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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한가'를 통해 본 비운의 양귀비 (1):세종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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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한가'를 통해 본 비운의 양귀비 (1)

양귀비의 생과 가련한 최후를 그린 백낙천의 '장한가'

이정식 / 언론인 | 기사입력 2014/05/11 [09:17]

'장한가'를 통해 본 비운의 양귀비 (1)

양귀비의 생과 가련한 최후를 그린 백낙천의 '장한가'

이정식 / 언론인 | 입력 : 2014/05/11 [09:17]
▲ 양귀비꽃과 꿀벌

현종, 군사들의 분노를 진정시키기 위해 양귀비의 교살을 묵인

역사상 이름이 널리 알려진 수많은 미인 가운데서도 유명세에 있어서는 양귀비(楊貴妃, 719~ 756)가 단연 으뜸이다. 그 이유는 그녀의 생애와 종말이 온갖 극적인 요소를 풍부하게 갖고 있기 때문이다.
황제[당현종(唐玄宗, 685~762)]인 아버지가 아들로부터 며느리를 빼앗아 후궁으로 삼은 것부터가 그렇고, 양귀비에 빠져 총기를 잃은 채 정사를 제대로 돌보지 못하다가 안록산의 난이 나자 도망치는 신세가 된 것이 그것이며, 최후에는 사랑하는 양귀비를 지키지도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죽게 만드는 가련함이 그것이다.

미인박명(美人薄命)이라 했던가!
현종황제가 매우 신임했던 변방의 장수였으며 양귀비의 양아들을 자청하였던 안록산(安祿山)이 난을 일으킨 것은 천보 14년 서기 755년 겨울. 반란군이 파죽지세로 장안을 향해 쳐들어오자 현종은 마침내 장안을 떠나 몽진(蒙塵: 황제 또는 임금의 피난길)을 하게 되었다. 이듬해인 756년의 일이다. 양귀비의 6촌오빠인 재상 양국충(楊國忠)을 비롯한 대신들과 태자, 양귀비, 그녀의 자매인 세명의 국(國)부인, 그리고 여러 황족들이 무장한 천여명의 친위군사의 호위를 받으며 서남쪽 촉 땅을 향해 발길을 옮겼다.
몽진 이튿날, 장안과 1백여리 거리에 있는 마외역(馬嵬驛, 본래 이름은 馬嵬坡)에 도착했을 때 굶주리고 피로에 지쳐 있던 친위군사들의 불만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군사들의 지휘자인 진현례(陳玄禮)는 오늘날 이러한 상황을 초래한 장본인인 재상 양국충을 죽일 것을 결심했다. 부하 이보국(李補國)으로 하여금 태자 형(亨)에게 가서 양국충을 죽이라는 칙명을 내리도록 요청하라고 지시했다. 이보국은 태자를 찾아 그러한 요청을 하였으나 태자는 침통한 표정만 지을 뿐이었다.

이때 양국충이 말을 타고 역관 앞뜰로 들어오고 있었다. 양국충이 들어오는 것을 보자 스무명 남짓한 토번(吐蕃, 당·송시대에 티베트족을 일컫던 이름) 사나이들이 그의 말을 가로막았다. 이들은 토번의 사절로 장안까지 온 사람들이었는데, 공교롭게도 황제의 몽진을 만나 여기까지 따라온 것이었다. 그들 역시 먹을 것이 있을리 없었다. 재상 양국충에게 먹을 것을 줄 것을 호소했다.
이 광경을 보고 있던 이보국이 문득 한 꾀를 내었다. 그는 큰 소리로, “역적 양국충이 토번과 음모를 한다!”고 몇차례 소리쳤다.
광장에 모여 있던 일단의 병사들은 영문도 모르고, “역적 양국충을 죽여라” 하고 이에 응하였다.
놀란 양국충이 말고삐를 당겨 말을 돌리려했을 때 어디선지 날아온 화살 하나가 그의 말안장을 맞추었다. 양국충은 굴러 떨어지다시피 말에서 내려 서쪽문을 향해 달아났다. 그러자 병사들이 일제히 칼을 뽑아들고 양국충을 뒤쫓았다. 잠시후 다시 돌아온 병사들의 창끝에는 양국충의 목이 달려 있었다. 병사들은 피에 굶주린 늑대처럼 흥분해 있었다. 양국충의 아들, 일가 친척들이 차례로 주살되었다.

