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간부 및 장병들을 위해 한 달에 두 세 번씩 험한 산골을 마다하지 않고 달려가 ‘유쾌하면서도 유익한 명품 강연을 해주는 사람. 강사료를 받기는커녕 그날 사단 장병들에게는 어릴 적 추억이 가득한 ’사제‘ 종합과자선물세트를 1인 1상자씩 제공하는 사람, 때로는 천안함 같은 군대에 어려운 일이 있을 때는 익명으로 기부도 하는 선인(善人). 군인들은 언제부터인가 그를 반갑고 유익한 선물을 가져다준다고 해서 ‘군(軍)클로스’ 즉 군대의 산타클로스라고 부릅니다. ㈜듀오 이충희 회장이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이 회장은 호텔신라 면세점에서 근무하다 93년 올챙이 무늬로 유명한 이태리 명품 에트로 독점판매권을 따내 듀오를 세웠습니다. 그리고 매출 중에 상당부분을 나누는데 사용, 명품업계에서도 알아주는 '나눔 활동가'이자 군부대 인생 강사입니다. 2002년 교장선생님이었던 부친의 호를 따 40억 원으로 백운장학재단을 설립한 그는 해마다 중.고.대학생과 교수들에게 장학금과 연구비로 20억 원을 지원한 바도 있습니다. 대한민국 남자치고 대부분 군과 인연이 없는 사람이 없지만 그도 ROTC(학군) 15기 장교출신입니다. 바쁜 사업가 활동 중에도 화천 중동부전선 최전방 부대인 15사단, 양평에 있는 20사단과도 자매결연을 하고 있습니다. 가을바람이 선선하고 쾌청했던 지난 20일 오후 2시 평찰 알펜시아 리조트에 군 장병들을 태운 버스들이 속속 도착했습니다. 정복차림을 하고 한명 두 명 내리는 장병들의 얼굴은 고된 훈련으로 구릿빛 얼굴이었지만 오랜만에 화려한 리조트에 왔다는 안도감에 하나 같이 표정들이 밝았습니다. 그렇게 무덥던 여름이 지나서인지 차량 안 온도계는 사람에게 가장 쾌적한 21도를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멀리 대성산 레이더 기지가 보이고 선자령 자락에서 돌아가는 10여대의 풍력 발전기,옆으로 목장지대가 마치 알프스 풍경처럼 평화롭게 펼쳐졌습니다. 손님들을 맞이하던 평창 알펜시아리조트 손광익대표는 “여기 사람들은 여름에도 알펜시아가 시원한 이유가 저기 멀리 보이는 선자령의 선풍기(풍력발전소지칭) 여러 대가 바람을 이쪽으로 몰아주기 때문이라고 합니다.”라고 농담을 던졌습니다. 사람이 가장 살기 좋은 위치라는 해발 7백 미터 자락에 위치한 알펜시아에서는 해마다 7월말부터 8월초까지 국내 대표 여름 클래식 음악축제인 평창대관령 음악제가 열립니다. 올해로 13회째를 맞았던 대관령 음악축제에는 클래식 애호가뿐만 아니라 여름휴가를 온 수만 명의 가족 단위 관람객들이 어우러져 음악으로 하나가 됐습니다. 바흐,베토벤,브람스를 중심으로 올해 주제가 ‘B.B.B'였는데 그 메인 홀이 바로 알펜시아 뮤직텐트입니다. 시계는 2시 30분을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뮤직텐트 연주 홀에서는 바이올린과 오케스트라의 선율이 흘러나오는 것을 보니 리허설 준비가 한창입니다. 뮤직텐트앞 광장에서 이충희 회장은 오늘의 진정한 VIP인 장병들을 반갑게 맞이합니다. 지휘관들인 1야전군부사령관 고현수 중장, 제36보병사단장 구원근 소장을 비롯한 간부들도 환하게 웃으며 공연을 기다립니다. 이 회장에게 물었습니다. “군부대 위문 활동을 지속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인가요?” “지금 우리 사회가 군대에 대한 인식이 너무 떨어져 있습니다. 공권력의 권위 자체가 많이 무시당하고 추락했습니다. 만약 우리에게 전쟁과 같은 위급 상황이 발생하면 결국 그 사람들이 지켜줘야 합니다. 전쟁은 막아야 하고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지만 너무 안일한 의식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과거 전쟁시기에 군부대는 먹고 살기 힘든 민간인들에게는 보루 같은 곳이었습니다. 군부대 덕분에 민간인들이 먹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군부대 보고 다 나가라고 합니다. 