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코로나 충격속의 크루즈(3) -3개월 만에 먹은 초콜렛에 감동하기도
– 퀸 엘리자베스호 한국인 여승무원의 기록
2020-09-01 임수민(영국 큐나드 선사 크루즈 ‘’퀸 엘리자베스‘호
그런데 다음날로 예정되어 있던 나의 귀국 항공편이 취소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되면서 하선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그 후 귀국 항공평은 해결이 되었지만, 혹시라도 바이러스에 노출될까 얼굴 가리개와 마스크, 장갑을 낀 채 인천공항으로 입국하기까지 약 18시간을 조심하고 또 조심했다. 이후 격리시설로 지정된 호텔에서 14일 격리를 마친 후, 집 떠난 지 312일 만인 지난 8월 9일 집으로 올 수 있었다.
약 10개월의 이번 승선 기간 중 첫 5개월은 BC(Before Corona/Covid-19), 즉 코로나 전(前)의 크루즈였다. 승객에게는 바다 위를 떠다니는 리조트에서 최상의 서비스를 즐기며 전 세계의 기항지를 만끽하는 크루즈였다. 승무원에게는 끊임없는 단골 승객을 접객하며 하루 종일 바쁘게 일하며 짬짬이 기항지를 즐기는, 전 세계 유일무이한 다문화 업무환경의 일터이자 제2의 집이었다.
BC 이후의 5개월은 DC(During Corona/Covid-19), 즉 코로나 중(中)의 크루즈였다. 대다수의 승객에게는 다시 탈 수 있는 날이 너무나도 기다려지는 그리운 크루즈이지만, 소수의 승객에게는 타고 싶지 않은 위험천만한 세균배양판 같은 크루즈가 되어버렸다. 승무원에게는 생계 및 꿈을 빼앗긴 채 제2의 집에서 진짜 집에 갈 수 있는 날을 기다려야만 했고, 그리웠던 진짜 집에서는 혼란스러운 상황을 하루하루 버티며 언제 다시 일할 수 있을지 모르는 그날만을 기다려야만 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