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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닥터' 미국 ABC 정규편성,‘리메이크’, K 드라마 새로운 돌파구'미드의 나라' 미국에 우리나라 작품 리메이크 성공사례 늘어
정길화 (방송인,언론학 박사)  |  news@sejongeconom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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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1.09  11: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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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길화(방송인, 언론학박사)

 한국의 TV드라마를 리메이크한 프로그램이 미국에서 절찬리에 방송되고 있다. 화제의 드라마는 미국 ABC 방송의 <The Good Doctor>. 이 프로그램은 2013년 KBS 2TV에서 방영된 <굿닥터>(연출 : 기민수, 김진우/극본 : 박재범)를 리메이크한 것이다. 주원, 문채원이 주연한 20부작 미니시리즈다(2013년 8월 5일~10월 8일). 한국 방영 때에도 20%가 넘는 시청률로 호평받은 이 드라마를 ‘미드의 나라’인 미국에서 리메이크한 것이다.

ABC의 <The Good Doctor>는 지난 9월 25일 첫회 방송에서 18~49세 시청률 2.2%를 기록했으며, 10월 2일의 2회에서는 2.4%로 시청률이 좀 더 올랐다. 시청률은 동시간대 1위다. 미국에서는 시청률 2%가 흥행의 기준으로 평가된다고 한다. 2위인 NBC의 <The Brave>가 1.4%이니 상당한 격차다. 미국에서는 시청자수도 집계하는데 첫회의 최종시청자수는 1,920만 명이다.

   
 

<The Good Doctor>의 론칭을 처음부터 주도한 전 KBS아메리카 유건식 대표가 정리한 바에 따르면 - <Dancing With The Stars> 다음에 편성된 드라마 중에서 11년 만에 최고의 시청률, - ABC가 가을에 편성한 월요일 드라마 중에서 4년 만에 최고의 시청률, - 올해 새로 론칭된 드라마 중에서 최고의 시청률, - 최근 3년간 ABC 드라마 중에서 시청률 2위 등이다. 대단하다. 이 추세면 월요 드라마로는 21년 만에 최고의 히트작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원래 콘텐츠 비즈니스에서는 포맷(format)이 있다. 포맷은 하나의 프로그램이 다른 나라로 수출되어 그 지역에서 제작될 수 있는 권리 즉 라이센스를 판매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게임쇼, 리얼리티 서바이벌, 오디션, 데이팅 포맷, 메이크오버 장르 등이 대표적인데 주로 예능 엔터테인먼트 프로그램이 많다. 한국에서도 <댄싱 위드 더 스타>, <마스터 세프> 등 포맷을 구입해서 제작한 방송이 있었고, <우리 결혼했어요>, <꽃보다 할배>, <히든 싱어> 등의 프로그램 포맷은 해외에 수출한 바도 있다.

대본이 있는 드라마나 시트콤의 경우는 스크립트 포맷(script format)이라고 한다. 대본을 들여와서 제작하는 것은 리버저닝(reversioning) 즉 버전을 새로 지역화하는 것이다. 재미와 인기가 검증된 콘텐츠를 수입해 위험요소를 감소시키는 방식이다. 즉 ‘리스크는 작게, 아이디어는 글로벌하게, 행동(연기)은 지역적으로...’를 말한다. 일본만화를 원작으로 해 일본에 이어 대만, 한국에서 제작된 <꽃보다 남자>가 생각난다.

드라마의 경우 대본만 들여오는 ‘스크립트 수출’과 프로그램 로고, 무대 디자인 등 프로그램 구성요소 일체를 패키지로 묶어서 제작 매뉴얼과 함께 들여오는 ‘스크립트 포맷 수출’을 구분하기도 한다. <꽃보다 남자>나 이번의 <The Good Doctor>도 엄밀하게는 스크립트 수출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바로 리메이크다. 인종과 언어 문제 등 문화할인율의 제한이 있는 드라마에서 리메이크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유력한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콘텐츠 비즈니스는 대부분 완성된 프로그램을 콘텐츠 마켓에서 유통하지만 다음 단계에서는 포맷이나 리메이크로 발전한다. 이미 방송된 프로그램을 해외에 판매하는 것은 일견 간단해 보이나 오히려 그 때문에 제약이 있다. 나라별로 문화적 감수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 때 포맷이나 리메이크는 소재와 프로그램 형태를 살리면서 현지화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일정 부분 프로그램의 재구성과 대본의 재해석도 가능하다.

드라마는 어디에서나 가장 핵심적인 제작요소와 엄청난 물량을 투입하는 킬러 콘텐츠다. 편성구매 담당자, 드라마의 기획자들은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을 만한 드라마 혹은 소재와 대본을 발굴하려 각 방면으로 다대한 노력을 기울인다.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리는 NATPE, 또는 프랑스 칸느에서 열리는 MIP TV 등 유수한 콘텐츠 비즈니스 마켓에는 좋은 드라마의 소재를 찾으려는 마케터들이 줄을 잇는다. 그런데 이런 빅 마켓은 아무래도 메이저들이 주도하고 있고 장마당이 복잡하기도 하다.

