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에 한국사회의 지축을 흔들었던 역사 교과서 국정화의 찬.반 갈등은 정부-여당과 야권의 극렬한 공방은 물론, 보수와 진보로 반목하게 하고, 더 넓게는 여론의 분명한 양분 양상까지 불렀다. 이 논쟁은 교육부의 부령으로 일단 시행에 들어갔지만 야권의 반발이 잠재워지지 않아 그 여진은 계속될 것이고, 후유증도 오래갈 것으로 보인다. 교과서 문제는 국가의 미래가 달려 있는 교육에 관한 중요한 사안이므로 정치권은 물론, 온 사회가 중지를 모아 최선책을 마련해도 미진할까 우려될 판인데, 이처럼 양쪽으로 나뉘어 비이성적인 대결로 치달아서 사회적인 큰 손실을 낳았다. 뿐만 아니라 걸핏하면 이념과 이해로 대결과 갈등을 빚는 현상은 성숙한 시민사회의 모습이 아니며, 시민들의 다양한 의사를 조화시켜 합일을 도출해 내는 민주주의의 기본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민주사회에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 심하면 여러 갈레로 나뉘어 목소리를 낼 수도 있다. 여와 야의 찬.반은 균형과 견제라는 점에서 일정 부분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그러나 싸움은 시작부터 너무 날카로웠고, 좀처럼 타협의 자세는 촉수조차 작동하지 않았다. 국정화 논쟁은 정부-여당에서는 내용의 잘못을, 야권에서는 과정과 절차를 주로 문제 삼고 있다. 청와대와 여당은 역사 교과서들의 내용이 건국과 산업화는 홀대하면서 북한 측에 편중돼 있고, 대한민국의 정체성에 역행하는데, 검증과정에서는 시정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반대 측에서는 국정화의 의도가 독재와 친일을 합리화 하려는 것이라고 의심하면서 학문의 자유에 어긋난다고 주장한다. 양측의 주장은 촛점이 다른 것이다. 따라서 두 가지 논점을 떼어 놓고 논의한다면 각각 정.반.합의 지혜로 의견접근에 이를 여지도 충분히 있었다. 모두가 교육이란 명제에 좀 더 충실해 냉철해졌다면 전향적으로 협의에 나설 수 있는 문제였지 않았을까? 물론 이념의 차이가 첨예하고, 학계의 역사관을 조율하는 난제가 있으며, 교육계의 세력 다툼과 출판사와 교육 현장의 이해까지 얽혀 있다는 시각도 있는 실정이어서 결론을 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복잡한 난제를 풀어내는 일이 정치의 본질인 만큼 정치권의 치열한 노력이 더 기울여졌어야 했다. 그것이 미래세대를 위한 시대적인 당위라는 점에서 보면 국정화 사태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여당은 법에 따라 국정화를 진행시키면서, 민생 문제와 총선 준비로 활동의 영역을 돌리고 있고, 야당도 당내 문제와 총선 대비로 겨를이 없다. 따라서 국정화 문제를 둘러싼 전선은 다소 소강상태로 접어든 형국이다. 그렇다고 국정화 논쟁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집필진 구성과 집필 과정, 내용에 대한 이견 표출 등에서 첨례한 대립이 예상되며 출판과 채택 과정에서도 큰 홍역이 예상된다. 더구나 진보적인 인사들이 많이 포진한 시.도 교육감들이 어떻게 반발할 지에 따라서 법적인 분쟁도 배제할 수 없다. 어떤 형태의 사태가 벌어지든 사회의 희망인 학생들이 어른들의 치졸한 싸움에 영향을 받지 않고 자유로운 환경에서 올바른 국가관과 역사관으로 쓰여진 양서로 면학할 수 있게 되기를 양식 있는 국민들은 모두 바랄 것이다. <저작권자 ⓒ 세종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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