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새해를 맞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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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새해를 맞으며
  • 김영회 / 언론인
  • 승인 2015.12.31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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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나라가 태평하고

국민이 평안한 한해,

날마다, 날마다 좋은 날.

그런 한해가 되기를

두 손 모아 빕니다ㅡ

2016년, 병신년(丙申年), 단기 4349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12간지 띠로는 원숭이 해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생태적으로 원숭이는 지능이 매우 뛰어나고 영리한데다 하는 짓이 귀엽고 인간과 닮은데가 많은 동물이라 사람들에게 친숙한 느낌을 줍니다.

생김생김도 우스꽝스러울 뿐 아니라 가뿐히 나무를 오르내리거나 하는 몸동작이 워낙 잽싸고 민첩해 동물원에서는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단연 인기 만점입니다. 거기다 두 마리가 붙어 앉아 털을 헤집으며 해충을 잡아주는 정겨운 광경은 원숭이에게서만 볼 수 있는 특이한 모습입니다.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이라는 불가의 말씀이 있습니다. 그대로 풀이하면 ‘날마다, 날마다 좋은 날’이라는 뜻입니다. 이 말씀은 1000 여 년 전 중국 당나라 때 운문종(雲門宗)을 창시한 운문선사(雲門禪師․864~949)가 남긴 법어(法語)입니다.

선사가 어느 날 제자들에게 질문을 합니다, “15일 이전은 묻지 않겠다. 단 15일 이후에 대해서만 말해 보거라.” 아무도 대답하는 제자가 없습니다. 선사는 ‘일일시호일!’하고 크게 외칩니다. 자문자답(自問自答)이었습니다.

‘좋은 날’이라함은 우선 나쁜 날이 아니라는 뜻이고 나아가 ‘행복한 날’이라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나쁜 일만 없어도 ‘좋은 날’이 될 수도 있겠으나 일 년 열두 달 근심 속에 살아가는 시정(市井)의 보통 사람들에게 '행복한 날'이라니, 그게 어디 가당하기나 한 일이겠습니까.

춘하추동 그날그날의 날씨를 보면 화창한 날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맑은 날이 있으면 궂은 날이 있고 청명한 날 뒤에 비와 눈이 오거나 세찬 바람이 불기도 합니다. 천둥 번개에 벼락이 치는 날도 있습니다. 그것이 삼라만상(森羅萬象)의 자연현상입니다.

   
 

<2016년 우리 국민 모두의 소망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 날마다 좋은 날’. 운곡 김동연선생의 글씨입니다.>

조선조 초기의 문인 김시습(金時習1435~1493)의 시에 ‘사청사우우환청(乍晴乍雨雨還晴)’이라는 일곱 글자가 나옵니다. ‘비가 오다 잠시 개이더니 다시 비가 오고, 또 개이고 또 다시 비가 오고 개이네’라는 뜻입니다. ‘하늘의 기상도 그처럼 변화무쌍한데 하물며 인간관계에서야 말해무엇하랴’라는 시의 일부입니다.

사람의 운수란 알고도 모릅니다. TV를 보면 매주 로또 추첨을 하는 프로가 나옵니다. 당첨 번호가 공개될 때마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전국의 어디에선가는 환호와 함성이 터져 나옵니다. 한 순간에 기적처럼 그토록 갈망하던 벼락부자가 된 것입니다. 말 그대로 하늘의 별을 딴 것입니다.

그런가 하면 어디에선가는 전혀 예기치 못한 뜻밖의 사건, 사고나 재난으로 생명을 잃거나 재산을 잃는 불행한 일들도 날마다 부지기수로 일어나곤 합니다.

세상에는 로또에 당첨이 되는 것처럼 순간에 행운을 얻고, 하고 싶은 일을 힘 안들이고 성취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아무리 노력을 하고 혼신(渾身)의 애를 써도 뜻을 이루지 못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성공하는 사람보다 실패하는 이들이 훨씬 더 많은 것이 우리가 사는 세상입니다.

