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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불립:세종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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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불립

김영회 / 언론인 | 기사입력 2015/08/25 [14:26]

무신불립

김영회 / 언론인 | 입력 : 2015/08/25 [14:26]

“거짓말은
거짓말을 낳고
더 큰 거짓말을 낳는다.
거짓말이 없는 나라,
그것이 좋은 나라이다” 

어느 날 공자의 제자인 자공(子貢)이 공자에게 정치의 요체(要諦)에 대해 묻습니다. “선생님, 군주가 정치를 잘 하려면 무엇을 잘 해야 됩니까?” 공자는 대답합니다. “식량을 풍족하게 하고(足食), 군사를 충분하게 하며(足兵), 백성의 믿음을 얻으면 되느니라”(足信)

자공이 다시 묻습니다. “그 중에 하나를 버린다면 무엇을 먼저 버려야 할까요?” 공자는 “군사를 먼저 버려야한다”(去兵)고 대답합니다. 자공이 다시 “또 하나를 버려야 한다면 무엇을 버려야 할까요?” 공자는 “식량을 버려야 한다”(去食)고 대답합니다. 그러면서 “자고로 백성의 신뢰가 없으면 나라는 존립이 불가능하다(民無信不立).”고 말합니다.

군주가 나라를 다스리는 첫 번 째 덕목(德目)은 백성의 신뢰요, 왕도정치(王道政治)의 근본은 조정에 대한 백성의 믿음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것입니다. 이 이야기는 ‘논어(論語)’ ‘안연(顔淵)’편에 나오는 고사입니다.

신뢰란 바로 믿음인데 그것은 비단 군주에게만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평범한 사람들의 사회생활에서도 개인과 개인 간의 신뢰는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사람과 사람 간에 신뢰가 깨지면 관계가 끊어지고 어느 사회이든 신뢰가 깨지면 바람직한 사회는 기대할 수 없습니다. 나라를 이끄는 군주가 신뢰를 잃으면 더 이상 군주의 자리에 앉아 있을 수 없습니다. 그것은 동서양의 역사가 증명합니다.

작금(昨今) 우리 사회가 온갖 사기와 범죄, 각종 사건 사고로 얼룩지고 불신이 팽배해 있는 것은 지난 날 통치자들이 국민을 업신여겨 바른 정치를 하지 않고 거짓된 정치를 일 삼아 온 결과라는데 이론이 없습니다.

권력을 쟁취하는데도 거짓말을 해야 하고 그 권력을 유지하는데도 거짓말을 해야 했던 지난날의 부도덕한 정치행태가 국민들을 불신의 늪에 빠지게 한 원인이 된 것입니다.

1950년 6월 25일 새벽 북한인민군이 기습적으로 38선을 넘어 남침을합니다. 탱크를 앞세우고 파죽지세로 진격을 해 오자 서울 시내는 온통 큰 혼란에 빠집니다. 황망한 시민들이 봇짐을 싸 둘러메고 무작정 남쪽을 향해 피난 길에 나서던 그때 라디오 방송이 흘러 나옵니다. “국민 여러분, 안심하십시오. 지금 우리 국군이 적을 격퇴하고 진격 중에 있습니다.” 이승만 대통령의 목소리였습니다. 시민들은 일단 안도합니다. 하지만 그 시간 인민군은 포성을 울리며 이미 의정부를 거쳐 미아리고개를 향해 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날 밤 단 하나 뿐인 한강 인도교가 군에 의해 폭파됩니다. 다리를 건너던 800여명의 시민들이 순식간에 목숨을 잃습니다. 인민군이 강을 건너지 못하게 하기 위한 작전에 수많은 시민들이 날벼락으로 희생을 당한 것입니다.

대통령의 ‘안심하라’는 방송을 듣고 집에 있던 시민들과 강을 못 건너 서울에 남아있던 시민들은 사흘만에 서울을 함락시킨 인민군의 수중에 들어갑니다.

그러면 그때 대통령은 어디에 있었을까요. 이대통령은 북한의 남침소식을 보고받고 27일 새벽 특별열차를 타고 재빨리 피난 길에 올라 대전으로 피신해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서울에 있는 것 처럼 “국민 여러분, 안심하십시오”하고 녹음테이프로 거짓방송을 한 것입니다.

