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Undefined index: HTTP_ACCEPT_ENCODING in /home/inswave/ins_news-UTF8-PHP7/sub_read_amp.html on line 3 ˝궨당 문화속에서 핀 제주토착민들의 신앙의 꽃˝:세종경제신문
˝궨당 문화속에서 핀 제주토착민들의 신앙의 꽃˝
[오롯이 걷는 제주 순례길 3편]
2016-08-22 민경중 대표기자
“자연환경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길은 영성을 담을 때 비로소 생명력을 갖습니다. 올레길이 아닌 순례길이 필요한 까닭입니다.”
도지사를 만나고 도청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강연도 하였다. 제주도 공무원들에게도 기독교순례길이 제주도를 알리는 데 매우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강조하였고 결과적으로 제주도와 제주관광공사가 함께함으로써 그 가능성을 활짝 열었다.
보라색 물고기가 가르쳐주는 방향을 지시해주는데 처음에 이것을 설치할 때는 아무래도 성황당이나 마을 길목의 큰 나무 아래에 설치할 수밖에 없었으므로 주민들이 반대하지 않을까 우려하였다. 다행스럽게 지금까지는 그런 분들이 없었다. 오히려 가게의 주인 할머니는 가게 옆에 세운 물고기 표지판을 잘 닦아주고 넘어지면 세워주기도 했다. 금성리 옛 금성교회당 앞에는 큰 공용주차장까지 생겼다. 조수교회 김정기 목사는 순례객들과 만나는 일이 새로운 일과가 되었다며 기뻐한다.
SCL이라는 자동차 부품 생산업체를 경영하며 상록장학재단의 회장이기도 한 이상춘 집사는 순례길을 걸은 뒤 그 감동을 혼자 갖고 있기가 아쉽다면서 자신이 직접 비용을 들여 젊은이들 40명을 초청해 순례길을 걸었다. 그는 또 제주 교회의 역사를 담은 박물관 건립의 꿈까지 꾸게 될 만큼 ‘제주앓이’를 하게 되었다.
기독교순례길이 생기자 천주교순례길과 불교순례길이 그 뒤를 이었다. 그러면서 제주는 종교 순례길을 가진 섬이 되었다. 우리는 다종교 국가이면서 평화롭게 공존하는, 세계에서 몇 안 되는 사례를 자랑하는 국가이다. 그 상징이 바로 제주도의 종교 순례길인 셈이다. 제주도는 이제 관광의 섬에서 힐링의 섬으로 새로운 모습을 드러내게 된 셈이다.
길은 아무도 소유할 수 없는 공공의 영역이다. 한 사람이 가고, 다음 사람이 감으로써 길은 만들어진다. 그렇게 길을 가는 사람들의 희로애락이 또 녹아 있다.
제주 순례길을 걸으면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을 보면서 창조의 섭리를 묵상하고 척박한 땅에서 살아온 제주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면서 자신을 돌아볼 수도 있다.
이 길을 천천히 걸으며 그동안 성장에만 급급했던 한국교회 그리스도인들이 자신들이 걸어 온 길을 성찰하는 기회로 삼기를 기대한다. 이 길은 고난과 핍박에도 굴하지 않고 묵묵히 또 꾸준히 믿음의 씨앗을 뿌린 신앙의 선진들을 만나는 길이기 때문이다. 척박한 땅에서 자란 포도나무의 포도가 더 맛있는 와인을 만든다고 한다. 뿌리가 땅속 깊이 스며서 포도의 맛을 더 깊게 하기 때문일까? 어쩌면 제주의 신앙도 그럴 것이다.
이제 떠나보자. 제주의 바람이 불어오는 그곳에서 내 신앙의 첫 사랑을 되살려보자. 순례자의 노래는 파울로 코엘료의 말처럼 용기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