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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상(丧)문화 코드 알아야 젊은 세대 마음 얻는다":세종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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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상(丧)문화 코드 알아야 젊은 세대 마음 얻는다"

부정적인 에너지 표현으로 그들끼리 즐기는 풍자와 자조, 블랙유머, 기업은 마케팅에 활용

송한준 중국전문기자 | 기사입력 2017/08/23 [17:16]

"중국 상(丧)문화 코드 알아야 젊은 세대 마음 얻는다"

부정적인 에너지 표현으로 그들끼리 즐기는 풍자와 자조, 블랙유머, 기업은 마케팅에 활용

송한준 중국전문기자 | 입력 : 2017/08/23 [17:16]
 

우리나라도 한때는 어느 대학교수가 쓴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제목의 자기계발서에 대해 젊은 청춘들 사이에 의견이 분분했다.

 베스트셀러가 된 이 책은 큰 반향만큼 일부에게는 ‘청춘? 진짜 아파요’, ‘왜 청춘만 아파야 하나요’, ‘우리는 아프고 싶지 않아요’라며 멸시와 하대, 비정규직 알바의 설움을 겪고 있는 청춘들의 반박 목소리가 커졌다.

"청춘도 안아프고 싶다"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뿐 만 아니고 젊은 세대라면 어느 나라나 겪는 현상이다.

 기성세대들이 기득권을 놓지 않고 탐욕의 길을 걸을 때 청년들은 이미 잘 짜여 진 기득권 구조에 진입하기 쉽지 않고 경쟁도 치열한 현실을 두고 그들만이 즐기는 풍자와 자조, 블랙유머가 있다.

 최근 급격한 경제성장을 이룬 중국에서도 젊은 세대들 사이에 ‘상문화(丧文化)’가 유행하면서 부정적 에너지가 환영을 받는 시대가 왔다. 문화적 트렌드에 민감한 기업들은 이런 흐름을 놓치지 않고 브랜드화하며 소위 ‘대박’을 치는 상품들이 속출하고 있다.

 KOTRA 중국 우한 무역관이 분석한 ‘중국, '상문화' 소비: 현실 중압감 속에 피어난 블랙유머’는 중국 젊은 세대의 의식과 이를 활용한 중국의 마케팅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좋은 보고서다.

 중국의 저명한 신문 평론가 정위리(曾于里)씨는 “삶이 고단한 젊은이들이 상문화(丧文化)를 통해 온화한 방법으로 세상에 항의를 표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즉 상(丧)의 심리 상태는 젊은 층이 자기 스스로 기대와 스트레스를 낮춰 만약에 실패를 경험하더라도 크게 절망하지 않으려는 일종의 자기방어 반응이라는 것이다.

 '상차(丧茶)'의 출현, 부정적 에너지가 환영받는 시대

 중국의 노동절이었던 지난 4월 28일부터 5월 1일까지 어러머(饿了么)와 왕이신문(网易新闻)이 공동계획한 일회성 행사 '상차(丧茶)'의 출현은 부정적 에너지가 환영받는 시대를 극명하게 보여준 것이었다.

 인생 허비 홍차(碌碌无为红茶), 여전히 솔로 녹차(依旧单身绿茶), 죽고 싶어도 죽을 용기 없는 마끼아또(想死没勇气马奇朵), 성형할 돈 없는 밀크셰이크(没钱整容奶昔) 등 '상차'가 젊은층의 소비를 강타했다.

 상차의 대표적인 캐릭터 왕산산(王三三)은 만사가 귀찮은 알파카를 상징한 것이다. 상차는 총 8개 음료 제품만 판매하며, 조소적인 뉘앙스로 갖가지 부정적 에너지를 나타낸다.