358년전 임진왜란 때 백성들의 돌을 맞으며 평양으로 도망가던 선조의 모습이 떠 오르는 부끄러운 장면을 다시 연출한 것입니다. 9월 28일 서울이 수복됐을 때 피난을 못간 시민들은 “왜, 피난을 가지 않았느냐”고, “적군에 협력하지 않았느냐”고 고초를 당했습니다.

우리 현대사에 통치자들의 거짓말이 어찌 한 두 번이었겠습니까. 오랜 식민치하를 겪고 어렵게 출발한 나라이다 보니 무리하게 정권을 잡고 그때 마다 위기에 봉착하면 써 먹는게 거짓말이었습니다. 그것은 독재정권 일수록 유독 심했습니다. 평상시에도 민심이 나빠지면 건(件)을 만들어 터뜨리는 수법은 하도 많이 보아와 놀랄 일도 아닙니다.

거짓말은 한번 하면 자꾸 하게되는 관성(慣性)이 있습니다. 거짓말을 덮으려고 또 거짓말을 하고 그렇게 하다 보면 더 큰 거짓말이 되어 사건이 커지고 결국은 들통이 나게 마련입니다.

50년대 자유당 시절의 보도연맹 사건, 국민방위군 사건, 거창양민학살사건등 국민을 속인 사건들은 고스란히 역사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국군에게 공비(共匪)옷을 입혀 조사를 나간 국회의원들에게 총질을 시킨 그런 어이없는 일을 백주 대낮에 벌인 것이 자유당 정권의 정체였습니다.

거짓말로 민심이 나빠지고 여론이 들끓으면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처럼 써먹는 것이 ‘위기의식’의 조장입니다. 상처를 치료할 때 더 큰 쇼크를 주어 고통을 잊게하는 그런 ‘잔꾀’를 하도 많이 봐 왔기에 때가 되면 알만한 국민들은 “뭔가, 또 나오겠구먼”하고 미리 예측을 합니다. 그러면 어김없이 뭔가가 나옵니다. 세상은 바뀌어 디지털시대가 됐는데 위정자들은 예나 이제나 아날로그의 꼼수로 정치를 하는 것이지요.

오래지 않은 과거, 선거 때 세가 불리하자 북한 쪽에 휴전선에서 총질을 해 달라고 부탁을 했다는 믿을 수 없는 사실이 공개 된적도 있습니다. 그것이 소위 북풍조작사건(北風造作事件)아닙니까.

정부가 발표를 하면 국민은 믿어야 하는 것이 상식입니다. 국가원수인 대통령이 말씀을 하는데 그것을 믿지 않는다? 세월호 사건도, 성완종 사건도, 국정원의 도청, 해킹사건도 뒤가 깨끗이 밝혀지지않고 용두사미가 되는 것을 눈으로 보고 있으니 국민들이 의혹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는 것은 당연합니다.

2천여 년 전 공자가 식, 병, 신을 역설한 것은 시공을 넘어 오늘에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경제가 잘되고 안보가 튼튼해야 나라가 존립하는 것은 현재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말이 좋아 거병, 거식이지 군사가 없고 백성이 배를 곯는데 어찌 나라를 유지 할 수 있겠는가. 치세(治世)에는 국민의 믿음이 그 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공자는 강조한 것입니다.

다시 공자의 말씀을 적습니다. 정치를 말하는 ‘정사 政’자는 원래 바를 정(正)입니다. 정치는 바르게 해야 한다는 게 본뜻입니다.

경제도 좋고 안보도 좋지만 서로 믿는 사회가 좋은 사회입니다. 대통령의 말도 믿고 총리의 말도 믿고 저자거리, 범부(凡夫)의 말도 믿는 사회가 돼야합니다.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고 불신하면 배가 부른들, 군대가 강한 들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우리 사회가 선진 사회가 되려면 거짓말을 해도 믿는 그런 사회가 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일찍이 도산 안창호선생의 ‘민족개조론’의 첫 번 째는 ‘거짓말 하지않는 국민’입니다. 오죽 거짓말이 많았으면 그런 말을 했을까요. 무신불립(無信不立). 정치지도자는 물론 너나없이 모두 새겨 봐야 할 교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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