지난 2013년 11월 한국콘텐츠진흥원은 미국 LA에서 한국스토리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 제1회 'K-스토리 인 아메리카'라는 피칭 행사를 열었다. 한류 붐에 힘입어 한국의 방송콘텐츠만을 위한 ‘독상(獨床)’을 차린 것이다. 한국 드라마가 미국 주류 미디어에 어필하려면 리메이크가 솔루션이라는 생각에서 나온 과감한 기획이었다. 콘진의 심사를 거쳐 15편이 피칭 작품으로 선정되었고 <굿닥터>는 여기서 미국 기획자들의 눈에 띈 한 편이었다.

   
 

<굿닥터>에서 <The Good Doctor>까지 얼마나 멀고 험했는지는 본방송에 4년이 걸렸다는 것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유건식 전 대표에 따르면 2011년 11월 피칭 -> 쇼핑계약-> 옵션계약 -> 파일럿 제작 실패 -> 2차 옵션계약 -> 옵션계약 이전 -> 파일럿 제작 -> 시즌 확정 및 오더 -> 추가 에피소드 오더의 순으로 진행되었는데 모든 고비가 우여곡절과 간난신고의 점철이었다. 이러한 방식이 사실상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방송사도 애초 CBS에서 ABC로 바뀌었다.

<굿닥터>는 서번트 신드롬(자폐증, Savant syndrome)을 갖고 있는 주인공(주원 분)이 대학병원 소아외과에서 자신의 자폐증을 극복하고 의사로 성장하는 스토리다. 이를 미국 유명 의학드라마 <하우스>의 작가인 데이빗 쇼어가 각색했다. 주인공인 박시온역(주원 분)에는 <찰리와 초콜릿 공장>으로 알려진 프레디 하이모어(Freddy Highmore)가 캐스팅됐으며, 차윤서역(문채원 분)에는 안토니아 토마스(Antonia Thomas)가 출연했다. 본고를 위해 IPTV에서 <The Good Doctor>를 보았다. 한국의 <굿닥터>를 리메이크한 것인지를 모르고 본다면 그냥 전형적인 미드다. 완성도와 집중도가 뛰어나다.

환자가 자폐증이 아니라 의사가 자폐증이라는 역발상. 태생적인 어려움을 뚫고 뜻을 이루는 장애극복의 성공스토리, 여기에 다정다감하며 때로는 비범한 능력을 가진 주인공 션 머피가 펼치는 휴먼 메디컬 드라마 <The Good Doctor>. 파일럿 시사회 때 후, 중간중간 눈물을 흘리는 관객들이 많았다고 하니 역시 보편성에 기초한 좋은 드라마에는 미국의 시청자들도 공감한 것이다. 스트레스를 주는 온갖 뉴스가 도배되는 이 시대에 <The Good Doctor>는 ‘따뜻한 욕탕’처럼 편안함과 감동을 준다고 하니 이보다 더한 찬사가 없겠다.

<The Good Doctor>에 대한 시청자의 반응이 좋자 ABC 방송은 애초 13편 방송하기로 한 이 드라마를 5편 확대해 18편으로 제작한다고 발표했다. 미국 드라마에서 한 시즌 18편은 '풀(full) 시즌'을 의미한다고 한다. <The Good Doctor>의 의미는 이렇듯 ‘정규 프라임타임 시즌’으로 편성되었다는 것이다. 얼마 전 헐리우드에서는 이스라엘 원작을 바탕으로 한 <Homeland>가 대성공을 거두었다. 이로써 이스라엘 작품들이 할리우드에서 활발히 논의되었는데, <The Good Doctor> 또한 그런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문광부와 콘진은 LA에서 제5회 ‘K-스토리 인 아메리카’를 열었다. 한국 드라마와 영화, 웹툰 등 콘텐츠의 원천 스토리를 미국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들에게 피칭하는 행사다. 세계 3대 콘텐츠 마켓에 드는 아메리칸필름마켓(American Film Market AFM)과 연계하고 있다. 이번 행사에는 KBS 드라마 <쌈 마이웨이>, 영화 <맨홀>, 애니메이션 <에그구그> 등 10개 작품이 참가했다. 이 중에서 제2의 <굿닥터>가 나오지 말란 법이 없다.

한편 멕시코에서도 한국 드라마의 리메이크 작품이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KBS 2TV 주말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 약칭 넝쿨당>(2012)이 지난 6월부터 멕시코의 최대방송인 텔레비사(Televisa)의 네트워크에서 <Mi marido tiene familia, ‘내 남편의 가족들’>라는 제목으로 리메이크 방송되고 있는데, 시청률 21.7%로 동시간대 1위 및 텔레노벨라(드라마) 부문 1위를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프로그램의 연출자는 일찍이 <별에서 온 그대>를 보고 한국 드라마에 매료되어 2015년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던 후안 오소리오 감독이다.

   
▲ 자막에 프로듀서 유건식, 기민수 라는 한국 이름 표시

통계에 따르면 드라마·예능 포맷 수출액은 2013년 342만 달러(약 39억원)에서 2015년 3915만 달러(약 441억원)로 급증했다고 한다. 전체 방송영상산업 콘텐츠 수출액 중의 비중도 2년 만에 1.1%에서 12.1%로 급증했다. 초기 한류 때에는 <대장금>, <겨울연가>, <시크릿 가든> 등이 한류 붐을 일으켰고, 이후에는 <별그대>와 <태양의 후예>가 OTT를 통해 열기를 다시 지폈다. 이제는 리메이크로 K 드라마의 새로운 기원이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다. 새삼 콘텐츠의 힘이 강하다는 것을 느낀다. 문득 오리지날 <굿닥터>를 다시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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