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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칼럼]'지식인'과 '전문인'의 직업적 소명:세종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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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칼럼]'지식인'과 '전문인'의 직업적 소명

지식인과 전문인들이 정교하고 예리하고 또 객관적으로 파헤쳐서 본질적이고, 구조적으로 새롭게 거듭날 수 있는 대안들을 만들어야

이영달교수(동국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 기사입력 2016/10/26 [10:43]

[세종칼럼]'지식인'과 '전문인'의 직업적 소명

지식인과 전문인들이 정교하고 예리하고 또 객관적으로 파헤쳐서 본질적이고, 구조적으로 새롭게 거듭날 수 있는 대안들을 만들어야

이영달교수(동국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 입력 : 2016/10/26 [10:43]
이영달교수(동국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난 지금 많이 아프다. 몸과 마음 모두 아프다.

 몸은 그간 '돈 도 안되는 일', '인사평가에 실적으로 반영도 안되는 일', '밥도 제대로 한끼 얻어 먹지도 못하는 일'들을 무리하게 행하느라 결국 탈이나 일요일 아침 수술대에 올랐다.

 팔에 링거자국과 주사바늘 멍자국이 또렷이 남아 있다. 진통제를 먹으며 겨우 통증을 참아 내고 있다.

 마음은, 대한민국의 정상적 국민이 느끼는 감정 그대로다.

 입술과 혀에 결려 있는 '제어장치'를 떼어 내고, 거침없이, 걸쭉하게 한 바탕 욕이나 해대고 싶기도 하다.

...

여객기가 비행 중이다. 한 심장외과 의사가 가족들과 휴가를 가기위해 탑승해 있다.

 그동안 병원의 고된 진료활동으로 쌓인 피로를 풀고, 또 가족들에게 기초적인 책무를 다 하기 위해 오른 간만의 휴가 일정이다.

 탑승객 중 한 사람이,갑자기 경기를 일으키며 발작 증세를 보인다. 승무원이 혹시 기내에 '의사 선생님' 없냐고 다급한 소리로 안내 방송을 한다.

현장으로 달려가야 할까, 말까...머릿속에서는 복잡한 계산이 이루어 지고 있다. 얼핏 보니, 증세가 꽤 심각해 보인다. 비행기의 착륙지는 전형적인 휴가지라서, 또 늦은 밤에 착륙하는 거라서...제대로 된 병원이 있을리 만무하다.

 현장의 발작 증세를 보이는 사람에게 달려갔다가는,이번 휴가는 송두리째 사라질 것이 뻔히 예상된다. 간만에 가진 가족 휴가인데, 가족들의 실망할 그 표정이 벌써 눈에 선 하다.

 현장으로 달려가야 할까, 말까...머릿속 계산이 더 복잡해진다.

....

요즘, 제가 '청년 창업, 제발 하지 마시라!', '각자도생'의 시대...하며...이것 저것 몸부림을 치는 이유는,지금 저의 심정과 처지가 마치 위의 '응급환자가 있는 비행기 안의 의사'와 같은 심정 입니다.

 일요일 아침 긴급 수술을 받고, 병실에 누워있는 저의 모습을 보고, 제 딸아이가 하는 이야기.

 "아빠, 힘들지? 그래도 아빠 계속 해야 해. 그것이 아빠의 직업적 소명이야!" 하는데 왈칵 눈물이 났습니다.

국가 리더십이 송두리째, 뿌리째 붕괴되었습니다.

정치인들은, 고위 관료들은 각자의 셈법으로, 자신과 자신의 정파의 이해관계의 득실 문제를 계산 해 보고, 이런 경우, 저런 경우의 수들을 놓고 따지고 있을 겁니다.

 정치인들의 경우 여야 할 것 없습니다. 야당의 일부 정치인들은 오히려 더 교묘하고 더 영악합니다. 이런 와중에 일자리를 잃어, 사업에 실패해 '극단적 선택'의 상황 앞에 있는 민초들은,꿈을 잃은 청년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이들의 고통이 외상으로 나타나지 못해서 그렇지, 경기를 일으키며 발작 증세를 보이는 응급환자와 그 위급성과 위독성의 정도는 비슷하지 않을까요?

1950년대~1970년대 전쟁 후 회복기간에는 '누구나' 가난했고, '누구나' 고통스러운 '보편적 어려움의 시기'를 보냈습니다. 2000년대에는 '일부만' 가난하고, '일부만' 고통스러운 '상대적 어려움의 시기' 입니다.

 '상대적 어려움'이 '보편적 어려움' 보다 몇배나 고통의 크기가 더 크고 그 무게가 더 무겁다는 사실을 겪어 본 사람들은 잘 알고 있습니다.

 시대의 지식인들과 전문인들이 국가 공동체 고유의 가치를 회복할 수 있도록 나서야 합니다.

 응급환자가 있는 비행기에서, 가족휴가인 관계로 나는 '의사가 아니다!'라고 마음속으로 주문을 걸고 눈을 감고 잠든 척 하는 모습으로 있는 심장외과 의사.

 지식인과 전문인들이, 이 '고뇌하며, 행동하지 않는 의사'와 같은 모습으로, 이 시대의 아픔과 고통 그리고 응급상황을 묵과하거나, 외면해서는 안됩니다.

 언론에 보도되는 내용에 비분강개만 해서는 안됩니다.

보다 본질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들을 지식인과 전문인들이 정교하고 예리하고 또 객관적으로 파헤쳐서 본질적이고, 구조적으로 새롭게 거듭날 수 있는 대안들을 만들어야 합니다.

 특히, 학계의 '곡학아세' 하는 '어용학자'들의 '거침없는 하이킥'을 수수방관하거나, 때때로 부하뇌동 했던 다수의 평범한 학자들이 '객관적 중심'에 기초하여, 본질적이고 구조적인 치유와 회복이 일어날 수 있도록 진단과 대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지식인과 전문인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주변에 국가의 '구조적 그릇됨'으로 인해 '선의의 피해를 보고 있는 응급환자'들에 대해 '비상대처'를 할 수 있도록 그 길을 안내 해야 합니다.

 그간 우리 사회로부터 '식자'로 대접받은 것을 올바르게 보답해야 합니다.

 그게,'지식인과 전문인의 직업적 소명'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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