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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장길 칼럼] 한국 사회는 너무 어둡다:세종경제신문

[송장길 칼럼] 한국 사회는 너무 어둡다

2018-07-11     세종경제신문
▲ 광화문 네거리에서 본 북악산

"세상에서 가장 현명한 사람은 모든 사람으로부터 배우는 사람이고, 가장 사랑 받는 사람은 모든 사람을 칭찬하는 사람이며, 가장 강한 사람은 자신의 감정을 조절할 줄 아는 사람이다."-탈무드 경전

AD 70년 대에 로마에 의해 풍비박산이 된 뒤 세계에 뿔뿔이 흩어진 유태인들을 정신적으로 응집시켜 오늘날 세계의 두뇌로 만든 것은 탈무드 경전이었다. 4~6세기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해서 오늘날까지도 계속 보완되고 있는 이 법전은 유태 종교와 전통, 교훈을 바탕으로 깊은 배움과 칭찬, 희망, 절제를 강조한다. 전향적이고 긍정적인 자세와 철학이 줄거리를 이루고 있다. 그 가르침이 유태인들의 독특한 삶과 교육의 지침이 됐고, 그 힘으로 유태인들은 어디를 가든 그 사회의 주역을 맡는 강인하고 우수한 민족이 됐다.

프랑스에서 방출돼 독일로 몰려가서 독일 건설의 첨병이 됐고, 독일에서 핍박 받자 소련과 미국으로 건너가 냉전 시대에 두 강국의 첨단을 이끌었다. 지금도 최강 미국의 경제계와 법조계, 언론, 영화, 서비스 산업 등의 분야에서 그들의 역할은 독보적이다. 노벨상 수상자만도 180명으로 총 수상자의 20%에 이른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한다. 칭찬을 받으면 당연히 활력을 얻게 되고, 일의 성과를 높여준다. 그래서 미국 등 서양의 교육은 아이들을 꾸짖지 않고 북돋워 준다. 야단치면 죄의식을 갖게 되고, 움츠린다는 이유에서다. 

피그말리온 효과는 믿음과 기대, 예측이 현실화 된다는 교육심리학적 실험 결과다. 조각가 피그말리온이 자신이 조각한 여인상을 지극히 사랑하므로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가 그 조각을 인간으로 만들어 주었다는 그리스 신화를 원용한 것이다. 심리학은 정성껏 키운 쥐가 미로를 더 잘 빠져나간다는 실험으로 남들의 기대가 나의 좋은 결과를 낳게 한다는 로젠탈(Rosental) 효과도 증명했고, 일반적인 현상을 자신의 경우로 믿어 덩달아 좋아지는 바넘(Barnum) 효과도 실증했다. 효과가 없는 가약을 투약해도 환자가 믿으면 효험이 나타나는 플라시보(Placevo) 효과도 상식화됐다. 긍정적인 기대감은 좋은 성과를 얻게 하는 것이다.

조엘 오스틴(Joel Osteen) 목사는 베스트 셀러가 된 두 권의 저서에서 “긍정의 힘”의 놀라운 성취를 설파하면서 끊임없는 불신과 부정적인 의식은 몸과 마음을 피폐하게 만든다고 역설한다.  

물론 사회는 개인과는 다른 원리로 움직이기도 한다. 그러나 사회는  구성원인 인간들의 집합체인 만큼 사회심리(社會心理)는 인간심리와 유사성이 많다. 사회도 기대치 대로 변동하고, 긍정적인 변수에 힘을 얻어 크게 발전했음을 역사는 보여주었다. 위대한 지도이념에 고무되면 나라가 급성장하고, 재앙을 만나 위축되면 쇠퇴하기 마련이다. 

지금 한국사회는 어떤가?  ‘박근혜 탄핵’이 불거진 이래 한국사회는 급격한 변화도 겪고 있고, 끊임없이 몸살도 앓고 있다. 정치적으로, 사회적으로 판세를 뒤엎는  소용돌이에 휩싸여서 전혀 예기치 못한 변동을 겪고 있는 것이다. 그 변동은 정권교체나 정책의 전환 이상의 사회구조적 재편의 성격이 짙다. 각계의 지도적 인물들의 교체 뿐 아니라 제도나 문화의 환치까지도 엿보인다. 