그럼 유사시 나라는 누가 지키겠습니까?” 얘기를 나누다보니 공연시작 시각인 3시가 가까워오자 뮤직텐트홀은 어느새 무대를 제외하고는 모두 장병들로 가득 찼습니다. 한 군관계자는 “최근 북한의 핵실험으로 남북 간의 긴장이 고조돼 천리 행군을 비롯해 거의 매일 유격훈련과 출동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장병들이 매우 피곤하고 신경이 곤두 서 있어 과연 처음 접하는 친구들도 많은 클래식 공연을 잘 즐길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라고 솔직한 심정을 털어 놓았습니다. 사회를 보는 아나운서가 장병들을 위해 금난새 지휘자에 대한 일화를 설명해줍니다. “1974년에 서울대 작곡과를 졸업한 금 선생님은 국내에서 지휘를 가르쳐 줄만한 분을 찾지 못해 독일로 유학을 떠나셨습니다. 독일어를 할 줄 몰랐지만 무조건 베를린 음악대학 라벤슈타인 교수를 찾아가 지휘를 배우겠다고 매달렸습니다. 급하게 입학시험을 치렀지만 여러분 과연 합격했을까요?” 장병들은 “예”,“아니요” 대답이 엇갈렸습니다. 아나운서는 말을 이어갔습니다. “금 선생님은 당연히 탈락했습니다. 그때 스승 라벤슈타인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세상은 네가 지금 실패한 것은 나중에 아무도 기억하지 못한단다. 다시 노력해서 성공하면 되는 거야’. 용기를 얻은 금 선생님은 그 이듬해 도전해서 당당히 합격했고 라벤슈타인 교수의 정식 제자가 된 것은 물론 세계적인 지휘자가 됐습니다. 여러분 지금 혹시 힘들다면 오늘 힐링클래식 음악을 통해 큰 울림과 진정한 위로를 받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장병들의 눈빛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순간 서울예고 오케스트라 단원과 금난새 선생이 입장하자 8백여 명의 장병들은 일제히 큰 함성과 함께 기립박수를 보냈습니다. 뮤직텐트홀안에 퍼지는 장병들의 우레 같은 박수소리는 여느 걸 그룹 공연 못지않은 데시벨을 기록했습니다. 특유의 해설음악회로 유명한 금난새 선생님은 우선 마이크를 잡자마자 단원들이 가지고 있는 바이올린과 세컨바이올린, 비올라, 첼로의 음색과 특성을 하나씩 시연을 보이게 하며 설명합니다. 음악회 시작에 앞서 제 뒷좌석에 앉아있던 제36보병사단 소속 김현우 상병, 민경빈 일병에게 ‘클래식 연주를 직접 본적이 있는 지 물어본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단 한 번도 직접 본적이 없습니다. 사실 오케스트라 연주는 오늘이 처음입니다. 금난새 선생님도 처음 봅니다. 클래식 연주를 잘 모르지만 즐겨보려고 합니다.” 익숙하지 않는 장병들을 위해 하이라이트 부분을 미리 들려주고 악장과 악장사이에는 박수를 치지 않는다는 말도 세심하게 당부하는 모습에 장병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무대로 한층 더 집중합니다. 군인이 청중인 만큼 생동감 넘치고 웅장하면서 귀에 익숙한 엘가의 ‘서주와 알레그로 작품 47’ 첫 연주가 끝나자 장병들의 표정이 한결 풀어졌습니다. 아직은 조는 장병은 안보입니다. 이 회장과 나눴던 얘기가 떠올랐습니다. “2년 전 금난새 지휘자와 함께 춘천에서 2군단 장병들을 위한 첫 번째 클래식 공연을 했었습니다. 오늘 ‘금난새와 군이 함께하는 평창 동계올림픽 성공기원 힐링콘서트와 그때가 다른 점은 당시에는 여고생들 4백 명이 섞여 있어 분위기를 주도했습니다. 이번에는 순수하게 36사단 장병 850명만을 위한 힐링공연입니다. 우리 군인들도 문화가 크게 바뀌었습니다. 문화 예술 수준이 아주 높아졌어요. 과거처럼 걸 그룹만을 좋아할 거라고 생각하면 잘못 생각하는 겁니다.” 전체 장병들 대부분이 대학재학중이거나 졸업자인 상황에서 옛날 방식으로 짧은 치마를 입힌 걸 그룹 가수나 수준 낮은 유머로 억지웃음을 유발하는 것 가지고는 요즘 젊은 장병들을 설득하기 어렵다는 얘기였습니다. 공감이 가는 부분이었습니다. 