칭하며 "천황(일왕)폐하 만세" 삼창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있습니다.

 그런데도 고위 공직자들의 잇따른 막말에 엄중한 책임을 물었다는 얘기는 없습니다. 내각과 공직기강 확립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는 황교안 국무총리는 민주노동당 친북, 좌경세력 척결 때와는 달리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국정의 난맥상이 도를 넘고 있습니다.

 언론은 ‘난맥’이라는 용어를 서슬 퍼런 정권 초기보다는 주로 정권 중반기를 넘기면서 ‘맥’빠진 정권 말에 자주 사용합니다. 레임덕이라고 부르기 전에 전초전으로 ‘난맥상’이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합니다.

 난맥은 한의학에서 나온 말입니다. 인체의 맥이 고르지 않을 나타낸 말입니다. 가닥이나 줄기가 어지럽게 헝클어져 질서나 체계가 서지 아니한 일의 양성을 일컫는 말로 쓰입니다.

 국정의 난맥상도 따지고 보면 인체의 위기(胃氣)에서 병이 오는 것처럼 소위 ‘먹을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정권 출범 초기 정권인수위원회는 문전성시를 이룹니다. 사람이 위기에 힘이 있고 힘이 있으면 생기가 있고 맥박이 건강한 것처럼 정권도 마찬가지입니다. 논공행상으로 각종 자리가 보장되고 영혼 없는 공무원들이 숨죽이고 눈만 껌벅 거리는 모습을 보면 패권을 쥔 사람은 죽었던 맥도 살아납니다.

여소야대 정국 주도권 넘기고도 반성도 못하고 정신 못차리는 박근혜 정부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위는 적게 먹을 때보다 과식할 때 탈이 납니다. 박근혜 정부는 특이하게도 집권 하자마자 각종 사건 사고로 소화불량이 걸렸습니다. 국정권 댓글 사건,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사건,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 인턴 성추행 사건, 채동욱 검찰총장 낙마, 총리,장관 인사 파동은 약과였습니다.

 결국 세월호 사건은 정권의 허약한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준 결정타였습니다. 오만했던 정권은 결국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소선거구제 도입이후 사상 처음으로 여소야대로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주고야 말았습니다.

 물론 과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정권 때도 이보다 더 한 사건 사고들도 있었습니다. 큰 차이점이라고 한다면 발병 했을 때 맥을 짚어 정확한 진단과 처방을 받아야 하지만 현 정권은 천인상응은 고사하고 제 몸조차 제대로 진단하지 못했습니다.

 옛날 의사들은 환자의 병중을 망진(望診), 문진(問診), 문진(聞診), 절진(切診) 등 이른바 4진(四診)으로 가려낸다고 합니다.

 첫째 망진은 환자의 전체의 분위기 얼굴색, 피부색, 혀, 머리카락, 손톱의 색을 관찰하며 판단합니다. 국민들은 척보기만 해도 문제의 심각성을 알았는데 현 정권은 무지했습니다.

 망진 다음에는 직접 물어보는 문진을 합니다. 즉 증상이 나타나는 시기, 증상, 경과, 과거의 병력을 직접 물어 진찰합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가 증상을 숨기지 않고 사소한 것이라도 말을 해야 합니다. ‘병은 자랑해야 낫는다’라는 말처럼 아무리 의술이 뛰어난 화타라도 환자가 속이거나 솔직하지 못하다면 완치시키기는 어렵습니다. 그런데 현 정권은 각종 치부를 숨기기에 급급했습니다. 곪아터져서 환부가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문진 다음에는 환자의 목소리, 기침소리, 호흡의 상태, 말투, 구취, 분비물의 냄새 등 직접 소리나 냄새로 구별해야 합니다. 솔직히 이럴 때는 환자 자신은 감각기관이 마비되어 잘 모를 수 있기 때문에 가족이나 주변 사람이 더 잘 알 수 있습니다. 최근 이정현 홍보수석의 KBS 김시곤 국장 녹취사건에서 보듯 정권은 그렇다 치고 언론들이 진동하는 정권의 구취를 애써 코막고 눈감았던 것은 아닌 지 자문자답해야 합니다.

 마지막 방법으로 절진 즉 환자를 직접 만져보며 진찰하는 것입니다. 아무리 앞의 세 가지 진단 방법이 확실해도 의사가 환부를 직접 만져보고 맥을 짚는 것처럼 정확한 방법은 없습니다. 이를 진맥이라고 합니다.

화타의 획기적 수술도 결국 절진의 결과. 역사에서 교훈 삼아야

화타=위키트리 사진

중국 안후이성 보저우(毫州)는 중국 주나라의 전설적인 의사인 편작(扁鵲)과 더불어 명의를 상징하는 동한 화타(華佗)의 고향입니다. 지금도 보저우는 ‘약도(藥都)’고 불릴 정도로 중국내에서 가장 큰 중의약재 집산지입니다. 화타는 환자의 얼굴색을 보기만 해도 병을 진단하고 상태를 예견하는 뛰어난 망진실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타가 더 명의로 소문났던 것은 침과 약만으로 치료할 수 없을 경우 자신이 개발한 마비산으로 과감하게 환자를 마취시키고 환부를 절개하는 외과적 수술을 단행했습니다. ‘중국 최초의 외과의사’ 라는 타이틀도 결국 절진의 결과이기도 합니다.

