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Undefined index: HTTP_ACCEPT_ENCODING in /home/inswave/ins_news-UTF8-PHP7/sub_read.html on line 3
중국을 보는 눈:세종경제신문
로고

중국을 보는 눈

세종경제신문 | 기사입력 2015/09/12 [22:53]

중국을 보는 눈

세종경제신문 | 입력 : 2015/09/12 [22:53]

“도광양회에서
유소작위로
다시 화평굴기로,
경제굴기를 넘어
이제 군사굴기로
대국굴기를 이룬다" 

장관(壯觀)이었습니다. 과연 대단했습니다. 국영 CCTV에서 전세계에 생중계한 항일전쟁승리 70주년기념 퍼레이드를 본 사람들은 역시 ‘대국’다운 그 스케일에 입을 다물지 못 했습니다. 한마디로 오늘 중국의 국력을 그대로 보여준 지상최대의 군사 쇼였습니다.

1만 2천 명의 무장한 병사들이 하나의 율동으로 기계처럼 움직이는 일사불란한 동작은 마치 시안(西安)의 진시황릉 병마용갱에 도열해 있는 병사들, 6천토용(土俑)이 다시 세상에 나온듯한 착각을 갖게 했습니다.

공중에서는 조기경보통제기, 전략폭격기, 해상초계기, 천투기를 비롯한 200여대의 신형군용기들이 연막을 내뿜으며 베이징 하늘을 수놓았고 지상에는 핵항공모함을 격침시킬 수 있다는 사거리 1천700Km의 항모킬러 둥펑(東風)-21D를 선두로 괌의 미군기지를 타격할 수 있다는 사거리 4천Km의 둥펑-26미사일 등등 40여종 500여개의 최첨단병기들이 위용을 뽐내며 실려 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사거리 1만5천km로 핵탄두 10발을 장착하고 미국 본토까지 날아간다는 전략핵미사일 둥펑-41은 미국의 민감한 반응을 고려해 공개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날 선보인 무기들은 100% 중국산으로 그중 84%는 외부에 처음 공개되는 신무기라고 하니 한마디로 놀라운 광경이었습니다.

‘항일전쟁승리70주년기념일’은 본래는 현 대만정부인 중화민국의 기념일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과거 국공합작(國共合作)시절 공산당의 홍군(紅軍)이 국민당군과 함께 항일투쟁을 벌였다하여 현 중화인민공화국이 지난 해 부터 이날을 기념하고 올해 70주년을 맞아 대대적인 행사를 벌인 것입니다.

시진핑(習近平)주석은 이번 군사퍼레이드로 중국의 군사대국화에 대한 전세계의 눈길을 의식해 “중국은 영원히 패권국가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천명하고 “230만의 중국군 가운데 30만명을 감축한다”고 선언하는가 하면 평화의 상징인  비둘기와 7만개의 풍선을 하늘로 날려 보내는 ‘평화제스처’도 보였습니다.

그런데 이날 중국 전승절을 두고는 말도 많았습니다. 신흥강대국 G2(Group of Two)로 올라 선 중국의 급성장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미국이 이를 못마땅해 하는 바람에 유럽의 여러나라들이 초청에 응하지 않았고 패전국이었던 일본은 당사국으로서 좌불안석의 신경질적인 반응으로 일관했습니다. 그래도 49개국에서 정부대표단을 보냈고 한국 러시아 베트남 캄보디아 카자흐스탄 남아공 이집트 체코 폴란드 아르헨티나 쿠바 등 30개국의 국가원수, 그리고 반기문유엔사무총장이  참석했습니다.

중국이야 당연히 예상을 했을 것인즉 그리 놀랄 일은 아니었겠지만 그들이 목표로 하고있는 ‘군사굴기(軍事崛起)라는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기에 내심 회심의 ‘미소’를 지었을 것이 분명합니다.

중국이 이번 전승절행사를 대대적으로 개최한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1949년 신중국을 건국한 마오쩌둥(毛澤東)주석은 “굴을 깊게 파고, 식량을 비축하며, 패권자라 칭하지 말라”는 교시를 내리고 미국과 소련 두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살아 남기 위한 생존전략을 구사했습니다. 그것이 바로 심알동 광적량 불칭패(深挖洞 廣積糧 不稱覇)입니다.

