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칼럼] 여민동락(與民同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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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칼럼] 여민동락(與民同樂)
  • 김영회 / 언론인
  • 승인 2016.09.08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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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해진미가 아닌 마음 씀씀이가 중요"

-백성들과 슬픔을 함께한 제왕은 백성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홀로 즐긴 제왕은 불평을 듣는다. 산해진미가 전부가 아니고 그 마음 씀씀이가 중요하다-

좋은 음식 찾아먹기를 즐기는 서양의 돈 많은 미식가(美食家)들은 세계 3대 진미(珍味)로 송로버섯, 캐비아, 푸아그라를 꼽는다고 합니다. 요리전문가나 미식가가 아닌 일반인들로선 해외토픽에서나 봤음직한 이 희귀한 단어들이 한 여름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구는 것을 보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해보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도대체 그것들이 무엇이기에 대통령이 측근들과 점심 한 끼 한 것을 가지고 때를 만난 듯 국민들이 쑥덕이는가, 궁금하여 인터넷에 들어가 ‘3대 진미’라는 것을 찾아보았습니다. 그런데 아닌 게 아니라 명성대로 비싼 가격으로나 희소가치로나 진귀하긴 진귀한 식재료들이었습니다.

오찬 상에 올라 첫 번째로 꼽힌 송로버섯은 영어로는 트러플(truffle)이라고 하는 아주 특이한 버섯입니다. 지하 30cm~1m에서만 자라고 다 자라려면 7년이나 걸리는 그야말로 인삼 뺨치는 ‘귀하신 몸’입니다. 이를 채취하려면 과거에는 멧돼지나 개 같은 후각이 발달한 동물을 이용하여 흙속에서 파냈다고 하는데 특히 암퇘지가 이 냄새를 맡으면 발정기를 연상케 할 정도로 심하게 반응해 날뛰기 때문에 최음제로도 여겨졌다고 합니다.

이들 동물은 그 맛이 너무 좋아 버섯을 발견하는 즉시 그냥 먹어버려 지금은 사람이 직접 쇠스랑으로 숲속을 뒤져 채취한다고 합니다. 맛은 강렬한 버섯 향과 약간의 식초, 고기와 살짝 흙이 섞인 것 같아 처음 먹는 사람은 “이게 도대체 뭐가 맛있다는 거야?”라고 실망하기도 한답니다.

하지만 값은 엄청나게 비싸 프랑스와 이탈리아산은 1kg에 1억5000만원을 호가하고 국내 수입쇼핑몰에서는 중국 윈난성(雲南省)산이 단 100g(4~5개)에 140만원 대에 팔리고 있다고 하니 대단하긴 대단합니다. 프랑스의 루이14세가 즐겨 먹었다는 꼬리표가 붙어 더 유명한 송로버섯은 서양에서는 ‘블랙다이아몬드’라고도 불립니다.

캐비아(caviar)는 특정 어종의 알을 가공하거나 염장(鹽藏)한 알을 가리키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철갑상어와 연어의 알을 말하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캐비아하면 철갑상어의 알로 통용됩니다. 캐비아의 역사는 18세기 유럽에서 부와 지위의 상징으로 당시 세도가들은 방문객들을 위해 항상 캐비아를 준비해두는 것을 자랑으로 삼았다고 합니다. 러시아 혁명 때 절대군주였던 황제, 짜르(tsar)의 만찬 상에 항상 올랐다고 전합니다.

캐비아가 귀하게 여겨지는 이유는 그 희소성에 있으며 그에 따라 수요는 계속 늘어나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금값보다 비싼 것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캐비아 주생산국은 러시아로 전 세계 유통량의 90%를 차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푸아그라(foie gras)는 거위나 오리의 간을 재료로 만든 프랑스 요리입니다. 푸아그라는 원래 프랑스 말로 ‘살찐 간’이라는 뜻인데 옛날 프랑스로 이주한 유대인들이 거위와 오리를 키우다가 자연스럽게 간을 요리해 먹던 데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푸아그라는 일반 음식에 비해 값이 월등히 비싸 전채요리나 명절 때 먹는 특별한 메뉴입니다. 색깔은 붉은색, 또는 약한 노란색을 띄며 아주 부드러운 게 특징입니다. 주로 구워 먹거나 와인에 재웠다가 요리해 먹습니다. 그런데 푸아그라는 거위를 아주 좁은 철창에 꼼짝 못하게 가두어 억지로 살을 찌워 간경화를 일으키게 해 채취하는 잔인한 방법을 써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고 그 때문에 미국의 어떤 주에서는 법적으로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3대 진미’에서는 빠졌지만 샥스핀(shark fin) 역시 그에 버금가는 명품요리입니다. 샥스핀은 상어지느러미를 말하는 것으로 대형 상어의 지느러미를 건조시켜 조리한 중국요리를 말합니다. 흔히 귀빈을 접대하는 연회와 같은 특별한 때에 고급메뉴의 상징으로 쓰입니다. 샥스핀은 그 자체에는 특별한 맛이 없으며 요리의 맛은 국물에 첨가된 양념에 의해 결정되는데 미끈미끈한 특유의 부드러운 식감으로 미식가들의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샥스핀이 유명해진 것은 냉전시대인 1972년 미국의 닉슨 대통령이 미·중수교를 위해 중국을 방문했을 때 마오쩌둥(毛澤東)과 함께 만찬에서 즐겼다 해서 유명해졌습니다.

