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안후이성 보저우(毫州)는 중국 주나라의 전설적인 의사인 편작(扁鵲)과 더불어 명의를 상징하는 동한 화타(華佗)의 고향입니다. 지금도 보저우는 ‘약도(藥都)’고 불릴 정도로 중국내에서 가장 큰 중의약재 집산지입니다. 화타는 환자의 얼굴색을 보기만 해도 병을 진단하고 상태를 예견하는 뛰어난 망진실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타가 더 명의로 소문났던 것은 침과 약만으로 치료할 수 없을 경우 자신이 개발한 마비산으로 과감하게 환자를 마취시키고 환부를 절개하는 외과적 수술을 단행했습니다. ‘중국 최초의 외과의사’ 라는 타이틀도 결국 절진의 결과이기도 합니다.
동향이었던 조조의 두통을 치료하다가 중도 낙향 한 후 부름에 응하지 않아 죽음에 이른 화타에 관해서는《후한서(後漢書)》의 ‘방술열전(方術列傳)’과 《삼국지(三國志)》 ‘위서(魏書)’의 ‘방기전(方技傳)’ 등을 통해 수많은 얘기들이 전해집니다.
맥 중에 무혼맥(無魂脈)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동의보감에 숨을 두 번 내쉴 동안 한 번 뛰고 두 번 들이쉴 동한 한번 뛰는 것을 증상을 무혼맥이라고 합니다. 무혼맥이 나타나면 반드시 죽는다고 증상을 적고 있습니다. 이런 맥이 나타나는 사람이 걸어 다니는 것을 보고 행시(行尸, 걸어다니는 시체)라고 불렀습니다.
서양의학에서의 부정맥(arrhythmia)과 비슷합니다. 심장의 전기 자극이 잘 만들어지지 않거나 자극의 전달이 잘 이루어지지 않아 규칙적인 수축이 계속되지 않고, 심장 박동이 비정상적일 때를 말합니다.
필자도 발작적 심방세동이라는 일종의 부정맥으로 등산 중 쓰러져 응급시술을 받은 경험이 있습니다. 평소 건강한 정상인은 못 느끼지만 부정맥 환자들은 맥박수가 건너뛰거나 너무 빨라지면 가슴 두근거림(palpitation), 흉통(chest pain)을 느낍니다. 이어 실신(syncope)과 함께 심실세동과 같은 악성 부정맥이 발생하면 순간적으로 심장 기능이 완전히 마비되어 곧바로 심장마비로 사망할 수도 있습니다.
맥은 동서양의학 가릴 것 없이 이처럼 몸의 건강을 체크하는 가장 중요한 가늠자가 됩니다. 난맥은 특히 신체의 이상을 알려주는 비상 신호입니다. 질병의 예후를 판단하는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셈입니다.
권력은 유한, 국민및 차기정권에 부담남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난맥상 바로 잡아야
국민들은 ‘국정의 난맥상’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하는 것을 보면서 이 정권도 끝나가고 있음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증상으로 보면 무혼맥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병간호를 하다보면 환자도 환자지만 엄청난 치료비와 슬픔은 가족 몫으로 남습니다. 정신적 트라우마는 더 깊은 잔상으로 남아 가족들을 괴롭힙니다. 요즘은 웰빙보다도 ‘아름다운 마침표’를 위한 웰다잉에 대한 관심들이 높습니다. 일부 대형병원이나 요양원에서는 죽음을 앞둔 환자와 가족이 서로 격리된 채 치료를 받는 것이 아니라 마치 집안 분위기와 같은 병실을 만들어 함께 요리도 하고 추억도 나누는 특별한 공간을 만들어 놓기도 합니다.
아직도 1년반이나 남은 현 정권을 너무 중환자 취급하는 것 아니냐고 억울해 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삶은 그런 겁니다. 권력도 마찬가지였다는 사실을 우리 국민들은 너무도 잘 알고 있습니다. 권불십년화무십일홍(權不十年花無十日紅)은 이미 5년으로 줄은 지 오래입니다. 실제로는 그마저 더 짧다는 사실을 당사자들만 모릅니다.
난맥이 지나치면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은 앞에서 든 예에서 충분히 알 수 있을 것입니다. 화타는 역사 속 인물인 관우와 조조를 모두 치료했습니다. 독화살에 맞았던 관우는 화타로부터 긴급하게 치료를 받아야했습니다. 삼국지에 따르면 관우는 당시로서는 도저히 주변사람들이 지켜보기 어려울 정도의 획기적 방식의 수술(외과수술)을 독하게 참고 받아서 살아났습니다.
반면 편두통에 시달렸던 조조는 외과적 수술을 권유하는 화타가 자신을 죽일 지도 모른다는 의심에 결국 치료받기를 거부합니다. 더나아가 화타를 모진 고문으로 감옥에서 죽게 만듭니다. 그 후 조조는 평생 두통에 시달렸을 뿐 아니라 애지중지하던 아들 조충이 병에 걸려 죽게 되었을 때 화타가 없음을 후회합니다.
박근혜 정부는 지금 관우의 길을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조조의 길을 선택할 것인가 갈림길에 처해 있습니다. 난맥을 바로 잡기 위해서 그리고 남은 삶을 명예롭게 마치기 위해서 과감하게 수술대에 누워 이제라도 의사인 국민들 앞에서 겸손히 수술을 받아야 합니다. 환자 스스로 맥을 잘못 짚어 남은 가족들에게 상처와 짐을 주는 일이 있어서는 안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