 

상차 슬로건은 '하루 한 잔의 부정적 에너지(每天一杯负能量)'

 부정적 에너지 소비를 마케팅으로 활용한 상차에 대한 중국 네티즌들의 반응은 분분하다. 곱지 않은 시선으로 불매를 선언한 네티즌이 있는가 하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주변 사람들에게 홍보하는 네티즌들도 있다.

 음료 시음 행사가 진행되는 지난 5월 1일 노동절 연휴 기간을 중요 이벤트로 여기는 네티즌들이 적극 참여했다.

 한 고객은 "당시 시차(喜茶)가 큰 인기를 얻을 때, 일부 네티즌이 상차(丧茶) 점포를 오픈했는데, 이는 매우 재밌는 현상 이었다"고 밝혔다. 그때 등장한 구호들을 보면 웃음이 절로 나오면서도 마냥 편하게 웃을 수만은 없는 구호들이었다.

  - 나를 때려줘서 고마워요! 누워 있으니 만사태평하네요(谢谢那些曾经击倒我的人, 躺着好舒服)
   - 가끔 노력하지 않으면 무엇이 절망인지 몰라요(有时候你不努力一下, 就不知道什么叫绝望)     
   - 너무 낙담하지 말아요! 인생은 본래 끊임없는 내리막길을 걷는 거예요(别灰心, 人生就是这样起起落落落落落落落落的)
   - 젊은이, 현재 돈이 없으면 어떠한가? 앞으로 돈이 없는 날들이 길게 남아 있네(年轻人, 现在没钱算什么? 以后没钱的日子还多着呢)
   - 내가 오늘도 이렇게 노력하는 이유는 나를 무시한 사람들에게 그들이 맞는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임(我每天拼了命努力就是为了向那些看不起我的人证明他们是对的)
   -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문제가 아님, 문제는 돈이 없다는 것(能用钱解决的问题都不是问题, 问题是没钱)

 중국의 상문화는 한국의 '삼포시대(연애+결혼+출산 포기)'와 유사하다

 중국 내에서도 상문화를 정확히 정의내릴 수 있는 단어는 없다. 다만 대체로 오늘날 젊은이들은 비교적 자신에 대한 관심이 많고 자신감이 높다.

 그러나 사회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의기소침이나 절망과 같은 부정적 감정을 불러일으켜 무감각하고 냉담한 생활 태도를 초래한다.

 기업들이 상문화를 왜 중요하게 여길까?

시장 변화에 민감한 기업들은 이미 상문화와 같은 사회 흐름을 예의주시해왔다. 상차는 상문화 마케팅의 첫 주자가 아니다.

 상차 이전에도 청두(成都)의 한 크리에이티브 팀인 '슬우쏘워(试物所)'는 상문화의 일종인 '희망 없는 요구르트(没希望酸奶)'음료를 출시했고, 대만 밀크티 브랜드인 moonleaf 또한 '부정적인 컵(消极杯)' 4종을 출시한 바 있다.

 

  부정적 에너지 밀크티 (负能量奶茶)

'우리가 셀카를 찍지 않으면 누가 우리를 찍어주나요?'

 대만 브랜드 Moonleaf와 인터넷 삽화가 ‘소극적인 남자(消极男子)’가 합작해 부정적 에너지 밀크티(负能量奶茶)상품 시리즈를 선보였다.

 부정적 에너지가 소비자들에게 반감을 사지 않고, 오히려 인터넷상에서 큰 인기를 얻어 ‘왕홍밀크티(网红奶茶)’라 불렸다.

 UCC커피

'오늘 당신이 하루 종일 힘들어 개와 같다고 느껴진다며 당신이 큰 오해를 하고 있네요. 개도 당신보다 힘들진 않아요'  

 일본 커피 브랜드인 UCC 커피는 대만에서 '어른들의 겉과 속이 다른 어록(语录)' 마케팅으로 무설탕 블랙커피 UCC BLACK 제품 홍보에 나섰다.