금난새 지휘자는 어느 덧 오늘의 메인 곡 비발디의 ‘바이올린 협주곡 <사계>중 ’여름‘ G단조 작품 8-2 곡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탈리아 작곡가 비발디의 사계 중 여름은 ‘페르마타(fermata: 악보에서 음표나 쉼표의 위나 아래에 붙어, 본래의 박자보다 두세 배 늘여서 연주하라는 기호)’로 시작됩니다. 무더운 여름 양치기 소년도 양도 더위에 지켜 늘어집니다. 그리고 각종 새가 등장하는데 무슨 새가 등장하는 줄 아십니까?” 한 장병이 “금난새요” 라고 답변하자 고현수 중장을 포함해 모두가 크게 웃습니다. 사실 ‘금난새’라는 이름은 <그네>를 작곡한 아버지 금수현선생이 지은 대한민국에 등록된 최초의 순 한글 이름입니다. “‘금난새’가 아니고요. 뻐꾸기, 비둘기, 방울새를 바이올린이 연주합니다. 미풍에 이어 거센 바람과 폭우, 번개가 내려치며 양치기는 거센 불안에 휩싸인 상황을 표현한 것이 바로 여름입니다. 마치 휴가나간 장병이 헌병을 만난 것이라고나 할까요? 자~ 이제 함께 들어보실까요?” 연주가 이어지는 내내 군 장병들은 마치 신세계를 발견한 듯한 표정으로 클래식 음악의 향연으로 빠져 들어갔습니다. 물론 몇몇은 노곤한 오후 시간의 졸음을 이겨내지 못해 한없이 무거워지는 눈꺼풀을 들어 올리려 애썼지만 정말 극소수에 불과했습니다. 어느 덧 마지막 곡 차이콥스키의 현을 위한 <세레나데>C장조 작품 48중 1악장만을 남겨두자 ‘벌써’라는 아쉬운 표정들이 묻어납니다. 금난새 지휘자는 “장병여러분! 너무 고마워요. 오늘 연주한 서울예고 학생들은 제가 이 학교 교장으로 재직 중이지만 아직은 이런 큰 자리에 서본 경험들이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런 연주를 통해 여러분과 함께 친구가 될 수 있고 또 이 경험을 통해 세계적인 음악가들로 성장할 수 있도록 여러분이 아낌없이 기립박수를 쳐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힘찬 박수가 이어집니다. 이 정도면 이날 공연은 효과 만점입니다. 장병들뿐만 아니라 간부들도 오랜만에 행복에 겨운 표정들입니다. 여군이지만 남자 지휘관들을 능가하는 통솔능력으로 사단장 표창까지 수상한 제36보병사단 대대장 양소라 중령도 그중에 한명입니다. “평소 클래식 음악을 즐겨 듣는데 좋은 공연장에서 직접 연주를 들을 수 있어 너무 행복했습니다. 금난새 선생님 직접 뵈니 정말 멋지십니다.” 이충희 회장이 군 장병교육도 중요하지만 간부교육의 중요성을 설파한 얘기가 떠올랐습니다. “처음에는 막 군에 입대한 신병교육대 장병들 중심으로 강연을 했습니다. 그런데 병영문화와 생각이 바뀌기 위해서는 간부들이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회 분위기도 많이 느슨해지면서 간부장교들도 과거보다 의식이 약화됐습니다. 간부들을 교육시키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강을 간다고 하면 부대에서는 병사들을 억지로 동원하려고 합니다. 참석인원에 얽매이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수십 명이라도 좋다고 했습니다. 간부 1명이 바뀌면 장병 수백 명의 인식을 바꾸는 효과와 맞먹습니다. 간부교육의 중요성이 여기에 있습니다.” “군 간부들에게는 어떤 얘기를 들려주나요?” "우리 군은 순혈주의가 너무 강합니다. 저는 육사생도 출신들에게 자주 말합니다. 타 출신도 받아들이라고 말입니다. ROTC(학군단)이나 3사 출신들도 수용해야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어우러져 군인정신을 형성할 수 있죠. 그래야 원팀(OneTeam)이 될 수 있습니다.” 이 대목에서 그 어느 때보다 이 회장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갑니다. “현재 육사출신이 전체 장성급의 80%를 차지합니다. 이른바 작전, 기획 같은 소위 꽃보직도 생도출신이 주로 차지하면서 타 출신들이 배제되는 경우가 아직도 많습니다. 또 전투인력의 대부분이 육군위주로 편성돼 해.