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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험하고 갈 길은 멀고:세종경제신문

길은 험하고 갈 길은 멀고

'어머니의 바다' 흡스굴 호수 (3)

2014-06-11     이정식 / 언론인

▲ 호숫가에 위치한 테르힌차강노르 캠프 모습출발 직후 만난 개울과 진창길울란바타르에서 흡스굴까지 오가는 여정에서, 가장 어렵고 길었던 날은 셋째날인 8월 5일이었다. 이날 일행은 아름다운 호수 변에 자리잡은 테르힌차강노르(노르는 호수라는 뜻) 캠프를 오전 9시에 출발해 다음 경유지인 머릉으로 향했다. 머릉은 인구 약 2만의 소도시다. 흡스굴에서 150km 가량 떨어져 있다. 울란바타르에서 머릉까지 비행기가 다니기 때문에 여행객들은 대개 비행기로 머릉에 도착해 흡스굴로 이동한다고 했다. 울란바타르에서 머릉까지의 비행시간은 1시간 40분 가량.우리 일행이 이날 출발한 테르힌차강노르 캠프에서 머릉까지의 거리는 270킬로미터라고 했다. 아스팔트가 잘 되어있고 막히지만 않으면 세 시간이면 충분히 가는 거리다.그런데 오전 9시에 출발한 우리는 머릉에 이튿날 0시 20분(한국시간 6일 1시 20분)에야 도착할 수 있었다. 장장 15시간 20분이 걸렸다. 물론 사진을 찍기 위해 몇 차례 차를 세우기도 했고, 초원에서 점심도 먹었으며 차가 고장을 일으켜 수리하는데 시간이 걸리기도 했지만 그런 것들을 감안하더라도 차로 이동한 시간이 10시간 이상은 된 것 같다. 당초 일정표에도 차량 이동시간이 10시간이라고 되어있다.캠프를 출발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호수 옆 습지를 지나게 되었는데 앞에 시커먼 물이 빠르게 흐르는 개울이 가로막고 있었다. 내가 타고있던 1호차의 운전기사 강볼드씨가 차에서 내려 개울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전날 비가 많이 와서 평소보다 개울물이 불어나 있는 것 같았다. 운전기사는 개울을 어떻게 건널 것인지 잠시 궁리하는 것 같더니 운전석에 올라 용감하게 개울로 차를 몰았다. 차는 무사히 개울을 건넜다. 1호차가 무사히 건너자 2호차, 3호차가 잇달아 건너왔다.길은 온통 진창길이다. 개울을 한차례 더 건넌 후 차를 잠시 세웠다. 가까이서 오리떼들이 놀라 날아가는 모습이 보였다.양떼, 염소떼가 한가롭게 풀을 뜯는 모습은 몽골에서는 일상의 풍경이지만 이 역시 이국인의 눈에는 언제나 평화롭고 신선하다.▲ 물이 불어난 개울을 건너는지프차▲ 우리를 태운 차들이 지나간 진창길갈길은 먼데 차는 자주 고장나고...이날 낮부터 차들이 말썽을 부리기 시작했다. 차량이 오래된 탓도 있지만 도로 사정이 나빠 차가 바닥이나 돌에 쿵쿵 부딪치는 경우가 많았다. 처음엔 1호차 한쪽 뒷바퀴의 충격완화장치에 이상이 생겼다고 했다. 운전기사가 차 밑에 들어갔다 나오더니 운행에는 문제가 없다고 했다. 그 다음부터는 2호차를 고치느라고 차를 세우는 횟수가 잦아졌다. 은근히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세 대가 함께 가고 있지만, 차 자체가 크지 않고 짐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한 대가 말썽을 부릴 경우 두 대로 이동할 상황이 못 되었다. 세 대의 차량은 모두 일제 미쓰비시 델리카였다. 96년 98년 형이라고 했다. 오래된 차였지만 4륜 구동의 지프차 구조로 제작된 차여서 험한 길을 곧잘 달렸다. 6인승이라는데 한 차에 5명씩 탑승했다.이날 이후 2호차가 여러 차례 문제를 일으켰지만 세 사람의 기사는 서로 잘 협력하여 그때마다 문제를 잘 해결하였다.▲ 길가에 차를 세우고 수리하는 일이 종종 있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