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칼럼]불확실성 시대의 한국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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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칼럼]불확실성 시대의 한국외교
  • 서정하 제주평화연구원장
  • 승인 2017.01.18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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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안보 대외 정책에 큰 변화 예상

  

▲ 도널드 트럼프 사진=픽사베이 제공

우리는 지금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세상을 살고 있다.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국내사정은 말할 것도 없고 국제정세 또한 그렇다. 지난해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엎는 굵직굵직한 국제적 사건들이 화제에 올랐다. 국제정치·경제적으로 미칠 파장 때문에 세계가 주시했던 브렉시트의 실현 여부와 미국의 대통령 선거 결과가 그 예이다. 대다수 전문가들이 영국 국민들의 유럽연합 잔류 결정과 힐러리 클린턴의 대통령 당선을 예상하였으나, 결과는 반대였다.

  작년 말부터 전문가들이 쏟아 놓은 2017년 국제정세 전망도 한결같이 불확실성으로 집약되고 있다. 가장 큰 불확실 요인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따른 미국 대외정책의 변화 가능성이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후보 시절부터 당선 이후에 보인 언행과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안보 진영 구성을 보면 미국의 대외정책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대외정책 변화와 이로 인한 국제관계의 변화는 동아시아 정세의 불확실성을 높일 것이다.

  우선 동아시아정세의 최대 변수라고 할 수 있는 미-중 관계에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의 통화와 이어진 ‘하나의 중국’ 원칙 고수 필요성에 대한 의문 제기, 그리고 중국 해군의 미국 수중 드론 포획 사건과 중국 항공모함 랴오닝의 서태평양 첫 진입 등은 향후 미-중 관계에 닥칠 격랑을 예고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의 대중국정책은 경제우선주의에 중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의 불공정무역을 시정하겠다는 트럼프의 강한 공약 이행 의지는 그의 인사정책에서 읽을 수 있다. 그는 백악관에 국가무역위원회(NTC)를 신설하고 위원장에 반중국 경제학자로 유명한 피터 나바로 교수를, 무역대표부(USTR) 대표에 미국기업들의 이익 보호를 위해 최일선에서 일해 온 무역 소송 및 협상 전문가인 로버트 라이시저를 각각 지명했다. 트럼프가 미국 TV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통상문제를 포함한 다른 사안들에 있어 중국과 협상(deal)할 수 없다면 왜 우리가 ‘하나의 중국’ 원칙에 묶여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금기를 깨는 발언을 한 것도 통상 불균형 시정을 위한 대중국압력용으로 해석되고 있다. 앞으로 트럼프의 경제우선주의가 미국의 대중국정책에 어떻게 투영될지 주목된다.

  한편, 트럼프 정부의 대중국 압박에 대한 중국의 강경 대응도 동아시아 정세를 불확실하게 만들 것이다. 중국의 미국 수중 드론 포획은 글레이저 CSIS 선임고문이 언급한 대로 트럼프에 대한 경고로 보이며 랴오닝 항공모함 전단의 무력시위도 그러한 경고의 성격을 갖는 것으로 보인다.

 

양국의 정면충돌 가능성은 희박하나 군사적 행위가 반복될 경우, 우발적 군사충돌로 발전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을 것 같다. 또한, 중국이 미국의 경제적 압력에 경제적 보복조치로 맞대응할 경우 세계 경제에 큰 파장을 불러올 수 있는 무역전쟁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미국과의 공존 필요성을 잘 아는 중국으로서는 미국과의 긴장 수위 조절에 주의를 기울일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나 시진핑 정부가 국익을 지키기 위해서는 갈등도 감수한다는 ‘주동작위’로 표현되는 대외정책을 양보하지 않을 것으로 보여 앞으로 양국이 어디서 이해 절충을 위한 접점을 찾게 될지 불확실하다.

  ‘정상국가화’를 지향하는 일본과 ‘부활’을 꿈꾸는 러시아도 동아시아 정세를 복잡하게 만들 변수다. 아베 정부가 장기 집권할 가능성이 커짐으로써 ‘적극적 평화주의’란 명분 아래 일본은 국제정치·안보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려 할 것이다. 역내 영향력 확대를 위해 중국과 경쟁해 온 일본이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과 동맹을 강화함으로써 중국에 대한 견제 강도를 높이고 군사적 활동에 나설 경우 동아시아 정세는 더욱 꼬일 것이다.

 

트럼프 정부의 미국이 오바마 정부의 미국과 충돌해 온 러시아와 관계를 개선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동아시아 정세에 그 영향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미국에 대항하기 위해 대중국 친화정책을 펼쳐 온 러시아가 대중 견제를 위해 친러정책을 시도할 것으로 보이는 미국에 어떻게 호응할지도 지켜볼 일이다.

  강대국 간의 관계 변화, 특히 미-중 관계의 변화는 역내 국가들의 불안요인이다. 고래싸움에 새우 등이 터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당선자와 차이잉원 총통과의 통화를 반기는 대만에서도 ‘하나의 중국’ 원칙을 건드린 트럼프의 의도가 대만을 대중국 협상용으로 쓰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다수 아시아 국가들이 오바마 표 대외정책을 수정하려는 트럼프 정부의 대아시아정책을 불안한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는 중이다. 동시에 경제력을 수단으로 역내 세력 팽창을 도모해 온 중국의 강압적인 편 가르기 전략 또한 역내 불안감을 가중하고 있다. 한국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 철회를 요구하고 있는 중국은 남중국해 문제에서 중국 편을 들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싱가포르에 대해서도 홍콩 경유 싱가포르 장갑차 9대를 억류하는 실력 행사를 하는 중이다.

  이러한 동아시아 정세의 불확실성은 북핵문제라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는 한국외교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외교부가 2017년 신년업무보고에서 “올해는 냉전종식 후 가장 엄중한 외교안보 환경이 전개될 것”이라고 예상한 것처럼 여러 난제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연초부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를 예고하며 도발재개를 위협하고 있는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에 대한 공동 대응을 위해 한-미 간 긴밀한 공조가 요구되고 있다. 예측 불가능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과 군인 출신 강경파들이 만들어 낼 미국의 대한반도정책에 대한 한-미 간 긴밀한 협의도 필요하다.

 

한국 내 사드 배치를 막기 위해 한한령(限韩令)을 포함한 각종 압박수단을 동원하고 있는 중국과의 갈등 해소도 긴요해졌다. 설상가상으로 일본까지 소녀상 설치를 문제 삼아 우리를 압박하고 있어 대일본관계의 안정적 관리가 필요해졌다.

  내치와 외정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내치가 불안하면 외정 또한 힘을 잃을 수밖에 없다. 불확실한 국제정세로 불안감이 가중되는 때에 국가 리더십의 동요는 우리 외교를 흔들 수 있다. 이런 때일수록 대외문제에 대해 국익 우선의 실용외교 정신에 입각해 꿋꿋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다. 이념과 감정, 또 정치적 이해 때문에 국가적으로 소탐대실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내우외환이 현실이 되지 않도록 정부, 국회, 정당, 언론, 시민단체가 힘과 지혜를 모을 때다.

 

現 제주평화연구원장. 서울대 정치학과 및 同 대학원 졸업, 미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 석사 및 중앙대 국제대학원 박사.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부장, 주 헝가리 대사, 주 싱가포르 대사 등을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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