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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를 고쳐 줄 수밖에 없었던 절박한 이유":세종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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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를 고쳐 줄 수밖에 없었던 절박한 이유"

[기자수첩]한.중위기 朴정부에 우허 같은 지혜롭고 용맹한 사람은 없습니까?

민경중 대표기자 | 기사입력 2016/07/29 [20:14]

"기사를 고쳐 줄 수밖에 없었던 절박한 이유"

[기자수첩]한.중위기 朴정부에 우허 같은 지혜롭고 용맹한 사람은 없습니까?

민경중 대표기자 | 입력 : 2016/07/29 [20:14]
윤병세외교장관과 왕이 중국외교부장이 라오스에서 한중회담을 하고 있다.

의심암귀(疑心暗鬼)라는 중국 고사 성어가 있습니다.

 옛날에 어떤 사람이 소중하게 아끼던 도끼를 잃어버렸습니다. 아무리 찾아봐도 도끼를 찾을 수 없자 도둑 맞은 것으로 단정했습니다. 그렇게 마음을 단정하고 나니 이웃집 아이가 수상쩍었습니다.

 “저 녀석이 내 도끼를 훔쳐간 것이 분명해. 길에서 마주쳤을 때 슬금슬금 도망가는 듯했고 나를 대하는 태도나 말투도 어색했단 말이야.”

 이렇게 믿고 있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그는 잠을 자다가 문득 지난번에 나무하러 갔다가 도끼를 놓고 온 일이 생각났습니다. 그래서 다음 날 새벽에 당장 달려 가보니 도끼는 산에 그대로 있었습니다.

 집에 돌아와서 이웃집 아이를 본 순간 그는 이번에는 그 아이의 행동거지가 별로 수상하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열자(列子) 설부(說符)편에 나오는 얘기입니다.

 의심하는 마음이 있으면 있지도 않은 귀신이 나올 것 같이 느껴지고 마음 속에 의심이 생기면 갖가지 무서운 망상이 잇달아 일어나고 주변 상황이 모두 다르게 보인다는 뜻이다.

 지금의 한·중 관계가 의심암귀 상태와 같습니다.

2015년 9월 중국 전승절 행사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이 천안문 망루에 서 있다.

 작년 가을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 전승절 행사에서 천안문 망루에 올라갈 때만 해도 한·중 관계는 사상 최고라며 자화자찬하기에 바빴습니다. 불과 1년도 안 돼 지금은 상호 신뢰가 깨져 하는 일마다 서로의 발언과 조치에 의심하기에 바쁩니다.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이 열린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한국이 상호 신뢰를 훼손시켜 유감”이라는 외교무대에서는 상당히 강도가 높은 언어를 구사했습니다.

 이러다보니 윤 장관이 발언할 때 왕이 부장이 손사래를 치거나 턱을 괴는 모습도 무례한 것으로 해석되면서 모든 것이 고깝게 보이고 있습니다.

 역으로 생각하면 중국도 갑작스런 한국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 한·미·일 동맹 강화, 중국기업 화웨이 세무조사에 대해서 의미를 분석하고 섭섭함과 의구심을 놓지 않을 듯합니다.

 정치나 외교는 그렇다 쳐도 지금 한·중 양국에서 가장 속 타는 사람들은 기업인이나 문화교류를 해온 인사들입니다.

 중국 쪽 지인으로부터 받은소 식은 얼마나 지금 이 사태가 기업과 민간교류에 얼마나 엄중한 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한류의 최선봉에 서있는 방송프로그램 교류는 전면 중단위기에 놓여 있다고 합니다.

중국 문화콘텐츠 주관부처인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이하 ‘광전총국’(廣電總局)이 각 성급 선전부에 전화 통지를 했다고 합니다.

 지시 내용은 ‘외국 연예인 프로그램은 일단 금지 또는 정지하고 이미 방송허가가 난 프로그램은 외국 연예인 내용을 편집해 방송하도록 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습니다.

 구체적 대상으로 중국 방송에서 제작중인 모 예능프로그램에 출연중인 우리 연예인의 출연 부분을 편집하도록 하고 또 다른 방송사에서는 출연 계약 자체가 없었던 일이 돼버렸다고 합니다.

 

 이 관계자는 “한중 정치문제가 복잡하니 일단 시간을 갖고 좀 더 지켜보자. 만약 향후 한중관계가 호전되면 한국연예인 부분도 허가해 줄 수 있다는 얘기를 광전총국으로부터 들었다고 전했다”는 것입니다.

 이와 동시에 산동TV에서는 한국 화장품과 고가품의 밀수 현장 단속 실황을 자세히 보도하고 중저가 한국산 화장품의 품질문제를 거론 하는 등 마치 정확하게 짜여진 시나리오에 의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듯한 모습니다.

 설상가상으로 7월 1일부터는 한류 방송 포맷 수입에 제동이 걸리면서 총체적으로 한류예능이 직격탄을 맞고 있습니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중국도 애써 감정적 보복조치라는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 근거서류가 남지 않도록 전화 통지라는 수단을 사용한 것입니다.