큰 사건들의 파헤침과 보도, 논평들이 한국사회를 계속 덮쳐왔다. 최순실 사태로부터 시작해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그 참모들의 재판, 이명박 전 대통령 구속, 드루킹 여론 조작 사건, 전직 대법원장의 정치 로비 혐의, 삼성과 국민연금 간의 유착 혐의, 대한항공 갑질 소동, 아시아나 기내식 파동, 미투 사태, 그 외에도 세월호와 광주 민주화 운동, 제주 4·3사건 재조사 등 수사와 재판 관련 큰 뉴스가 하루도 거르는 날이 없는 실정이다. 거리로 나간 대중의 집회도 지축을 흔들었다. 사회적 에너지의 분출이자 어둠의 엄습이다.

7월 4일자 중앙일보에는 대통령의 출산 장려 언급 외에는 앞면 뿐 아니라 모든 지면에 수사와 소송에 관한 기사가 도배를 했다. KBS의 9시 뉴스에서는 전직 대통령의 4대강 건설 관련 지시 의혹을 4명의 기자가 연속으로 리포트 했고, 그 며칠 전 SBS는 특종이라며 전직 대법원장이 기구 설치 문제로 청와대와 재판을 절충했다는 리포트를 몇 꼭지씩 연일 머리 아이템으로 다뤘다.  다툼의 여지가 있는 케이스를 부풀려 보도하는 예를 포함해서 수사와 소송 뉴스가 지난 1년 반 동안 한국인들의 의식을 단연 지배했던 것이다. 뉴스 가치의 평가 기준은 차치하고라도 ‘검찰 공화국’이라는 말이 횡행하고, ‘소송 사회’라는 자조도 떠도는 현실은 깊이 고민해 볼 일이다.

인사(人事)에 있어서 무능하거나 비리에 연루된 사람을 퇴출시키는 일은 자연스럽다. 그러나 개인의 경험과 조직의 질서도 효율성과 화합을 위해 가볍게 보아서는 안 된다. 아무리 참신하더라도 상위 직급을 거치지 않은 인사를 최고위직에 앉히면 불협화음이 일지 않겠는가. 법원에서만도 대법원장과 대법관의 인사에서 그런 지적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진영논리와 지역우대에 지나치게 빠지면 긴 안목으로 볼 때 사회적으로 유익하지 않다. 골고루, 능력 위주로 인사가 이뤄질 때 국민들의 좋은 평가가 나온다.

민생과 직결돼 있는 경제정책에서 그 효과에 관한 논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음에도 어느 한 쪽의 일방적인 의도 대로 강행됨으로서 타협 과정에서 여과되거나 중지를 모으지 못한다는 지적도 귀기울여야 한다. 절충은 대개 부작용을 완화하는 기능이 있음은 일반 상식이다. 특히 정부의 소득주도형 경제노선은 너무 개념적이고 이상적이어서 현실성의 반영이 절실하다는 소리도 높다.

개혁은 썩은 물을 갈고 발전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다. 또 잘못된 관행과 범법은 처벌을 받아야 한다. 그래야 공정한 사회, 법치국가가 제대로 이룩될 것이다. 그러나 과격한 게임 체인지는 심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성공을 담보하지도 않는다. 경중을 가려야 하고, 조용하고도 확실하게 추진해야 한다. 그래야 설득력이 있고, 피해자가 없다. 죄가 큰 것처럼 떠들다가 무죄이거나 혐의가 가벼우면 거꾸로 궁지에 몰릴 수 있다. 더구나 사회가 멍이 들면 그 피해는 오롯이 국민에게 돌아간다. 사회학자 뒤르켐은 급속한 변동은 기존 규범의 약화를 부르고, 새 가치가 정착하지 못한 상태에서 구 가치와 혼재하면 혼란과 일탈이 발생해 아노미(무규범 무질서의 혼란상태) 현상을 낳는다고 설파했다.

보수는 축적된 제도 위에서 개선해 나가려는 이념이고, 진보는 제도를 새롭게 바꾸자는 이념이다. 양쪽 모두 발전지향적이다. 어느쪽도 과거의 잘못에만 파고들면 그 정신에 어긋난다. 잘못은 고치고 신상필벌은 하되 사회가 상처를 입지 않도록 큰 국량을 보여야 할 것이다. 진보를 위해서도, 보수를 위해서도 전향적이고 긍정적인 자세가 한국사회에 절실하다고 여겨진다.

송장길(언론인·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