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가위는 특별합니다. 뜻밖의 대참사를 겪은 우리 국민 모두에게 지난 봄과 여름은 참으로 견디기 힘든 고통스런 계절이었지요. 온나라가 아직도 집단 패닉 상태에 빠져 심한 트라우마를 앓고 있습니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이 세월은 우리를 풍요의 계절 가을 앞에 세웠습니다. 고속도로에 차량행렬이 이어지면서 고향 열차에 몸을 실은 귀성객들 마음은 벌써 고향에 닿아 있습니다. 도로 사정을 전하는 라디오 방송에선 고향을 그리워 하는 도시인들의 마음을 담은 노래들이 쉴새없이 흘러나와 고향을 찾는 이들의 마음을 적셔줍니다. 가을은 역시 시의 계절이기도 합니다. "달빛이 하얗게 쏟아지는 가을밤에" 달빛 아래 산들은 빚진 아버지처럼 까맣게 앉아 있고 까만 산속 집들은 보이지 않고 담뱃불처럼 불빛만 깜박인다 이 시 어떻습니까? 시인은 가을을 풍요의 계절이라고 믿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피폐해진 한국 농촌의 신산한 삶에도 관심을 가져줄 것을 호소합니다. 안도현에 오면 가을은 이렇게 묘사됩니다. “한 잎 두 잎 나뭇잎이 낮은 곳으로 자꾸 내려 앉습니다 이처럼 시인들은 가을이 담고 있는 다의적 의미를 현실에 견주어 표현합니다. 소설의 영역은 자연의 신비함을 다양한 어휘력을 동원해 그리고 있습니다. “자연은 끝없이 자신에 대해 말하지만 인간은 그 비밀을 알아채지 못한다. 인간은 자연의 영원한 이방인이다”(괴테) 이쯤 되면 가을은 여러 색깔을 띠게 됩니다. 풍요의 계절을 상징하는 만큼 계절의 내용도 아주 특별한 것이 가을 같습니다. 평소 잘 못보던 가족과 친척, 친지들을 오랜 만에 만나 어찌 사는 지 그들의 삶도 한번 들여다 보고 무탈하다면 감사하고 그러지 않고 고통의 순간을 겪고 있는 이웃이 있다면 남달리 더 챙겨 보는 계절로 삼으라는 뜻 아니겠습니까? 가족끼리 모여 행복하고 따뜻한 한가위가 된다면 축복받을 일입니다.. 하지만 나아가 이번 추석만큼은 가족 친지 뿐만 아니라 가난하고 힘겨워하는 이웃에도 눈길을 돌릴 줄 아는 기쁨을 누려보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리하여 괴테 말처럼 더불어 살 줄 알고 그래서 자연의 비밀을 아는 진정한 자연의 이웃이 되는 것은 또 어떻겠습니까? 뜻깊은 한가위가 되기를 진정으로 소망합니다. <저작권자 ⓒ 세종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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