 아직은 초동조치에 불과해 보입니다.

사드배치가 경북 성주에 이뤄진다면 문화 교류를 뛰어넘어 전방위적 분야로 확산될 개연성이 높습니다.

 일부에서는 중국도 경제적인 부분에서 잃을 것이 많아 일방적 조치를 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낙관론도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과 중국 간 교역량이 한국과 일본, 한국과 미국 교역량을 합한 것보다 많다는 사실은 아무래도 규모면에서 잃는 쪽이 많은 것은 우리 일 수밖에 없습니다.

 중국 광전총국 기사가 보도되자 해당 한국 기업 관계자는 ‘국익을 위해서 소스가 밝혀질 만한 이름과 내용을 삭제해 줄 수 없느냐’는 의사를 조심스럽게 타진해 왔습니다.

 국익과 알릴 권리 사이에서 고민하다 일단 기사 일부를 수정하면서 고민한 것은 딱 한 가지입니다.

 “기사 팩트는 정확하지만 지금 중국내 상황이 너무 절박합니다. 20여 년 간 해왔던 신뢰 관계가 한 순간에 깨질 위기에 처 했습니다. 도와주십시요”라는 절박한 관계자의 목소리 때문입니다.

 그리고 과연 정부 관계자 중에 누가 이 기업 관계자만큼 자기 회사를 위해서 이렇게 절실하게 매달릴까 라는 대목에 생각이 미치자 정보원 보호를 위해 수정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물론 정부도 국익을 위해서, 우리의 자주권을 위해서 사드배치는 당당한 권리라고 말합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전문가들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서 꼭 ‘사드’가 만병통치약이냐는 의견에는 크게 엇갈리고 있습니다.

 개성공단 문 닫을 때만해도 폐쇄만 하면 곧 북한에 큰 타격이 빚어지고 김정은 정권이 곧 무너질 것처럼 했지만 결과는 현재까지는 빗나갔습니다. 정부 관계자 중에 어느 누구도 예측이 빗나간데 대해 책임지겠다는 사람은 아직 없습니다.

 하지만 반근착절(盤根錯節) 즉 엉킨 뿌리와 뒤틀린 마디 같은 해결하기 매우 어려운 일을 하라고 우리가 정권을 맡긴 것 아닐까요? 그래서 외교가 필요하고 협상도 필요하고 특사도 필요한 것 아닐까요? 민간 기업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데 아직까지도 관련국에 특사를 보냈다는 소식은 없습니다. 특사는 이런 때 보내라고 있는 것입니다.

부시대통령의 특사인 브렌트 스코우크로프트가 1989년 7월 덩샤오핑을 만나 미,중 관계 해소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1989년 5월 천안문 사태로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대중국 제제를 논의하고 긴박하게 돌아갈 때 부시 미국대통령은 대외용 엄포와 달리 베이징에 안보보좌관인 스코우크로프트 장군을 특사로 보냅니다.

 그는 국무부 부장관 이글버거와 한 명의 비서만을 대동한 채 경호원도 없이 미군 수송기인C-141의 표지를 페인트로 칠해서 보통의 상업용 항공기로 보이게끔 만들어 극비리에 베이징을 방문합니다.

 그리고 스코우크로프트는 덩샤오핑을 만나 미국 의회의 압박, 여론 때문에 부시대통령의 선택의 폭이 좁다는 설명과 함께 이해를 구하는 친서를 전달했습니다.

 친서를 받은 덩샤오핑은 “중국속담에 ‘방울을 단 사람이 그 방울을 떼어내야 한다‘는 속담이 있다”면서 “당신이 한 말에 일부는 우리가 동의하지만 상당부분은 우리와 견해가 다르다. 그러나 이는 괜찮다. 이같은 불유쾌한 일을 끝내는 것과 관련하여 미국의 말과 행동을 지켜보겠다”고 강조했습니다.

결과론적으로 양국 특사의 비밀스런 활동으로 그해 12월 천안문 사태로 위기에 몰렸던 미·중 관계는 반 년전의 비밀 방중과는 달리 스코우크로프트의 공개방문으로 다시 회복됩니다.

 지금은 공식적 국제회의에서 양국 외교 장관이 만나 미디어 앞에서 의도된 행동과 발언을 하는 것이 능사는 아닙니다.

 후한 6대 황제인 안제 시절 장군 우허(虞栩)는 주변의 시기와 질투 때문에 아주 어려운 폭도진압 작전에 투입됩니다. 주변 친구들이 모두 걱정하다 이런 말을 남깁니다.

 “엉킨 뿌리와 뒤틀린 마디(盤根錯節)에 부딪쳐 보지 않는다면 어찌 칼날의 예리함을 알 수 있겠는가.”

 우허는 지혜와 용맹으로 마침내 폭도들을 평정했습니다.

 현 정부에는 이런 우허는 없고 우병우 같은 사람만 남아서 엉뚱한 곳에서 반근착절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습니다.

 박근혜 정부에서 우허 같은 관리는 진정 어디에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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