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머릿속에는 작은 지갑이 여러 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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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머릿속에는 작은 지갑이 여러 개 있다"
  • 이혜영 기자
  • 승인 2017.06.28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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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경제Tip]직장 문화 개선을 위한 시리즈 5."심적회계이론 측면에서 시너지 효과 검토해야" "
▲ 사진=픽사베이

제 지인 중에 산부인과 의사 한분이 계시는데요. 저를 보면 어렵게 애기 분만해 받는 보험 수가가 동물병원에서 개가 새끼 낳는 비용보다 훨씬 싸냐며 푸념을 늘어놓습니다.

실제로 자기 부담금 기준으로 보면 사람 분만보다 동물병원이 10배나 비싸게 내는 것도 사실입니다.

사람들이 반려 동물이 아플 때 동물병원에 가서는 수 십만원을 쉽게 쓰면서 왜 병원에 와서는 천원 정도 더 나오는 것에 예민하게 반응할까요?

이는 심적회계 (Mental Accounting)라는 이론으로 설명할 수가 있습니다.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작은 지갑들이 여러 개 있어서 돈을 용도에 맞게 따로 관리하는 행동을 보인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평소에 아파트 대출로 빚을 수억원 지고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 사람은 성실하고 알뜰한 사람입니다. 월급을 아껴쓰고 차곡차곡 빚을 갚아 나갔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해외여행중 재미 삼아 카지노에 들렀다가 수천만원을 따게 됐습니다. 평소같으면 돈이 생기면 빚을 갚는데 썼을 사람인데 다시 도박을 하거나 명품 구매 등으로 금방 돈을 쉽게 써버리고 말았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똑같은 돈인데 심리적으로 다르게 가치를 느낀 것입니다.

 강남에 한 수면 클리닉이 있습니다. 수면클리닉은 불면증이나 코골이 환자들을 진료하는 곳입니다. 수면클리닉의 가장 큰 수익원은 수면다원검사입니다. 이 검사는 환자가 하룻만 수면클리닉에 있는 방에서 자면서 수면 패턴을 검사하는 방법입니다. 머리에는 뇌파검사, 가슴에는 심전토를 코에는 호흡 측정 장치를 주렁주렁 붙이고 잠을 자게 됩니다. 이 검사를 하면 환자의 수면 특성을 파악할 수 있고 코골이 같은 수면 질환을 해결하는 매우 효과적인 검사입니다. 수면센터의 비즈니스 구조는 마치 호텔 비즈니스와 비슷한 면이 많습니다.

 그런데 이 수면클리닉 원장님이 병원이 잘되자 확장 계획을 세웠습니다. 우리나라 최고 수준의 유명 호텔에 입점을 했습니다. 호텔에 놀러갔다가 기왕이면 수면 검사도 하고 쉬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린 것입니다. 결과는 어떠했을까요? 얼마 후에 호텔에 입점한 수면 클리닉은 실패하고 문을 닫았다고 합니다.

 이 시도가 실패한 이유는 마케팅적으로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제가 보는 실패원인은 사람들의 심적 회계를 고려하지 못했다는 점에 있습니다.

사람들의 머릿속에 있는 지갑은 놀러 갈 때 쓰는 돈과 병원 갈 때 쓰는 돈이 나뉘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호텔은 놀러가기 위한 곳이고 병원은 치료하기 위해 가는 곳인데 그 둘을 합쳐서 일석이조가 아니라 오히려 역효과가 난 셈입니다. 저 역시 호텔에 가족들과 놀러가서 이런 저런 장치를 달고 자고 싶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심적회계를 생각한다면 꼭 서로 다른 기능을 합쳐서 시너지를 다 발휘하는 것은 아닙니다.

요즘 유행하는 서점과 카페가 결합된 북카페가 늘고 있지만 과연 장사가 잘될까요? 음식점에 가서 된장이나 콩을 파는 경우도 저는 아주 유명한 집이 아니면 별로 잘되는 경우를 보지 못했습니다.

 술값을 수십만원 계산하고 나와서 대리운전비 아깝다고 손수 운전을 하다가 신세를 망치는 유명 연예인들도 따지고 보면 심적 회계가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동물병원비가 아깝지 않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돈쓰는 지갑을 따로 머리에 챙겨두고 있는 심적회계 때문이다. 이제 아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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