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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호위무사는 갔습니다.부메랑을 아시나요?:세종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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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호위무사는 갔습니다.부메랑을 아시나요?

종편 언론들의 속성

김영회 / 언론인 | 기사입력 2016/04/20 [22:21]

[칼럼]호위무사는 갔습니다.부메랑을 아시나요?

종편 언론들의 속성

김영회 / 언론인 | 입력 : 2016/04/20 [22:21]

-좋은 시절은 갔습니다. 순한 양은 호랑이가 되고 눈앞에는 거대야당이 있고 호위무사 언론도 등을 돌리고 민심은 그처럼 무섭습니다-

자업자득이요, 인과응보입니다. 집권당인 새누리당의 참패를 본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의 결론은 그렇습니다. 야당이 무엇을 잘해서가 아니라 여당의 오만함이 가져 온 명백한 결과입니다.

권력이 국민을 깔보면 어떻게 되는가를 이번 총선은 실증적으로 보여주었습니다. 평소에는 아무 힘도 없어 보이는 순한 양과 같지만 한번 등을 돌렸다 하면 무서운 호랑이로 변하는 게 국민입니다. 오늘의 민주주의가 아니고 왕조시대였다해도 마찬가지입니다.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입으로는 ‘국민, 국민’하면서 그동안 국민을 너무 깔 본 결과가 이번 선거에서 나타난 것입니다.

이번 20대 국회의원선거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중간 평가였습니다. 박 대통령은 기회 있을 때 마다 누군가를 “심판해 달라”고 끊임없이 주문(呪文)을 되풀이 했습니다. “국회를 심판해 달라”고, “야당을 심판해 달라”고, 바른 말하는 여당의원을 심판해 달라고 끊임없이 외쳤습니다.

그것은 마치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라는 예수님의 목소리처럼 들렸습니다. 박 대통령은 무조건 자신을 지지하는 콘크리트 지지층이 있다는 것을 과신하고 있었던 듯 합니다. 세상에 콘크리트 지지층이 어디 있습니까. 다 아첨 좋아하는 언론이 만들어 낸 ‘용비어천가’지요. ‘선거의 여왕’은 또 뭡니까. 권력에 붙어 이권이나 챙기는 출세지향적인 부류들이 만들어 낸 허황된 감언이설이었던 것입니다.

1950년대 자유당 시절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이승만 대통령이 어느 날 한강에서 낚시를 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때 마침 ‘뿌~웅’하고 방귀가 나왔습니다. 곁에 수행을 하고 있던 이아무개 내무장관이 순발력을 발휘해 “각하, 시원하시겠습니다”하고 말장구로 분위기를 띄웠습니다.

예나 이제나 권력을 갖으면 주변에 사람이 꼬이고 그 중에는 듣기 좋은 말로 권력자를 기쁘게 해 주는 사람이 반드시 있기 마련입니다. 이 이야기는 누가 만들어 낸 것이 아니라 당시 장안에 널리 퍼져 화제가 됐던 실화로 ‘아부의 전형’으로 전해 오고 있습니다.

지금도 종편을 보면 눈꼴사나운 ‘잡담’들이 날마다 TV화면에 넘쳐납니다. 대통령만 나오면 “빨간 옷이 어울린다”느니, “오늘은 파란 옷을 입었다”느니 “머리모양이 어떠니” 등 핵심을 벗어 난 유치한 얘기들이 뻔질나게 나오는 것을 보곤합니다. 진행자나 출연자들이 희희낙락 즐거워하는 것을 보면서 한심하다는 생각을 가진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대통령 또한 그런 ‘아첨’을 즐기는 것 같았습니다.

