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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영 칼럼] 코로나19로 ‘마스크 대선’, ‘우편 대선’ 치르는 미국

‘방역이 경제’ 공식, 대선에 적용될까?

이은영 휴먼앤데이터 소장·前 청와대 행정관 | 기사입력 2020/10/30 [21:00]

[이은영 칼럼] 코로나19로 ‘마스크 대선’, ‘우편 대선’ 치르는 미국

‘방역이 경제’ 공식, 대선에 적용될까?

이은영 휴먼앤데이터 소장·前 청와대 행정관 | 입력 : 2020/10/30 [21:00]
이은영 휴먼앤데이터 소장·前 청와대 행정관.
이은영 휴먼앤데이터 소장·前 청와대 행정관.

■ 트럼프의 아킬레스건, 우편투표

Will you please like me?’’ (제발 나를 좋아해 주세요)

대통령 선거를 2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선거캠프가 처한 상황을 압축적으로 표현한 메시지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특히 여성 유권자들을 향해서는 ‘이전에 제가 했던 말들은 잊으시고요’란 간절한 눈빛도 함께 보내면서.

11월 3일 치러지는 2020 미국 대선은 역대 최고의 투표율을 보일 것이란 전망이 많다. 조기 투표에 해당하는 ‘우편투표’ 참여자가 총 유권자 1억 1000만 명 중 3000만 명에 달하고 있는데, 코로나 확진자가 증가하고 있어 ‘우편투표’는 더 늘어

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우편투표 의향층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는 민주당 지지 성향이 60∼75% 정도로 나타나 트럼프에겐 악재가 될 것 같다.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에 확진되기 전까지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누가 승리할 것인지 섣부른 예측을 내놓지 않았다.

2016년 대선 당시 샤이 트럼프의 결집에 호되게(?) 당한 경험과 유권자 지지율보다는 선거인단 확보가 대통령 당선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미국 특유의 선거 제도를 의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1차 TV토론과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확진 판정 이후 승리의 여신이 바이든 쪽으로 한발 이동하는 것이 아니냐는 예측들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트럼프가 한 “만일 내가 진다면 미국을 떠나야 할 것 같다”란 말을 인용하면서.

이번 미국 대통령 선거는 개인적으로 볼 때 세 가지 특징을 보이고 있다.

첫째 공화당의 팀웍이 안 보이는 선거다. 트럼프가 갖는 인물 포지션이 전통적 공화당 노선과 궤를 같이하지 않는다는 것은 익히 알려져 있었지만 선거를 코앞에 둔 지금은 오히려 같은 당 소속 인사들이 네가티브 요인이 되고 있다.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 존 니그로폰테 전 국가안보국장, 존 케이식 전 오하이오 주지사, 찰리 베이커 메사추세추 주지사, 필 스콧 버몬트 주지사 등 공화당 소속 인사들이 바이든을 지지했거나 ‘탈 트럼프’를 선언하고 있다.

공화당 내 ‘비토 트럼프’ 기류는 성공한 토크쇼 진행자이자 사업가였던 트럼프 대통령의 독특한 정치 이력과 실리 중심의 가치관 때문으로 보인다. 전통적이고 보수적 가치관을 가진 정치 엘리트들의 눈에 트럼프는 ‘꼴통’으로 비춰졌을 수 있다.

■ 트럼프와 로스페로의 결정적 차이는 ‘미디어 능력’

트럼프 대통령과 비슷한 이력의 정치 리더로 로스 페로를 꼽을 수 있다. 양당제가 공고한 미국 대선에서 무소속(1992년)과 개혁당(1996년) 소속의 제3후보로 두 번이나 출마한 기업가 출신의 ‘억만장자’ 정치인이다.

대선 후보로 뛰었던 로스페로와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적 차이는 ‘미디어 능력’이다. 트럼프는 방송과 SNS 미디어의 귀재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중을 향해 던지는 메시지들은 우스꽝스럽지만 통쾌하면서 정치를 가볍게 즐길 수 있도록 변환시킨다.

과거 미국 대선을 보면 ‘미디어 능력’은 공화당보다는 민주당 후보들이 좀 더 우위에 있었던 덕목이다.

케네디, 클린턴, 오바마 등 민주당의 정치 리더들은 준수한 외모와 언변으로 카메라를 고정시키는 ‘힘’이 있었다. 하지만 이 벽을 뛰어넘은 ‘공화당’ 사람이 트럼프다.

