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난자는 잊어라
김종우 | 입력 : 2015/12/14 [11:21]
정든 사람과 헤어지는 것은 많이 힘듭니다. 헤어짐의 아쉬움과 헤어진 후의 아련함 때문에 생긴 후유증은 인간만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너무 오래전에 봐서 기억이 가물가물 하지만 한 TV프로에서 이별의 아픔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순둥이 라는 이름의 개에 대한 사연이 소개 됐었습니다. 시골 마을에 살고 있는 순둥이는 여자 친구를 잃은 뒤 매일 그와 같이 있었던 장소를 찾아가 해 질 때 까지 기다리다 집으로 돌아오곤 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습니다. 산을 넘고 위험한 차도를 따라 2시간이나 걸리는 거리를 하루도 빠짐없이 아침에 달려가 그를 기다리다 해질 무렵이면 돌아옵니다. 너무 지쳐서 음식도 못 먹고 물 몇 모금 마시는 것이 먹는 것의 다입니다. 몸도 많이 수척해졌지요. 주인은 수의사를 불러 치료를 의뢰 했습니다. 수의사는 건강에는 아직 이상이 없는 것 같다면서 주변 사람들의 각별한 사랑과 관심이 필요하다는 처방을 내립니다. 주인은 순둥이를 차에 싣고 순둥이가 그의 여자 친구를 기다리던 그 장소까지 데려다 주고 그곳에서 보살핌을 해 나갑니다. 얼마 후 순둥이는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데 성공합니다. 개나 사람이나 이별의 아픔을 치유하는 것은 주변사람들의 사랑과 시간인 것 같습니다. 헤어짐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는 것 같습니다. 쌀쌀한 마음을 간직한 이별과 추억으로 남기기 위한 이별이 있는 것 같습니다. 만나면 헤어지는 것이 우리네 인생사입니다. 살아 있는 동안 내 가족, 내 주위사람들과 어떻게 지냈는지가 중요합니다. 그들을 진정으로 사랑했다면 헤어짐도 많은 아픔이 따릅니다. 그러나 진정 더 진정으로 사랑했다면 떠남을 축복해주어야 합니다. 떠난 자에 너무 억매이지 말아야 합니다. 그래야 떠난 자와 남은 자 모두 자유인이 되는 것입니다. 떠난 자에 억매이면 꿈과 비젼과 사랑을 모두 잃습니다. 보잘 것 없는 순돌이가 터득한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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