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남북통일에 대한 언급이 부쩍 늘었다. 광복절 이후 크고 작은 행사와 국무회의 등 정부 회의, 국내외 외빈과의 만남에서 통일은 거의 빠지지 않는 화두가 된다. 관계자들에게 통일준비를 누누히 강조하고 있고, 수석비서관 회의에서는 “내년에라도“라고 언급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의 통일에 관한 언급 중 백미는 중국의 전승절에 참석한 뒤 귀국길에서 항공기에 동승한 기자들에게 ‘앞으로 중국과 통일에 관해 구체적으로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혀 모두를 놀라게 한 것이다. 시진핑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어떻게 더 교감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정황상 진전된 방안들이 개진됐음을 짐작키는 어렵지 않다. 북한은 즉각 외부세력의 간여를 경고하고 나섰고, 미국도 북한의 핵실험 위협에 ‘경제제재 이상의 규제’라는 케리 국무장관의 강수로 소외를 불식하는 간접 효과도 꾀했다. 중국의 향배가 북한의 존립에 결정적이라는 인식에서 나온 반응들이다. 실제로 중국은 목침지뢰 사태 때 경제적 압박과 함께 국경지대에서 군사 이동작전까지 실시해 북한의 강경모드를 돌리게 했다는 평이 유력하다. 물론 미국의 막강한 군사력 시위도 으스스한 위협으로 작용했겠지만 생필품과 유류, 산업원료의 수입까지 중국에 의존하는 북한으로서는 생명줄을 쥐고있는 중국의 중압에 숨이 막히는 듯했을 것이다. 중국이 북한보다 한국에 더 비중을 두는 형세는 한반도 통일에 일대 지형변화를 의미한다. 주변국들의 역학관계와 남북의 내부사정 등으로 당장 지각변동이 일어나지는 어렵겠지만 중국의 선회는 북한의 폐쇄 노선과 핵 위협의 나사를 빼는 격이다. 뒷배 없는 북한의 약화는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 어젠다의 추동력으로 이어진다. ‘평화통일이 핵문제 해결의 궁국적이고 빠른 해결 방법’이라는 박대통령의 언급도 통일 추진에 대한 자신감과 의지에 근거한 판단으로 봐야 한다. 단순히 순서를 바꾼 게 아니라 핵 집착을 꺾기보다 통일에의 길이 더 넓어보인다는, 또는 최소한 동시추진을 하겠다는 뜻이다. 미국 6자 회담 성김 대표도 북한과 대화할 수 있다고 모처럼 빗장을 푸는 듯한 언질을 내놨다. 다음 달에 줄줄이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과 한-미 정상회담, 한-중-일 정상회담에서도 한반도 통일은 주의제가 될 것이다. 박 대통령은 통상적인 외교행사 이상의 의미있는 성과를 기획하고 있음이 틀림없다. 통일은 주변 강국의 동의 없이는 불가하다고 하나 외세의 협조는 변수이지 결코 상수는 아니다. 어떻게든 미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 등을 우호세력으로 삼아 남-북이 뜻을 모아 주체적으로 민족 굴기의 역사를 이룩해야 한다. 통독도 훌륭한 모델이지만 한국적인 형편을 백안시한 모방은 맞지 않는다. 고식적인 인식을 벗고 수백 가지, 수천 가지 변수의 시뮬레이션과 방정식을 통해 상대를 압도하는 묘책을 찾아냄이 앞선 한국의 과제다. 그 중에서 가장 바람직한 구상으로 민족을 영도하는 리더쉽은 빛날 것이다. 평화적인 방법으로 북을 개방시켜 무리없이 통합한다는 큰 그림은 그려져 있다. 북한은 곤궁에 빠져있고 남한은 이미 기선을 잡았다. <저작권자 ⓒ 세종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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