 스트레스가 많은 젊은 세대, 블랙유머(丧玩笑)를 즐기기 시작

 'PEPE개구리(青蛙)', '절인생선(咸鱼)', 'bojack horseman' 등 이모티콘 표정이 중국 SNS상에 대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비슷한 현상이다.

 

 중국 경제의 고속성장과 함께 '명문대학 입학-좋은 직장 취직-내 집 마련-빠른 결혼, 출산' 등은 여전히 인생 성공 공식으로 불린다. 많은 젊은 층이 목표 달성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을 파악하고, 상문화를 통해 자신들의 감정을 분출하기 시작한 것이다.

 UCC가 빅데이터로 상문화 배경을 분석한 결과 재미있는 결과가 나왔다.

 중년 위기, 솔로, 높은 부동산 가격, 996(아침 9시 출근~저녁 9시 퇴근, 주 6일 근무), 잦은 야근이 사람들에게 상실(丧)을 느끼게 하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는데 이 5가지 문제는 현대 사회인들의 보편적인 관심사였다.

 일을 뒤로 미루는 병(拖延症), 밤샘문화(熬夜), 집돌이·집순이(宅) 등은 현대 중국 젊은 층의 보편적 트렌드다.

특히 조사에 따르면 야근 강도가 세지면 세질수록 상문화의 민감도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 종사자들은 높은 임금만큼이나 노동 강도가 센 업종으로 부정적 에너지 지수가 무려 25.03%에 달했다. 반면, 과학 연구원들의 부정적 에너지 지수가 0.43%로 제일 낮은 것으로 나타나 직업 만족도 별로 다른 행태를 보였다.

 현대 사회는 갈수록 계층 고착화 현상이 뚜렷하며, 자수성가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상문화는 일종의 인터넷 비주류 문화로 자기 내면의 감정을 표현하고, 현실 속의 무거운 스트레스에 저항하고자 하는 낙관적인 심리 상태를 말한다.

 상문화는 단편적으로 부정적 에너지 발산으로만 보이지만 사회의 다원화된 가치관의 이해와 존중을 내포하고 있다는 긍정적 해석도 있다.

각국의 주도적 젊은 세대  저항의식 주목해야

  이미 미국에서는 '비트 세대(beat generation)'가 국가를 이끄는 중심 새대로 자리잡고 있다. 비트 세대(beat generation)란 1920년대 대공황이 있었던 '상실의 시대(Lost Era)'에 태어나 제2차 세계대전을 직접 체험한 세대로, 동시대의 사회와 문화구조에 저항한 특정한 문학가와 예술가의 그룹을 의미한다.

 일본의 '유토리(ゆとり) 세대'도 더 큰 창의성과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유토리 세대’란 1987~1996년 사이에 일본에서 태어난 청년 세대를 일컫는 말로 대부분 한 자녀 가정에서 자라 혼나는 일에 익숙하지 않고 스트레스에 민감한 특징을 보인다.

 중국에서도 새로운 것을 창출해 내는 대부분이 90허우,00허우같은 비주류 젊은 층으로 이러한 표현 방식은 일상생활에 대한 불만 및 반성, 곤경에 대한 반항 및 해소로 이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젊은 층은 야근하기를 꺼리지만 자신의 업무를 통해 스스로를 더욱 성장시키고 사회 발전에 이바지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이번 보고서를 작성한 KOTRA 우한무역관 류빈은 “상문화 마케팅이 기업 브랜딩까지 갈수록 널리 활용되면서 기업가들은 소비자의 관점에서 그들의 생활과 심리적 욕구를 면밀히 분석해 상품에 반영하고 소비자가 상품과 공감대를 형성하도록 마케팅을 펼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중국 현지 진출 기업들은 이러한 새로운 시장 트랜드를 심도있게 분석해 기업 마케팅에 적극 활용해야 하며 상문화는 일차원적인 부정적 에너지가 아닌 문화·오락 산업의 창의적 아이디어의 원천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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