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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칼럼] 울고 싶어라
김영회 / 언론인  |  webmaster@sejongeconom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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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11.09  17:2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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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박근혜 대통령은 호랑이 등에 타고 있는 형국. 그냥 있을 수도, 내려 올 수도 없는 딱한 처지가 되었습니다. 그의 ‘정치시계’는 밤 11시 50분-

박근혜 대통령. 참으로 곤궁하게 되었습니다. 요망한 한 여인의 작태로 온 나라가 요동치는 가운데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이 마치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몰린 그 옛날 항우의 처지처럼 되었습니다.

2000여년 전 진(秦)나라 말기. 한(漢)나라의 유방과 천하를 놓고 쟁패를 벌이던 초(楚)의 항우는 계속 싸움에 밀리면서 막다른 궁지에 몰립니다. 수만 명의 병력을 모두 잃고 불과 몇 백의 패잔병만을 이끌고 쫓기던 항우는 마지막 밤, 진지에서 울부짖으며 절규합니다. “천리마는 가지 않고 이제 나는 어찌해야 하는가?”

사방에서 들려오는 초나라 노래 소리, 시시각각 조여 오는 절망의 순간, 순간들…. 지금 박대통령의 심정이 바로 그와 같지 않을까, 짐작됩니다. 항우는 다 이긴 싸움을 자신의 오만 때문에 그르쳐 돌이킬 수 없는 통한의 패자(敗者)가 되어 스스로 목숨을 끊습니다.

지금 박 대통령은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고립무원(孤立無援)의 딱한 처지가 되었습니다.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지는 않을까 염려하여 가족 간의 교류마저 끊고 외롭게 지내왔다”는 대통령이었습니다. 그런 그가 이제는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 괴롭기만 하다”고 눈물 젖은 회한을 씹고 있습니다.

초췌한 얼굴, 울먹이는 목소리, 몇 번씩 사과를 해도 국민들은 외면을 합니다. “배신자를 심판해야 한다”던 왕년의 오기는 찾아볼 수 없고 “모든 잘못은 저의 책임”이라고 머리를 조아리지만 반응은 싸늘합니다. 사방에서 들리노니 ‘하야’요 ‘퇴진’이요, ‘탈당’소리 뿐입니다.

국민들은 “사이비종교를 믿지 않았다”는 그 말도, “청와대에서 굿을 하지 않았다”는 해명도 믿지를 않습니다. 최태민에서 최순실로 이어져 온 40년 세월을 보건대 믿을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국민들은 또 2014년 4월 16일 세월호가 침몰해 300여명의 꽃같은 학생들이 익사하던 그날 “대통령은 어디에 있었느냐”고 묻습니다. 비서실장도 모르는 ‘의문의 7시간’에 대해 대통령은 “청와대서 굿을 하지 않았다”고 해명합니다. 굿이라고요? 알 만한 사람들 사이에는 “최태민의 기일에 맞춰 그날 관저에서 천도제를 지냈다더라”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설마? 그러나 누구도 진실을 말하지 않으니 그건 정설이 되었습니다. 대통령의 일과를 있었던 그대로 공개하지 않고 감춘 결과입니다. 왜, 진실을 밝히지 못할까. 대체 말 못할 사정은 무엇일까요.

박 대통령은 지금 달리는 호랑이 등에 타고 있습니다. 그냥 있을 수도 없고, 내려 올 수도 없습니다. 평소에 ‘개, 돼지’에 불과하던 국민들입니다. 먹을 것만 주면 된다던 하찮은 가축들이 어느 순간 호랑이가 되었습니다. 대통령은 그걸 몰랐습니다. 입에 거품을 물고 아첨하던 무리들에 취해 오늘의 이 비극을 예견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최순실 추문’이 나라를 온통 뒤흔들자 지금 외신들은 신바람이 났습니다. 그러잖아도 세월호 기사를 꼬투리 잡아 특파원을 구속까지 시켰던 터인즉 얼마나 기회가 좋겠습니까. ‘라스푸틴의 한국판 버전’이라느니 ‘대통령이 무속신앙에 빠져 저지른 샤머니즘사건’이라느니 온갖 조롱이 날마다 전 세계에 퍼져 나가고 있습니다.