공화당이라는 조직력이 잘 보이지 않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동분서주하는 선거 캠페인 활동만이 유권자 눈에 들어오는 형국이며,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다면 트럼프의 ‘미디어 능력’이 지난 2016년 선거에 이어 최고의 선거 승리 요인이 될 것 같다.

둘째, 매력 없는 민주당 후보의 출연이다. 과거 빌 클린턴과 오바마로 이어지는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들은 40대의 정치 신출내기지만 당색인 ‘파란색’이 상징하는 젊음과 패기, 도전과 같은 미래지향적 이미지로 유권자의 선택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 대선과 이번 대선의 민주당 후보들은 과거 민주당 후보들이 갖고 있는 신선한 매력 면에서는 다소 뒤처지는 후보로 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 바이든 대통령을 ‘슬리피 조’라고 부른다. 지루하고 재미없는 사람이란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서다. 대신 자신에 대해서는 ‘스마트하다’는 점을 엄청나게 강조한다. 대비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특히, 대선 후보자의 ‘고령’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 유권자의 고령화와 함께 불확실성으로 가득 찬 정치환경이 정치 리더에게 요구하는 자질로 ‘지혜’와 ‘경륜’, ‘안정감’을 더 강조하기 때문이다.

■ 코로나 방역이야말로 확실한 선거 캠페인?

셋째, 코로나 방역이야말로 가장 확실한 대선 캠페인이란 점이다. 코로나 방역을 잘한 리더는 정치적으로도 성공했다. 우리나라 총선이 그랬고 뉴질랜드 저신다 아덴 총리의 재집권 사례가 그것을 보여준다.

이번 대선에서도 바이든은 코로나19를 의식해 조용한 선거를 표방하고 있다. 트럼프는 마스크를 벗어제끼지만 바이든은 마스크 착용을 통해 유권자의 불안심리를 공략하고 있다.

최근 미국의 한 선거컨설턴트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코로나와의 싸움을 ‘(마스크를 벗을)개인의 자유’와 ‘불확실성(바이러스)에 대한 도전’ 프레임으로 가져가기 보다는 ‘경제’와 연결시키라는 조언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후 실업률 등 경제 지표가 나쁘지 않았음을 환기하는 것이야말로 막판 승기를 잡기 위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미시간대가 소비자 태도를 조사한 결과, 미국인의 38%는 ‘트럼프가 경제에 더 좋다’고 응답한데 비해 ‘바이든이 더 좋다’는 응답은 33%고 ‘누구든 아무런 차이가 없다’는 태도 유보층은 28%다.

방역이란 변수를 빼고 경제 측면만 본다면 트럼프에 대한 유권자 평가는 나쁘지 않다는 이야기다.

지난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파산이 불러온 세계 금융위기는 미국 내 실업률을 10%까지 상승시키면서 중산층의 붕괴를 가져왔다.

오바마 정부를 거치면서 IT 기업들의 부상은 오하이오, 아이오와 등 북부 공업지대의 제조업 종사자들의 지지를 공화당으로 이동시켰다.

‘레드넥(야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햇볕에 그을린 목을 빗댄 표현)’이라고 불리는 미국 백인노동자와 고령자들은 트럼프의 정치적 우군이 되어 ‘공화당의 외톨이’를 응원했다.

하지만 이들이 코로나19 바이러스 앞에서도 계속 트럼프를 지지할까? 결국 ‘방역이 경제다’란 공식이 미국 대선에도 적용될지 지켜볼 일이다.

끝으로 미국 대선 결과가 우리나라 외교와 대북 정책에 미칠 영향이다.

우리 정부는 트럼프 재선과 새로운 정부의 등장 두 가지 경우를 대비하는 모양새다. 사상 최초의 시도였던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과의 만남이 있었지만 실질적인 성과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북한과의 관계를 발전시키는데 바이든 보다는 시간도 아끼면서 성과를 내는 데 좀 더 나을 것이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외교의 세계는 냉혹한 이익의 전쟁터다. 새로운 시간을 맞이하면 새로운 준비와 각오가 필요하다.

어느 정부가 우리에게 더 유리할지를 따져보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그보다는 시시각각 달라지는 환경변화에 적응할 준비를 하는 것이 더 현명한 태도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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