그런데 재료를 얻기 위해서는 상어를 잡아 지느러미만을 칼로 잘라내고 몸통은 그대로 바다에 버려 상어가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고 해서 국제환경단체들이 끊임없이 항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그러고 보면 ‘산해진미’라는 것이 사람의 입맛을 녹이는 어떤 특별한 맛이 있다기보다 그 희소성과 함께 “누가 먹었다더라” 하는데 더 의미를 두고 가격이 비싸다 보니 돈이 넘치는 사람들의 자기만족과 과시가 음식의 유명세를 더욱 높이는 것은 아닐까 생각되기도 합니다.

청와대의 호화오찬이 전해지자 무더운 여름 전기세 얼마 때문에 에어컨도 못 트는 대부분의 서민들은 “잘 들 논다”며 혀를 차고 와글와글 ‘쓴 소리’들이 인터넷을 달구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얼마 전 광복절 기념사에서 “모두가 가진 것을 조금씩 내려놓고 어려운 시기에 콩 한쪽도 서로 나누어주실 것을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국민들에게는 “콩 한쪽을 나누어 먹으라”고 하고 청와대에서는 산해진미 파티를 열어 희희낙락하는 것을 보면서 “대통령이 민심의 저 건너에서 몰라도 너무 모르는구나”하는 생각을 금치 못하게 했습니다.

그 전에 ‘물태우’라는 소리를 들었던 노태우 대통령은 기자들과 청와대 인근 허름한 식당에서 수제비로 점심을 들어 화제가 되기도 했고 김영삼 대통령은 각계인사를 청와대로 초청할 때면 으레 칼국수를 내놓곤 했습니다. 김 대통령이 재임 중 큰 욕먹지 않고 청와대를 떠난 것은 바로 그런 소탈한 인간성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박 대통령은 자신에게 견마지로(犬馬之勞)를 다하는 사람이 당대표가 되었는데 진수성찬 좀 한 끼 한 것을 가지고 웬 ‘난리’를 쳐대느냐고 하겠지만 대통령이 입만 열면 “북한이 어떻다, 경제가 어떻다”고 금방 전쟁이 터질 것처럼 국가위기를 말하면서 어찌 그리 태평한 생각을 할 수 있었는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2000여 년 전 양(梁)나라 혜왕(惠王)이 맹자에게 물었습니다. “나는 백성들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데 왜, 백성들은 나를 못 마땅해 하는가. 옛날 주(周)나라의 문왕(文王)은 나보다 더 큰 사냥터를 갖고 풍악을 즐겨도 백성들이 칭송을 했다는데 왜, 나에게는 비난을 하는 가 듣고 싶소.” 맹자는 빙그레 웃으며 대답합니다. “문왕은 백성을 사랑하고 중히 여겨 그들과 더불어 기쁨과 슬픔을 함께 누렸기 때문에 더 큰 사냥터를 갖고 더 많이 풍악을 즐겨도 백성들은 불평을 하지 않고 오히려 더 즐겨야한다고 했고 왕께서는 홀로 즐거움을 누리기 때문에 불평을 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여민동락(與民同樂), 불여민동락(不與民同樂)입니다.”

맞습니다. 바로 그겁니다. 만약 이랬으면 어땠을까요. 충성스러운 휘하(麾下)들을 초청했으니 대통령이 직접 주방에 들어가 된장찌개를 끓이고 나물도 무쳐 “솜씨는 서툴지만 이거 내가 만든 음식이니 맛있게 드세요”라면서 “요즘 국민들이 많이 어렵다지요?”하고 ‘어머니’나 ‘누님’같은 모습을 보였다면 어땠을까요. 그랬다면 국민들은 “역시, 우리 대통령…”이라고 모두 손뼉을 치지 않았을 까요. 그게 바로 ‘여민동락’이라는 겁니다. 턱도 없는 일이겠지만 부질없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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