라스푸틴은 20세기 초 제정 러시아의 로마노프왕조를 몰락시킨 괴승(愧僧)입니다. 그리고리 예피모비치 라스푸틴은 제정러시아 말기의 파계 수도자로 어려서부터 여자들과 방탕한 생활을 즐겨 사람들은 그를 ‘라스푸틴’이라는 별칭으로 불렀습니다. 라스푸틴이란 러시아어로 ‘방탕한 놈’이라는 뜻인데 그게 그대로 성이 되었습니다.

라스푸틴은 18세에 집을 나가 15년 동안 수도승을 자처하며 전국을 떠도는 방랑생활을 합니다. 그의 이름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1903년 러시아의 수도였던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혈우병을 앓던 황태자의 병을 최면술로 호전시키면서 부터였습니다. 이를 계기로 황제 니콜라이 2세와 황후 알렉산드라의 절대적인 신임을 얻었고 그로 하여 일약 귀족반열에 오릅니다.

원래 심약하고 우유부단했던 황제는 매사를 황후에게 물었고 신경쇠약증이던 황후는 라스푸틴에게 모든 걸 의지하면서 그의 영향력을 키워줍니다. 무소불위의 권력자가 된 라스푸틴은 전권을 쥐고 마구 국정을 휘두릅니다. 

자연스럽게 황후와 ‘특별한 사이’가 된 라스푸틴은 공주들은 물론 귀족의 부인들을 섭렵하면서 그의 ‘신기(神技)’는 이내 소문이 퍼져 귀부인들의 ‘선망의 적’이 됩니다.

그의 절대 권력이 황실을 농단하고 음란한 생활이 계속되자 참다못한 귀족들이 암살을 모의합니다. 이들은 만찬파티에 라스푸틴을 초대해 청산가리가 든 술과 케이크를 먹게 합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아무런 반응이 없자 권총을 꺼내 방아쇠를 당깁니다.

그래도 목숨이 끊어지지 않자 이번에는 몽둥이와 쇠사슬로 잔인하게 살해한 뒤 시신을 양탄자에 둘둘 말아 말 밧줄로 끌고 가 근처 네바강 얼음 밑에 던져 버립니다. 그의 나이 47세. 괴승 라스푸틴의 국정 농단이 원인이 되어 304년 동안 지속돼온 로마노프왕조는 그로부터 몇 개월 뒤 볼셰비키 공산혁명으로 종말을 고했고 황제를 비롯한 황족들은 모두 총살형을 당합니다. 잘못된 권력의 종말을 적나라(赤裸裸)하게 보여 준 역사의 증언입니다.

지금 상트페테르부르크 박물관에는 생전 라스푸틴이 명성을 떨친 ‘대물(大物)’을 커다란 알코올 유리병에 담아 전시하고 있어 특히 여성들의 발길을 멈추게 하고 있습니다. 그가 절륜(絶倫)의 기교로 황녀들과 귀부인들을 뇌쇄(惱殺)시킨 워낙 신비로운 인물이라서 사후에도 신체 일부가 인기를 누리는 것이 아닌가 보여 집니다.

안타깝게도 지금 박 대통령은 국가원수로서 만인지상의 고유한 권한을 상실했습니다. 평소 박 대통령의 편협한 정치에 비판적이던 가정부주들 가운데는 “인간적인 측면에서 측은지심을 금치 못한다”고 말들을 할 정도입니다. 대통령이 국민을 걱정해야 할 터인즉 거꾸로 국민이 대통령을 동정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비정상을 정상으로 바꾸겠다”던 취임 초 대통령의 말이 무색합니다.

어떻든 이 난국을 잘 극복해야합니다. 정치권은 물론 사회 지도자들도 힘을 모아야 합니다. 여야는 당리당략을 버리고 지혜를 모아 나라를 안정 시켜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임진왜란 때 위기에 처한 이순신 장군은 “신에게는 아직 열 두 척의 배가 있다”고 했다지만 백척간두에 선 박 대통령은 광야에 홀로 서 있는 형국이 되었습니다. 지금 박 대통령의 ‘정치시계’는 밤 11시 50분, 자정이 가까웠습니다.

한 시민이 말합니다. “박근혜는 대통령을 해서는 안 될 사람”이라고. 그리고 한마디 더 덧붙입니다. “국민들이 대통령으로 뽑아서는 안 될 사람이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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