 동향이었던 조조의 두통을 치료하다가 중도 낙향 한 후 부름에 응하지 않아 죽음에 이른 화타에 관해서는《후한서(後漢書)》의 ‘방술열전(方術列傳)’과 《삼국지(三國志)》 ‘위서(魏書)’의 ‘방기전(方技傳)’ 등을 통해 수많은 얘기들이 전해집니다.

 맥 중에 무혼맥(無魂脈)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동의보감에 숨을 두 번 내쉴 동안 한 번 뛰고 두 번 들이쉴 동한 한번 뛰는 것을 증상을 무혼맥이라고 합니다. 무혼맥이 나타나면 반드시 죽는다고 증상을 적고 있습니다. 이런 맥이 나타나는 사람이 걸어 다니는 것을 보고 행시(行尸, 걸어다니는 시체)라고 불렀습니다.

 서양의학에서의 부정맥(arrhythmia)과 비슷합니다. 심장의 전기 자극이 잘 만들어지지 않거나 자극의 전달이 잘 이루어지지 않아 규칙적인 수축이 계속되지 않고, 심장 박동이 비정상적일 때를 말합니다.

 필자도 발작적 심방세동이라는 일종의 부정맥으로 등산 중 쓰러져 응급시술을 받은 경험이 있습니다. 평소 건강한 정상인은 못 느끼지만 부정맥 환자들은 맥박수가 건너뛰거나 너무 빨라지면 가슴 두근거림(palpitation), 흉통(chest pain)을 느낍니다. 이어 실신(syncope)과 함께 심실세동과 같은 악성 부정맥이 발생하면 순간적으로 심장 기능이 완전히 마비되어 곧바로 심장마비로 사망할 수도 있습니다.

 맥은 동서양의학 가릴 것 없이 이처럼 몸의 건강을 체크하는 가장 중요한 가늠자가 됩니다. 난맥은 특히 신체의 이상을 알려주는 비상 신호입니다. 질병의 예후를 판단하는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셈입니다.

권력은 유한, 국민및 차기정권에 부담남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난맥상 바로 잡아야

 국민들은 ‘국정의 난맥상’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하는 것을 보면서 이 정권도 끝나가고 있음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증상으로 보면 무혼맥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병간호를 하다보면 환자도 환자지만 엄청난 치료비와 슬픔은 가족 몫으로 남습니다. 정신적 트라우마는 더 깊은 잔상으로 남아 가족들을 괴롭힙니다. 요즘은 웰빙보다도 ‘아름다운 마침표’를 위한 웰다잉에 대한 관심들이 높습니다. 일부 대형병원이나 요양원에서는 죽음을 앞둔 환자와 가족이 서로 격리된 채 치료를 받는 것이 아니라 마치 집안 분위기와 같은 병실을 만들어 함께 요리도 하고 추억도 나누는 특별한 공간을 만들어 놓기도 합니다.

 아직도 1년반이나 남은 현 정권을 너무 중환자 취급하는 것 아니냐고 억울해 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삶은 그런 겁니다. 권력도 마찬가지였다는 사실을 우리 국민들은 너무도 잘 알고 있습니다. 권불십년화무십일홍(權不十年花無十日紅)은 이미 5년으로 줄은 지 오래입니다. 실제로는 그마저 더 짧다는 사실을 당사자들만 모릅니다.

 난맥이 지나치면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은 앞에서 든 예에서 충분히 알 수 있을 것입니다. 화타는 역사 속 인물인 관우와 조조를 모두 치료했습니다. 독화살에 맞았던 관우는 화타로부터 긴급하게 치료를 받아야했습니다. 삼국지에 따르면 관우는 당시로서는 도저히 주변사람들이 지켜보기 어려울 정도의 획기적 방식의 수술(외과수술)을 독하게 참고 받아서 살아났습니다.

 반면 편두통에 시달렸던 조조는 외과적 수술을 권유하는 화타가 자신을 죽일 지도 모른다는 의심에 결국 치료받기를 거부합니다. 더나아가 화타를 모진 고문으로 감옥에서 죽게 만듭니다. 그 후 조조는 평생 두통에 시달렸을 뿐 아니라 애지중지하던 아들 조충이 병에 걸려 죽게 되었을 때 화타가 없음을 후회합니다.

박근혜 정부는 지금 관우의 길을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조조의 길을 선택할 것인가 갈림길에 처해 있습니다. 난맥을 바로 잡기 위해서 그리고 남은 삶을 명예롭게 마치기 위해서 과감하게 수술대에 누워 이제라도 의사인 국민들 앞에서 겸손히 수술을 받아야 합니다. 환자 스스로 맥을 잘못 짚어 남은 가족들에게 상처와 짐을 주는 일이 있어서는 안됩니다.

  • 도배방지 이미지

포토/영상
이동
메인사진
무제2
  • 썸네일
  • 썸네일
  • 썸네일
  • 썸네일
  • 썸네일
  • 썸네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