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Undefined index: HTTP_ACCEPT_ENCODING in /home/inswave/ins_news-UTF8-PHP7/sub_read.html on line 3
[칼럼] 현대인의 감정변화:세종경제신문
로고

[칼럼] 현대인의 감정변화

오응환 논설위원 | 기사입력 2020/07/06 [23:00]

[칼럼] 현대인의 감정변화

오응환 논설위원 | 입력 : 2020/07/06 [23:00]
오응환 논설위원
오응환 논설위원

"마음이 흔들리면 활 그림자도 뱀으로 의심하고, 쓰러져 있는 돌도 엎드린 호랑이로 보이나니, 이런 가운데서는 모든 것이 죽어가는 기운이다. 마음이 고요하면 석호(石虎)와 같은 흉포한 사람도 갈매기처럼 온순하게 만들고, 개구리 울음소리도 아름다운 음악으로 들리니 이르는 곳마다 참된 작용을 보리라."

"마음이 혼란하면 벽에 걸린 활의 그림자도 뱀처럼 느껴지고 바위도 호랑이로 보여 모든 것이 자기를 해치는 살기를 지닌 것처럼 생각된다. 그러나 마음이 평정하면 사나운 사람도 갈매기처럼 길들고 시끄러운 개구리 소리도 아름다운 음악으로 들려 눈에 보이는 것, 귀에 들리는 것마다 생기를 지닌 것처럼 생각된다."

'채근담'에 나오는 내용이다. 인용이 길지만, 내용이 장(章) 단위로 되어 있어 그대로 인용했다. 내용에서 보듯 인간의 감정 문제는 과거에도 삶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감정의 문제들을 인격 수양, 나아가 도의 수준으로까지 인식했다. 옛날에도 이랬을진대, 하물며 현대사회에서는 어떻겠는가. 감정도 사회변화와 맞물려 오늘날의 생산품만큼이나 과잉 생산되기 때문이다.

감정소비는 크게 두 가지 양상으로 나타난다. 감정에 의한 '자기 확장'과 '자기연민'이 그것이다. 전자는 타자(他者)에 대한 배타적 감정이다. 이런 배타적인 감정은 전방위적으로 나타난다.

묻지 마 범죄는 대표적인 사례다. 실제로 서구사회는 물론 우리 사회에서도 묻지 마 폭행(King Hit)과 같은 무작위 범죄가 많이 증가하고 있다. 사회에 대한 불만의 감정, 자신의 불안감을 이렇게 배타적으로, 공격적으로 표현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SNS, 페이스북, 트위터와 같은 사회적 연결망을 통해 끊임없이 소통하지만 늘 감정은 불안하다. 수많은 사람 속에 바삐 움직이고 있지만, 고독감을 느낄 때가 많다. 이런 감정들이 부정적으로 작용하여 사이버 폭력과 왕따를 만들어낸다. 청소년들의 경우 학교 울타리 안팎에서 발생하는 학교폭력이 대표적인 경우가 아니겠는가.

후자는 '자기파괴'의 형태로 나타난다. 자기파괴는 무섭다. 소모적인 감정을 통해 자신을 괴롭힌다. 자신이 망가질 때까지 자신을 서서히 파괴해 간다. 이를 피하고자 의식적으로 무엇인가 열심히 하지만 늘 채워지지 않는 공허감이 남는다. 그럴수록 공허감을 메우기 위해 더 열심히 자신을 채찍질하지만 이런 공허감은 다시 공허감으로 이어진다.

어떤 경우에는 타자의 말 한마디가 자기 안에서 살아 움직이며 '자기 고문 게임'을 하게 만든다. 이런 소리에 자기 스스로 자신이 고문을 당하게 된다. 심지어 목숨까지 포기하게 한다.

감정의 배타적 확장이 발산적(發散的)이라면 자기연민은 수렴적(收斂的)이다. 전자의 문제가 되었든 후자의 문제가 되었든 이 문제는 현대사회가 안고 가야 할 또 다른 숙제다. 그렇다면 이런 감정 과잉의 문제들을 어떻게 건강하게 소비할 것인가. 너도나도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넘쳐나는 감정의 과잉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결론은 다시 채근담 이야기다. 바로 이게 답이다.

"바람이 성긴 대나무 숲에 불어와도 바람이 지나가면 대나무 숲은 소리를 남겨두지 않고, 기러기가 한 연못을 지나가도 기러기가 지나가 버리면 연못은 그림자를 남겨두지 않는다. 그러므로 군자(君子)는 일이 오면 비로소 마음이 나타나고, 일이 지나가면 마음도 그와 함께 공(空)으로 돌아간다."

oj9209@naver.com

  • 도배방지 이미지

채근담, 감정변화 관련기사목록
포토/영상
이동
메인사진
무제2
  • 썸네일
  • 썸네일
  • 썸네일
  • 썸네일
  • 썸네일
  • 썸네일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