1980년대 개혁 개방을 추진한 덩샤오핑(鄧小平)은 ‘도광양회(韜光養晦)정책’을 내세웁니다. 이는 ‘칼날의 빛을 칼집에 감추고 어둠속에서 힘을 기른다’는 뜻인데  정체를 밖으로 드러내지 않고 참고 기디린다는 고사성어에서 나온 말입니다. 그 옛날 유비가 조조의 식객(食客)으로 있으면서 자신의 재능을 숨기고 은밀히 힘을 길렀다는 삼국지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덩샤오핑은 대외적으로 불필요한 마찰을 줄이고 내부적으로 국력을 기르는 것을 외교정책의 기본으로 삼고 “앞으로 100년 동안 이 정책을 쓰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이는 당시 서구 열강들에 대항할 만한 국제적 위상을 갖추지 못한 중국의 처지에서 매우 현실적인 방법론이었고  이후 1990년대 고도경제성장을 통해 중국이 오늘 날과 같은 국력을 이루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습니다.

뒤를 이은 장쩌민(江澤民)주석은 1997년 ‘책임대국론’을 제시하면서 “대국으로서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겠다”고 선언합니다. 도광양회에서 벗어나 “필요한 역할은한다”는 유소작위(有所作爲)’로 변신한 것입니다.

그 뒤 후진타오(胡錦濤)주석시기 ‘평화롭게 우뚝 선다’는 화평굴기(和平崛起)가 나오더니 이내 “거리낌 없이 상대를 압박한다”는 ‘돌돌핍인(咄咄逼入)’이라는 대담한 표어가 등장합니다.

2013년 시진핑이 대를 이으면서 중국은 이제 “경제로 우뚝선다”는 ‘경제굴기(經濟崛起)’를 넘어 “군사력으로 우뚝 선다”는 ‘군사굴기(軍事崛起)’를 과시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제 중국은 그들이 자부하는 ‘세계의 중심’이라는 ‘중화사상(中華思想)’, 그대로 ‘대국(大國)’이 되었음을 만천하에 과시하고 있는 것입니다. ‘대국굴기(大國崛起)’인 것입니다.

그렇게 보면 양대 강국 미국과 중국의 싸움은 이미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세계는 이제 전승절 행사를 통해 친미, 친중으로 패가 갈린 것이 확연해 졌습니다. 행사에 참석한 나라의 면면은 모두가 충국과 관계가 깊은 국가들입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번 박근혜대통령이 미국의 불참압력을 뿌리치고 참석한 것은 용기있는 결단이었습니다. 거기다 일본정부의 ‘사대외교’니 뭐니, 재를 뿌리는 망동에도 아랑곳 하지않았으니 말입니다. 중국으로서는 아주 고마웠을 것입니다.

이번 전승절행사를 전후해서 보면 지금 우리나라가 처한 현실은 120여 년 전 구한말 때를 연상케 합니다. 일본, 러시아, 청나라 등 강대국들의 각축속에 온갖 수모와 치욕을 당했던 그 때와 하나도 다를 게 없습니다.

이제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두 강대국 사이에서 앞으로 어떻게 국가이익을 도모하며 버텨 나갈 수 있느냐 입니다. 미국은 70년을 이어 온 전통적인 맹방이고 중국은 이미 이쑤시개까지 사다 쓰는 첫 번 째 교역국인데 과연 이 ‘고래싸움’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 외교’가 어떻게, 언제까지 가능하겠는가, 하는 것입니다. 국제관계에는 ‘영원한 친구도, 영원한 적도 없다’는 게 상식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참으로 민망한  일은 우리 언론들의 작태입니다. 도대체 대통령이 ‘특별오찬’을 했느니, 오른 편에 섰느니, 왼편에 섰느니, 노랑옷이 어울렸느니 하는 그런 유치한 보도 말입니다. 본질과 동 떨어진 그 따위 가십성 기사로 국민을 우롱하는 아부성 행태는 이제는 사라질 때도 되었습니다. 주는 대로 옮겨 쓰는 것도 정도가 있고 몇 일 씩이나 반복 해서 방송하는 것 역시 정도가 있습니다. 그러니 ‘기레기’라는 모욕적인 소리를 듣는 것 입니다. 낯이 뜨거워 하는 말입니다.

  • 도배방지 이미지

포토/영상
이동
메인사진
무제2
  • 썸네일
  • 썸네일
  • 썸네일
  • 썸네일
  • 썸네일
  • 썸네일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