양귀비의 최후

역관(驛館)안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현종이 군사들의 난을 알고 제지하려 했으나 어찌할 방도가 없었다.
진현례가 황제앞에 나아가 아뢰었다.
“양국충은 이미 죽었습니다. 그러나 화근은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폐하, 사사로운 정을 버리시고 국법을 세우십시오.”
화근이란 양귀비를 가리키는 말임을 현종은 알 수 있었다. 밖에서는 군사들이 ‘나라를 이지경으로 만든 요망한 계집 양귀비를 죽이라’고 외치고 있다. 황제는 그대로 멍청히 서 있었다.
진현례가 말을 이었다.
“지금 군사들의 분노를 가라앉히는 방법은 그 길 밖에는 없습니다. 위험은 폐하의 몸에 미칠지도 모릅니다. 폐하, 속히 성단(聖斷: 잘잘못에 대한 임금의 판단)을 내리십시오.”
현종은 말하기를,
“귀비는 항상 궁전 안에 있었다. 국충의 일족이라고는 하나 국충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지 않은가.”
이렇게 말하며 늙은 환관 고력사(高力士)를 돌아보았다.
고력사는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귀비님은 과연 죄가 없습니다. 죄가 있다고 말할 자가 감히 어디에 있겠습니까. 그러나 귀비마마께서 곁에 계시면 폐하께서도 결코 편안하실 수 없으리라고 생각됩니다. 깊이 통촉하시옵소서. 지금 할 일은 군사들의 마음을 안정시키는 것입니다.”
현종은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다. 귀비의 처분은 그대에게 맡긴다. 칼을 사용하지 말고 그 일을 행하라.”
고력사는 현종에게 깊이 절하고 곧 양귀비가 있는 역관 안으로 들어갔다. 어느덧 그의 손에는 비단끈이 쥐어져 있었다.
양귀비는 어두컴컴한 창가에 의자를 놓고 앉아 있었다.
“마지막 이별의 때가 왔습니다.”
고력사가 말하자, 귀비는 얼굴빛은 변하였지만 곧 잔잔한 목소리로, “양씨 일문들이 진현례에 의해 죽음을 당했다는 이야기는 들었소. 진현례는 청렴하기로 소문난 무인이오. 평소 폐하께 간했던 말 가운데 잘못이 없었소이다. 내가 잘 알고 있소. 나도 양씨 일문, 기다리고 있었소.”
고력사는 얼굴을 외면하고,
“귀비님이 죄가 없다는 것을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하고 말을 잇지 못하자,
“아니오. 폐하의 이 나라를 이렇게 만든 사람은 양국충이오. 양국충은 내가 있었으므로 그처럼 행동했을 것이오. 귀비인 내가 어찌 죄가 없다 하겠소.”
귀비는 의자에서 일어났다. 고력사가 앞장서자 귀비는 그 뒤를 따랐다. 고력사는 그녀를 역관 안의 작은 뜰로 데리고 갔다. 그곳엔 조그마한 불단이 있고, 그 옆에 늙은 대추나무가 한 그루 서 있었다. 양귀비는 그 대추나무 아래에 가서 조용히 섰다. 눈물도 흘리지 않았다.
고력사는 양귀비의 뒤로 돌아가 비단 끈을 귀비의 목에 걸고 있는 힘을 다해 목을 졸랐다. 그녀가 소생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이 순간 그의 임무였다. 환관 고력사는 냉정하게 그일을 해냈다. 일대의 미인 양귀비는 이렇듯 마외의 이슬로 사라졌다. 이때 양귀비의 나이 38세.
고력사는 양귀비의 시신을 수레에 눕히고 광장으로 끌고 나갔다.
진현례가 다가와 양귀비의 죽음을 확인하고는 “좋소” 하고 말했다.
진현례는 갑옷을 벗고 칼을 풀고 땅바닥에 꿇어 앉아 죄를 청했다. 병사들도 흥분이 가라앉았는지 하나둘 얼굴을 돌리고 역관 뜰에서 사라졌다. 현종은 진현례를 처벌하지 않았다. 그에게 군사를 지휘하라고 명령했다.
양귀비는 고력사의 손으로 역관에서 멀지 않은 들판 한 귀퉁이에 매장되었다.
현종은 마외역에서 군사들의 반란으로 총애하던 양귀비를 속수무책으로 잃은 채 촉으로의 몽진을 재촉했다. 이때 현종의 나이 72세.


백낙천의 ‘장한가’

훗날 당의 시인 백낙천[白樂天, 낙천은 자, 본명은 백거이(白居易), 772~846]는 그의 유명한 장편서사시 ‘장한가(長恨歌)’에서 그때의 일을 이렇게 노래하고 있다.

九重城闕煙塵生    千乘萬騎西南行
(구중성궐연진생) (천승만기서남행)
翠華搖搖行復止    西出都門白餘里
(취화요요행부지) (서출도문백여리)
六軍不發無奈何    宛轉蛾眉馬前死
(육군불발무나하) (완전아미마전사)
花鈿委地無人收    翠翹金雀玉搔頭
(화전위지무인수) (취교금작옥소두)
君王掩面救不得    回首血淚相和流
(군왕엄면구부득) (회수혈루상화류)

황제의 궁에도 전화의 연기와 먼지가 피어 올랐으니
황제 일행은 서남[촉(蜀)땅]으로 피난길에 올랐네
황제의 깃발은 흔들흔들 나아가단 멎고, 멎었다간 다시 나아가다
장안 서쪽 백여리(마외파)에 이르렀네
육군(친위군) 군사들 하나같이 발걸음 떼지 않아 어쩔 수 없이
갸름한 눈썹의 미인(양귀비) 병사들의 말 앞에서 죽고 말았네
꽃비녀 땅에 떨어졌건만 줍는 이 없고
비취잠, 금비녀, 옥소두 모두 땅에 흩어졌네
황제는 얼굴 가린 채 그녀를 구하지 못하여
머리 돌려 피눈물 비오듯 흘렸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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