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
김종우 | 입력 : 2015/10/01 [09:19]
추석연휴의 열기를 식히는 비가 내립니다. 연휴 뒤끝에 내리는 가을비는 유난히 처량하게 느껴집니다. 비 온 뒤끝이 쌀쌀하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가을 비에 얽힌 추억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아마도 잔뜩 주눅들어 움 추린 채 서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안타까워서 처량하게 느껴지는지도 모릅니다. 나의 실존이 얼마나 약한 존재인가를 느끼게 되어 더욱 처량하게 느껴지는지도 모릅니다. 삶이 오직 투쟁이고 싸움의 연속이라면 피곤한 것이 인생입니다. 칭찬보다는 불평과 비판에 익숙하게 살아 왔다면 그 인생도 역시 피곤했던 것 같습니다. 꼭 말을 해야 할 때 침묵했다면 그 인생도 역시 피곤했었던 것 같습니다. 침묵해야 할 때 거친 말을 내 뱉어 괜한 오해와 상처를 입혔다면 그 역시 마찬 가지 입니다. 나를 버리고 새롭게 태어나는 것이 고행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고행은 외롭고 힘들고 어렵습니다. 나를 꾸밈없이 볼 수 있는 것은 나 자신 밖에 없습니다. 고행은 나를 꾸밈없이 볼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합니다. 나를 들여다 볼 때마다 위기의식을 느낀다면 혼자 되는 것이 두렵습니다. 그래서 세상과 타협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위기 일수록 기본적 원칙을 지키고 기초적인 질서를 찾아야 됩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힘들지 않은 사람은 없습니다. 누구든지 서로 다른 형태의 고민을 안고 살고 있습니다. 칭찬에 얽매이면 올바를 길을 갈 수 없습니다. 위험을 두려워해도 올바른 길을 갈 수 없습니다. 남을 지나치게 의식해도 올바른 길을 갈 수 없습니다. 정도와 상식을 벗어나지 않는 삶의 길을 걸으면 어떤 것이던 두렵거나 떨리지 않습니다. 고난 당하고 능멸 당해도 탄식하지 않습니다 이런 것들은 모두 인간 세상에서는 극복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 혹시 고통과 절망감이 가을 비처럼 나를 싸늘하게 식히고 있다면 피하지 말고 그 안으로 들어가 힘을 다해 싸워 봅시다. 새 희망이 우리를 지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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