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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유난히 '삼촌'이 많은 이유는?":세종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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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유난히 '삼촌'이 많은 이유는?"

[오롯이 걷는 제주 기독교 순례길 4편]

민경중 대표기자 | 기사입력 2016/08/24 [17:00]

"제주에서 유난히 '삼촌'이 많은 이유는?"

[오롯이 걷는 제주 기독교 순례길 4편]

민경중 대표기자 | 입력 : 2016/08/24 [17:00]
 

# 제주의 보이지 않는 끈 ‘궨당’

 제주의 남자들이라면 빠지지 말아야 할 게 ‘모둠벌초’이다. 모둠벌초는 추석을 앞두고 조상의 묘를 벌초하는 일인데 객지에서 살거나 해외에서 살더라도 꼭 해야 하는 일이다. 초중고에서 ‘벌초방학’이 있을 정도니 육지 사람들이 생각하는 벌초의 개념과는 다르다.

그만큼 벌초를 중시하는 제주 사람들의 문화 속에는 ‘궨당’이라는 공동체의식이 바탕에 깔려 있다. 궨당이란 일가친척을 가리키는 말이다. 한자 ‘권당(眷堂)’에서 왔다.

궨당은 아버지 쪽과 어머니 쪽 친척을 모두 아우른다. 아버지 쪽을 ‘성펜궨당’이라 하고 어머니 쪽을 ‘웨펜궨당’이라 한다. 또 남자가 결혼하여 생긴 처가 쪽을 ‘처궨당’이라 하고 여자가 시집가서 생긴 시가 쪽을 ‘시궨당’이라 한다.

그러고 보면 제주라는 좁은 땅에서 궨당 아닌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이다. 그래서일까? 제주에서는 유난히 ‘삼촌’이 많다.

4‧3사건을 다룬 현기영의 소설 <순이삼촌>의 그 ‘삼촌’도 사실은 순이의 친척 ‘삼촌’이 아니다. 제주도에서는 모르는 사람에게도 ‘삼촌’이라는 말을 쉽게 한다.

가족연구가 김혜숙 제주대학 교수는 삼촌의 범위를 이렇게 말한다.

“아버지의 형제자매인 백숙부모, 고모, 고모부, 그리고 사촌 이상 형제들인 숙항(종숙, 재종숙, 삼종숙)은 모두 삼촌으로 통칭한다. 부모 세대의 모든 친족원을 성별이나 촌수에 관계없이 삼촌으로 칭한다. 그러나 5촌 이상도 실제 촌수에 상관없이 모두 삼촌으로 호칭한다.”

그래서이다. 궨당 없는 제주는 생각할 수도 없다. 제주의 문화 형성에는 늘 궨당이 영향을 끼친다. 정치에도 미치고 사회에도 미치고 교육에까지 미친다. 제주의 문화를 이해하려면 궨당이라는 코드를 놓치면 곤란하다.

“이 당 저 당 해도 궨당이 최고”라는 말은 정치철만 되면 제주섬을 떠돈다. 궨당은 그만큼 보이지 않는 권력이다. 궨당을 잘 찾아다녀야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 제주에선 이데올로기, 정당 같은 정치적인 요소들은 모두 무의미하다. 궨당만이 의미 있다.

제주 사람들이 궨당에 그렇게 집착하는 까닭은 그만큼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왔기 때문이기도 하다. 외부로부터의 온갖 위협들을 이겨내기 위해선 함께 연대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짐작은 쉽게 할 수 있다.

그러나 궨당의 끈이 강하고 질기면 그럴수록 그 연대의 고리를 끊어내려는 외부로부터의 도전은 고전할 수밖에 없다. 복음 전도의 일이 그러하였다. 한 사람이 복음을 듣고 그리스도인으로 거듭나면, 그는 그리스도의 문화 속으로 스며들어야 교회는 뿌리를 내린다. 그런 교회의 특징으로 볼 때 궨당 문화가 지배하는 제주의 장벽은 높기만 했다.

그래서 제주에서의 복음 전도는 생사를 가르는 일처럼 여겨야 했다. 한 사람이 복음을 받고 삶의 모든 길을 되돌리고자 할 때 무엇보다 높은 궨당의 벽을 마주해야 했으므로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듯할 수도 있었다. 궨당의 제사관습을 버릴 수 없었고, 궨당 어른들의 지시로부터 벗어나는 게 불가능했다.

길은 온전한 복음의 힘에 기대어야 했다. 그만큼 복음의 순수성이 소중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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