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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속에서 만난 몽골의 천사:세종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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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속에서 만난 몽골의 천사

'어머니의 바다' 몽골 흡스굴 호수 (4)

이정식 / 언론인 | 기사입력 2014/06/21 [08:28]

빗속에서 만난 몽골의 천사

'어머니의 바다' 몽골 흡스굴 호수 (4)

이정식 / 언론인 | 입력 : 2014/06/21 [08:28]
▲ 폭우로 무너진 나무다리
▲ 길을 가르쳐준 몽골의 남자 천사들

폭우로 붕괴된 다리를 만나다

5일 저녁 7시쯤 우리는 최대의 난관에 부딪쳤다. 좁은 강(또는 시내) 위에 놓여있던 다리가 폭우에 붕괴된 것이다. 우리가 어찌할 바를 몰라 우왕좌왕하고 있을 때였다. 오토바이를 탄 두 사나이가 나타났다. 우리에게 다가와 안전하게 건널 수 있는 수심이 낮은 지역을 알려줄 테니 따라오라고 했다. 우리 차들은 두 사나이가 탄 오토바이를 뒤따라갔다. 그들은 한 지점에 서더니 “저쪽으로 건너가라”고 건널 위치를 가리켜 주었다. 우리차들은 그들 덕에 강(또는 시내)을 무사히 건넜다.

처음엔 사실 막막했다. 해는 저물고, 길은 끊어지고, 잘못하면 초원에서 날밤을 새울 처지였다. 이럴 때 두 사람이 나타났던 것이다. 천사가 따로 없었다. 나는 몽골천사 두 사람의 사진도 차안에서 재빨리 찍어두었다.
<주: 강(또는 시내>라고 표현한 것은 가물 때는 얕은 시내였을 것으로 보이는데, 물이 불어나 강물처럼 변해 있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우리를 안내하고는 어디론가 가버렸다. 비는 계속 내렸다. 조금 가다 창밖으로 보니 형편없이 무너져 내린 나무다리가 또 보였다. 우리 차들은 다리를 조금 우회해 이곳 역시 무사히 통과했다. 해는 점점 어두워지고 있었다.

저녁 빗속에 떠오른 쌍무지개

우리가 쌍무지개를 본 것은 비가 쏟아지던 이날(5일) 저녁 8시 40분쯤이었다. 비가 계속 내리는 중에 산길을 지나고 있는데 차 뒤로 무지개가 선 것을 누군가가 보았다. 그렇지 않아도 조수석에 앉았던 이정호 사진작가가 “무지개가 뜰 텐데---”하며 주위를 계속 살피던 중이었다. 나는 내심 “비가 그치지 않았는데 무지개가 뜨겠나”하고 생각했다. 무지개는 늘 비가 갠 후에 뜨는 것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 빗속의 쌍무지개

그런데 무지개는 빗속에서도 떴다. 차를 세우기 무섭게 무지개를 찍기 위해 모두들 재빨리 차에서 내렸다. 동료를 위해 우산을 받쳐주는 신사도 있었다.
우산은 사진에도 유익했다. 만약에 우산이 보이지 않았다면 비가 오고 있는 상황에서 뜬 무지개인지 여부를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여기 사진의 그림자는 나의 그림자이다. 내 뒤로 멀리서 석양빛이 비추고 있었다는 증거다. 무지개는 그 석양 빛에 의해 만들어진 것일게다.

비내리는 몽골의 산중에서 만난 무지개는 아름다웠다. 그것도 쌍무지개라니. 이번 여정에서 처음 본 무지개는 언덕에 비스듬하게 걸쳐져 있었다.
1호차에 타고 있던 나는 처음에는 28-300미리 렌즈가 달린 카메라를 갖고 나갔는데 카메라에 무지개가 다 들어오지 않았다. 그래서 차로 돌아가 16-35미리 광각을 꺼냈다. 무지개는 이 광각렌즈에 꽉 차게 나왔다. 노출 정도에 대한 자신이 없었으므로 플러스(+) 마이너스(-) 보정을 해가며 여러 컷 찍었다.
이곳을 떠난지 15분쯤 후에 무지개를 또 만났다. 같은 무지개가 아닐 것이다. 무지개 반대편으로는 짙은 먹구름 사이로 저녁 노을이 붉게 타고 있었다. 시간은 정각 9시였다.

무지개 촬영은 이날의 하이라이트였다. 붉은 저녁노을까지 찍고 차에 오르니 어둠이 순식간에 쫙 깔렸다. 머릉까지 60킬로미터 가량 남았다고 했다. 약 3시간 거리란다. 시속 20킬로로 간다는 얘기였다.
칠흑같은 밤에 순전히 운전사의 감에 의존해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래도 가파른 절벽 길에는 운전자들을 위해 흰색을 칠한 나무 기둥들을 절벽 쪽에 군데 군데 세워놓았다.
산길이나 초원의 길이나 한길로 쭉 나있는 것이 아니다. 제멋대로 여러갈래로 되어있어서 낮에도 자칫하면 엉뚱한 길로 갈 수 있다. 30대 초의 몽골 가이드 바타르씨는 체격이 좋은 52세 운전기사 강볼드씨를 가리켜 인간 네비게이션이라고 했다. 트럭 운전을 20년 이상하고 관광차를 12년 이상 몰아서 전국의 길은 훤하다고 했다.
그렇게 머릉에 도착한 시간이 현지시간 6일 0시20분이었다.

자정을 넘겨 도착한 이날은 3일째 강행군에 지쳐서인지 대개들 저녁을 포기한 채 취침에 들어갔다. 그러나 그 밤중에 기여코 라면을 끓여먹고 잔 분도 있었다. (5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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