이번 4·13총선은 박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였습니다. 지난 2012년 취임한 이래 3년 2개월 동안의 국정운영에 대한 평가였습니다. 대통령은 콘크리트 지지층이라는 것도 있겠다, ‘선거의 여왕’이라는 자부심도 있겠다, 자신을 가졌던 듯 합니다. 국민이야 나를 지지하는 사람이 더 많고 취약한 지역이 있다 해도 빨간 옷 입고 한 바퀴 돌면 다 돌아선다고 착각을 한 것이 분명합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 예측이 빗나갔습니다. 심판해 달랬던 야당은 대승을 거두고 배신자로 낙인찍었던 사람은 개선장군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누구를 심판하기는커녕 되레 대통령 자신이 심판을 당한 꼴이 되었습니다. 호주 원주민의 무기에 부메랑(Boomerang)이라는 게 있습니다. 활등처럼 굽은 나무 조각인데 목표물을 향해 던지면 회전하면서 날아가 목표물을 치고 던진 사람에게 되돌아오는 사냥무기로 흔히 남을 건드려 도리어 뺨맞는 경우를 그렇게 말하곤 합니다. 이번 총선은 심판을 받아야 할 사람들은 멀쩡하고 거꾸로 대통령이 심판을 당했으니 이것이 바로 부메랑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동안 박 대통령은 너무 많은 사람을 버렸습니다. 김종인, 이상돈이 누굽니까. 대통령을 당선시켜준 공신들 아닙니까. 그런데 그들, 지금 어디 있습니까. 제1야당인 더민주당의 대표로 당을 살려내고 새누리당을 궁지로 몰아넣은 적장이 되어 있지 않습니까. 이상돈, 어디 있습니까? 국민의 당의 선거대책본부장으로 안철수의 책사로 제3당의 핵심이 되어있지 않습니까. 대통령이 그렇게 미워하던 유승민, 어찌됐습니까. 그는 심판을 받기는커녕 정계의 깜짝스타가 되어 대권후보 반열에 올라섰습니다. 진영, 어디 있습니까? 새누리당 후보를 낙선시키고 더민주당의 중진이 되었습니다. 정윤회 문건파동의 청와대비서관 조응천, 어디 있습니까. 그 사람도 전화위복이 되어 국회의원이 되었습니다. 모두 다 대통령이 미워한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참으로 딱한 것은 제1당의 자리를 뺏긴 선거 참패에 대한 대통령의 인식입니다. 국정실패에 대한 특별성명을 발표해도 모자랄판에 그것도 닷새나 뜸을 들이다가 “국민의 민의가 어디있는가를 생각하게 됐다”는 단 43초 언급으로 넘어간 것은 대통령의 현실인식이 얼마나 안이한가를 엿볼 수 있게 합니다.

아니나 다를까, 그동안 수호천사처럼 박대통령을 감싸고 야당을 동네북처럼 비판하던 거대한 보수언론들도 이번 선거의 총책임이 대통령에 있다고 일제히 나서고 있지 않습니까.

그뿐이 아닙니다. 한 신문은 ‘새누리당 참패오적’(五敵)으로 박근혜 대통령, 김무성, 최경환, 이한구, 윤상현을 꼽고 그중 첫 번째가 박근혜 대통령이라는 발칙한 기사마저 쓰고 있습니다. 어쩌다가 대통령의 위상이 며칠 사이에 이렇게도 추락할 수 있을까.

박 대통령은 임기 5년 중 이제 1년 10개월만을 남겨놓고 있습니다. 3년 2개월이 지났는데 그동안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일찌감치 레임덕(lame-duck)은 시작됐습니다. 이번 총선이 레임덕에 기름을 부운 것입니다. 아니, 어떤 언론은 레임덕이 아니라 데드덕(dead-duck)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절름발이 오리’가 아니라 이미 ‘죽은 오리’ 나 마찬가지라는 것입니다.

이제 박 대통령은 정치를 해야 합니다. ‘좋은 시절’은 지나갔고 이제 과반수가 넘는 여소야대의 거대한 야당이 산처럼 버티고 있습니다. 그들과 만나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고 설득하고 타협해야 합니다. 그게 정치입니다.

과문인지 몰라도 나는 대통령이 입버릇처럼 “국회를 심판해 달라”는 말을 하는 것을 처음 봤습니다. 서슬이 퍼렇던 1970년대 철권통치시절에도 박정희 대통령은 야당지도자들과 은밀한 창구를 만들어놓고 설득하고 타협하고 부탁하곤 했지, 무조건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국민이 심판 해 달라”고 말하지는 않았습니다.

세계 어느 민주국가 지도자도 공개적으로 국회를 나무라는 말을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삼권분립이 된 나라에서 대통령이 국정 파트너인 국회를 적대시 하는 지도자는 없습니다. 국회의 중요한 기능은 행정부에 대한 견제입니다. 그러니 비판하고 견제하는 것입니다. 당연히 반대하는 것이고요. 그런 국회를 설득하고 타협해서 문제를 푸는 것이 대통령의 역할이고 능력입니다.

3000여 년 전 중국 은나라 시절 주문왕(周文王)이 강태공에게 ‘치세’(治世)를 물으니 이렇게 대답합니다. ‘천하비일인지천하 천하지천하’(天下非一人之天下 天下之天下). “천하는 어느 한 사람의 것이 아니라 온 천하 만백성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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