공군이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이런 시스템을 바로 잡는 것이 대단히 필요합니다.” “이 회장님께서는 명품을 수입해 판매하는 기업인데 아무리 학군출신이라는 인연을 고려하더라도 명품의류 수입 기업과 군이 잘 매치가 안 되는데요.” “제가 기업하면서 명품문화에 관심을 가졌던 것처럼 군대도 명품으로 바꾸고 싶습니다. 군대는 때가 되면 의무적으로 가는 곳이라는 옛날 사고방식 가지고는 군대 문화를 바꿀 수 없습니다. 최근 우리 사회 일각에서 모병제로 가야 한다고 하는데 선거만을 의식한 파퓰리즘의 하나로 불가능한 일이고 시간 낭비에 불과합니다. 이스라엘은 우리와 달리 평지가 대부분이어서 전자 무기 활용이 가능하고 병력이동도 몇 분이면 충분합니다. 반면 산악지형인 우리나라에서는 철책 선에 전자장치를 설치하더라도 길이 없어서 출동이 불가능합니다. 군 간부들에게 이스라엘 복무기간이 몇 년인 줄 아냐고 물어보면 대부분 잘 모릅니다. 본인들도 모르는데 누굴 가르치겠습니까? 남자는 3년이고 여자는 2년을 의무적으로 복무합니다. 우리는 21개월을 의무복무 합니다. 이스라엘은 징병제하에서도 노벨상 수상자를 13명이나 배출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군에서 공부할 수 있는 분위기가 잘 이뤄지지 않습니다. 우리도 군복무기간이 낭비가 아니라 이스라엘처럼 다양한 사고들을 학습하는 기회가 되는 방향으로 병영 문화가 바뀔 때까지 개인적으로라도 최선을 다해보려고 합니다.” 이충희 회장이 왜 ‘군클로스’라는 별명까지 들으며 열 일 제치고 군대 일이라면 먼 길을 가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명품 군대를 만들어보자’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이날 공연을 참관했던 제1야전사령부 부사령관 고현수 중장은 현재 현역 ROTC(학군20기)출신 장교 중 최선임자입니다. 군 생활 중 강원도 전방에서만 18년을 근무한 대표적인 야전군인인 고 중장은 의외로(?) 평소 문화 예술과 창의적 군대를 강조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2년 전 춘천 2군단장을 역임할 때 이충희 회장의 제안을 받아들여 금난새 지휘자와 처음 클래식 공연을 했던 인연이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백운갤러리를 소유하고 있는 이충희 회장으로부터 소장 중이던 세계 명화 진품을 얻어 사령부와 군단 건물에 전시하기도 했습니다. 이날 음악회에 앞서 금난새 지휘자와 이충희 회장, 그리고 고현수 중장과 구원근 사단장을 비롯한 몇 명이 오찬을 함께 하는 자리에서 했던 고 중장의 말이 떠올랐습니다. “요즘 군대에 오는 젊은이들에게 군에서도 음악회나 그림 같은 예술 활동을 장려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젠 그것을 받아들이고 이해 할 만큼 준비가 돼있고 스펀지처럼 흡수합니다.” 고 중장의 거침없는 얘기가 이어졌습니다. “군인처럼 창의적인 생각을 많이 해야 하는 집단이 없습니다. 왜냐면 전투는 창의의 싸움입니다. 똑같은 것을 반복해서 이기는 전투가 없어요. 창의적인 것이 무슨 의미냐 하면 과거 전쟁 역사에서 새로운 무기와 새로운 전술, 이걸 아이디어로 개발해서 대승을 했지 어찌 옛날 썼던 방법을 다시 써서 승리한 전쟁이 어디 있습니까? 창의적인 생각을 많이 하는 사람들이 예술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군인들만큼 예술가들을 접하고 예술작품을 보게 만들고 그 속에서 뭔가 영감을 얻을 수 있도록 만드는 역할이 중요합니다.” 왜 고 중장이 근무하는 부대마다 어두컴컴했던 지하 작전실 복도가 그림과 사진으로 밝게 바뀌었는지, 대성산 골짜기에 백운갤러리 명월분점 갤러리 카페를 만들어 놓았더니 군인가족들이 낮에도 찾아와 아이들과 문화감상도 하고 예술작품도 감상하면서 지역 명소가 됐는지 놀라운 변화들을 털어놓았습니다. 그리고 고 중장은 이충희 회장의 노력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군부대에 이 회장께서 제공해주신 그림과 사진작품에는 각각의 설명들이 붙어있습니다. 그 앞을 오가며 간부와 간부가, 간부와 사명이 자연스럽게 작품에 대해 얘기하며 소통을 합니다. 