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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식의 작가노트] 도스토옙스키의 천국과 지옥 ① 천국은 어디에 있나?:세종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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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식의 작가노트] 도스토옙스키의 천국과 지옥 ① 천국은 어디에 있나?

이정식 대기자 | 기사입력 2020/03/14 [21:47]

[이정식의 작가노트] 도스토옙스키의 천국과 지옥 ① 천국은 어디에 있나?

이정식 대기자 | 입력 : 2020/03/14 [21:47]
도스토옙스키가 4년간의 유형을 마친 후 1859년까지 5년반 강제 군생활을 한 시베리아 세메이(현재는 카자흐스탄 영토) 도스토옙스키 박물관의 도스토옙스키 사진 [이정식 대기자]
도스토옙스키가 4년간의 유형을 마친 후 1859년까지 5년반 강제 군생활을 한 시베리아 세메이(현재는 카자흐스탄 영토) 도스토옙스키 박물관의 도스토옙스키 사진 [이정식 대기자]

러시아의 소설가 도스토옙스키(1821~1881)는 28세 때 정치범으로 사형장까지 갔다가 총살되기 직전 황제의 칙령으로 시베리아 유형으로 감형되어 극적으로 목숨을 건졌다. 그는 새 생명을 얻게 된 것을 기뻐했으며 이후 ‘삶은 선물’이란 생각을 갖게 된다. 또한 시베리아 유형생활을 잘 마친 후 더 나은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 보람있는 삶을 살아가리라고 다짐한다. 

그가 그 뒤 온갖 시련과 고통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러시아 뿐 아니라 세계적인 대문호로 우뚝서게 된 것은 그같은 극단적 경험과 다짐이 밑거름이 됐다고 본다.

도스토옙스키의 삶에 대한 태도는 그가 1878년부터 1880년까지 3년간 심혈을 기울여 쓴 최후의 대작 『카라마조프씨네 형제들』의 아래 대목들에서 구체적으로 표현된다.

이 소설에는 존경받는 수도사 조시마 장로의 10대 때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스무살도 못 되어 폐결핵으로 죽은 친형이 죽기 직전, 슬퍼하는 어머니를 이렇게 위로했다고 회상한다.

“어머니, 울지 마세요. 인생은 천국이고 우리들은 모두 천국에 살고 있는데도, 우리들이 그 사실을 알고 싶어 하지 않을 뿐이예요. 만일 그것을 알고 싶어 하기만 한다면 내일이라도 이 세상에 천국이 이뤄질 거예요.” (『카라마조프씨네 형제들』, 도스토옙스키, 이대우 옮김, 열린책들, 2008)

그런가 하면 조시마 장로는 수도사가 되기 전, 장교 시절에 자기 보다 나이와 관등이 더 위인 사람과 사소한 시비로 결투를 벌이게 됐는데 결투장에서 상대가 쏜 총알이 자신을 비껴간 후, 그를 향해 총을 쏠 순서에 권총을 집어 던진 후 이렇게 말했다.

“주변에 있는 하느님의 선물을 살펴보십시오. 맑은 하늘, 신선한 공기, 부드러운 풀, 새들, 아름답고 순진무구한 자연을 말입니다. 하지만 우리들만은 하느님을 믿지 않은 채 어리석음에 빠져있으며, 인생이 천국임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들이 그것을 이해하려고만 한다면 자연은 당장이라도 아름답게 단장한 모습으로 나타날 것이고, 우리들은 서로 포옹한 채 눈물을 흘리게 될 것입니다······.”

조시마 장로는 이어지는 이야기에서, 자신의 과거 살인행위를 숨기고 지역에서 부자이자 존경받는 사회사업가로 살았던 한 사람의 사례를 든다. 그 사람은 14년 전 사랑하는 여인이 다른 사람과 결혼하려는 것을 알고 질투심을 못 이겨 몰래 그녀를 찾아가 칼로 찔러 살해한다. 살인의 혐의는 행실이 바르지 못했던 그 여인집의 농노 출신 하인에게 돌아갔고 그는 어떠한 의심도 받지 않았다. 그러나 마음 속의 고통은 세월이 흐를수록 커져만 갔다.

어느날 그는 지역의 뜨거운 화제가 된 결투 사건의 주인공 조시마 장로를 찾아간다. 둘이 자주 만나게 되면서 결국 자신의 죄를 고백한다. 고백에 앞서 그는 조시마 장로에게 이렇게 말한다.

“인생은 낙원이라고 나는 이미 오래 전부터 생각해 왔지요. (···) 낙원이란 각자의 마움 속에 숨어있는 것입니다 그것은 지금 내 마음속에도 숨어 있어서 내가 원한다면 실제로 내일 당장 나한테 나타나 일생 동안 자리잡게 될 것입니다.”

도스토옙스키는 이렇게 소설 속에서 인생은 낙원이고 천국이며 그것은 자신의 마음 속에 있는 것이라고 이사람 저사람의 입을 빌어 설교한다. 도스토옙스키는 천국은 바로 이 세상에 있다고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다. 비록 자신은 지독하게 힘든 고난의 일생을 살았지만, 그는 서로 사랑하고 감싸주며 아름답게 사는 세상이 천국이라고 말하고 있다.

사실 도스토옙스키의 그러한 천국관은 바로 그의 신앙이기도 한 기독교적인 것이다. 천국에 대해 성경은 이렇게 말한다.

바리새인들이 하나님의 나라가 어느 때에 임하나이까 묻거늘 예수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하나님의 나라는 볼 수 있게 임하는 것이 아니요, 또 여기 있다 저기 있다고도 못하리니 하나님의 나라는 너의 안에 있느니라.” (누가복음 제172021. 성경전서 개역개정판, 대한성서공회, 2001)

그러면 도스토옙스키에게 지옥은 무엇인가? 또 그것은 어디에 있는가? 도스토옙스키는 지옥을 이렇게 말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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