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세대에게 물려줘라
김종우 | 입력 : 2016/01/04 [13:29]
어제는 은퇴한 한 노교수님을 통해 흘러간 세월을 보았습니다. 그분은 30여 년 전만 해도 한국에서는 상대할 사람이 없을 정도로 방송제작에 관한한 전설적인 분이었습니다. 어느날 한 TV제작사가 직원들의 제작능력을 높여주려고 한다면서 일주에 한두 번 정도 원 포인트 레슨을 해줄 것을 그에게 부탁해왔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그 분은 정중하게 거절 의사를 밝혔다고 합니다. 고집과 집착은 퇴보를 낳기 때문에 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세월이 흐르듯 사람도 내 역할을 젊은 세대에 물려주고 그렇게 흘러가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요즘 젊은이들이 만든 작품이 맘에 들지 않는 경우가 너무 많다, 그러나 지적을 하는 것이 정진을 위한 것이 아니고 퇴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시청자들의 눈높이는 이미 젊은 제작자들의 눈높이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예전 것에 대한 고집을 내세우면 지금 우리가 흑백영화를 고집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교수님은 5년 전쯤 제자들을 도와 “쪽방” 이란 타이틀로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대학생들이 겨루는 대회에 출품을 했다고 합니다. 정석에 기초를 두고 만든 작품이고 본인이 직접 간여했기 때문에 은근히 기대를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결과는 입선에 지나지 않았고 대상은 “노숙자”라는 타이틀을 가진 작품이었다고 합니다. 그가 보기에 노숙자라는 작품은 혐오스러운 장면이 적난아 하게 표현됐고 구성과 편집 그리고 자막처리까지 모든 것이 너무 거칠어서 대상감은 될 수 없다고 생각했답니다. 그런데 심사평을 보고 크게 반성했다고 합니다. “쪽방”은 기획, 구성, 편집 모두 완벽하나 기성품의 고리한 냄새가 너무 많이 난다는 것이었답니다. 그 교수님은 자괴감에 빠져 한동안 괴로워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현실을 인정하기로 했답니다. 이런 까닭에 제작관련 부탁을 들어 주지 못했다고 본인의 속마음을 솔직하게 털어 놓았습니다. 나이든 사람들의 집착은 퇴보를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내가 지금 주장하고 강조하는 것이 한참을 흘러간 물레방아의 물이라면 그것은 집착입니다. 새로운 발전은 역시 새로운 물이어야 하고 흘러간 물은 이것을 지켜보는 것만으로 행복을 느껴야 합니다. 노병은 죽지 않고 사라진다는 것을 현실화 시키려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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