제가 볼 때 바로 이런 것이 예술의 힘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정말 모두가 감사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 회장께서 뿌린 씨앗이 이제 군에서 싹이 트고 있습니다.” 오후 4시 10분 금난새 지휘자와 제36보병사단 장병 8백여 명이 함께 즐긴 힐링콘서트가 또 한 번의 앙코르와 기립박수로 끝났습니다. 무대 위의 금난새 선생은 서울예고 오케스트라 학생들이 무대 밖으로 퇴장할 때까지 홀로 서서 끝까지 박수를 보냈습니다. 어느 덧 고희를 바라보는 금난새 지휘자의 체력은 예전보다 못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여전히 전국의 신안, 함안 등 6개 군단위에 구성한 청소년 오케스트라 지도에 서울예고 교장, 제주아일랜드페스티발, 한경오케스트라 지휘 그리고 군 장병을 위한 힐링콘서트까지 1년에 거의 2백회 이상 연주를 하고 찾아가는 공연을 하는 금난새 선생님의 열정은 갈수록 더 뜨거워지는 것 같습니다. 장병들은 맨 마지막으로 퇴장하는 금난새 지휘자를 향해 정말 감사의 마음을 담아 기립박수를 보냈습니다. ‘여자친구’ 걸 그룹에게 보내는 박수소리 이상이었습니다. 공연시작 전 물어봤던 김현우 상병, 민경빈 일병을 찾아 공연을 직접 보고 난 뒤의 감상 소감을 물었습니다. 김 상병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전 정말 처음 클래식 공연을 참관했습니다. 클래식이 어렵다고 해서 처음에는 기대도 안했는데 오늘은 귀와 눈으로만 공연을 관람한 것뿐만 아니라 가슴으로 느낀 것 같습니다. 앞으로 클래식을 더 알고 싶고 이런 공연을 마련해주신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제36보병사단장 구원근 소장은 “군에 입대해 고민을 하는 젊은 장병들에게 좋은 기억을 남겨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말과 함께 감사패를 금난새 지휘자에게 선사했습니다. 이 모든 장면을 보고 있는 이 회장에게 마지막으로 물었습니다. “이 회장님의 유별난 군사랑에 대해서 가족들은 뭐라고 하십니까?” “처음에는 ‘미쳤다’고 하죠.(웃음) 지금까지 80여 차례 정도 군 강연을 했습니다. 지난 2002년부터 시작해 최근 3~4년 사이에 집중적으로 더 찾아다녔습니다. 육군 전체의 70% 정도는 다 돌아다녔다고 봐와죠. 제가 하는 에트로(ETRO)의 잦은 국내외 출장을 피해 한 달에 두 세 번은 군부대를 찾습니다. 특히 이번 군 장병 힐링음악회 같은 경우는 금난새 선생님 섭외부터 음향, 기타 거의 총괄을 제가 직접 합니다. 돈도 돈이지만 시간을 많이 뺐기는 일입니다.” “언제까지 이 일을 하실 생각이십니까?” “유별한 ‘군사랑’을 이해하지 못했던 가족들이 최근에는 사진작가인 아내까지도 작품도 기꺼이 기부해주고 이 일을 이해를 해줘서 힘을 조금 얻습니다.(웃음) 무심한척 했던 아내도 최근에는 신문 기사나 잡지에 나온 인터뷰 기사를 챙겨서 식탁에 챙겨 놓는 등 나름대로 이해를 많이 해주는 것 같습니다. 특히 장성한 아들이 15사단과 맺어온 1사 1병영운동을 아버지 대신 끝까지 자신이라도 대를 이어 챙겨주겠다고 해서 대견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멀리 보이는 선자령 자락 소떼 목장에 내리 쬐던 햇볕이 뉘엿뉘엿 지고 있었습니다. 코 끝에 다가오는 청결한 선자령 바람이 온 몸을 휘감았습니다. 부대로 돌아가는 버스에 탑승하는 장병들을 보면서 진정한 ‘힐링’은 뭔가를 주려고 애쓰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느낄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가슴을 열게 하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는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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