지금은 수명이 길어져 ‘100세 시대’를 이야기합니다. 그에 따라 평균 연령이 80을 넘었다고 하니 사람이 80년을 산다고 치면 날수로 쳐 2만9200일이 됩니다.

그런데 그 기나긴 세월, 수많은 날들이 어찌 ‘좋은 날’만 있겠습니까. ‘좋은 날’이 있으면 꼭 좋지 않은 날이 뒤따라오기 마련인 게 누구나가 겪는 세상살이의 이치입니다.

‘좋은 날’이란 결국 '행복한 날'을 가리키는 것일 터인데 그 행복이라는 것이 어찌 그리 쉽게 손에 잡힐 수 있겠습니까.

그러고 보면 운문선사가 ‘일일시호일’을 설파한 것은 좋고, 나쁜 날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고 그날그날 사람, 사람의 마음속에 있다는 것을 말씀한 게 아닐까 생각이 됩니다.

운문스님의 ‘일일시호일’인즉슨 ‘좋은 날’, ‘나쁜 날’이 다른 것이 아니고 모두가 다 ‘좋은 날’이라는 말씀인 것입니다.

결국 ‘좋은 날’ ‘나쁜 날’이란 일체유심소조(一切唯心所造), 즉 사람의 마음속에 있다는 가르침입니다.

 기쁨은 기쁨으로 기쁘게 받아들이고 괴로움과 슬픔은 그 또한 그대로 받아 들여 매사를 긍정하며 사는 삶이 바로 ‘일일시호일’이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도대체 속세를 등지고 산중에서 수행을 하는 스님도 그것이 쉬운 일이 아니거늘 그날그날 미망(迷妄)의 삶에 쫓기는 어리석은 중생이 무슨 수로 온갖 고뇌를 그러려니, 모두 감수(甘受)할 수 있겠느냐 하는 것입니다. 그게 어디 될 성부른 일이겠습니까.

그 옛날 요순시대(堯舜時代) 사람들은 하늘만 바라보고 해 뜨면 밭에 나가 땅을 일구고 해지면 집에 돌아와 잠자며 ‘격양가(擊壤歌)’를 불렀다지만 오늘 얽히고설켜 복잡다기한 현대사회에서 ‘날마다 좋은 날’이라니 수긍하기 어려운 게 솔직한 심정입니다.

오랜 옛날에도 ‘좋은 날’ 보다는 ‘궂은 날’이 더 많았기에 선사는 “모든 날을 ‘좋은 날’이라 생각하고 살아가라”는 가르침을 제자들에게 준 것이 분명합니다.

2016년 올해는 무슨 일이 있을까. 4월 13일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있습니다. 아무쪼록 유권자들은 거짓된 인물에 현혹되지 말고 제발 냉철한 이성으로 누가 거짓 없고 국민의 눈물을 닦아 줄 정직한 사람인가, 옥석(玉石)을 구분하는 지혜로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하겠습니다. 나라의 장래가 선거에 달려있습니다.

또 8월에는 5일부터 21일까지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올림픽이 열려 또 한 번 ‘스포츠 대한민국’이 들썩일 것입니다. 바라건대 ‘태극전사’들의 승전보속에 “오, 필승 코리아”의 함성이 다시 온 나라에 울려 퍼지기를 기대합니다. 우리 국민이 하나로 뭉치는 건 그때뿐입니다.

올해 소망이라면 우선 정치가 제 구실을 해야 하겠습니다. 여야가 모두 소아병적 당리당략을 떠나 진정 국민을 위한 정치의 본령(本領)을 찾아야 합니다.

경제가 회복되어 국민생활이 나아져야 되겠고 이념, 노사, 빈부, 지역, 세대 갈등, 그리고 흉악범죄, 사건, 사고 등 사회문제가 없는 한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나라가 태평하고 국민들이 평안한 국태민안(國泰民安)의 한해가 되기를 기도하는 심정으로 빌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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