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병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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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병법
  • 김영회 / 언론인
  • 승인 2015.08.31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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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상이요

백번을 이겨도

싸워서 이기는 건

최선이 아니다”

금방 전쟁이 터질 것만 같던 일촉즉발의 긴박했던 남북관계가 양측의 기(氣)싸움 끝에 가까스로 위기를 넘기고 원상으로 돌아 왔습니다.

연 나흘 동안의 피말리는 밤샘협상이 결실을 맺어 합의사항을 도출해 내고나니 “이러다 전쟁 나는거 아닌가”하고 내심 조바심을 보였던 국민들은 일단 안심을 했습니다. 다행입니다. 잘 했습니다.

단순한 사람들은 한번 본때를 보여줘야 하느니, 뭐니, 철없는 소리들을 하기도 했지만 그거야말로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어리석은 생각입니다. 가정이지만 만약 전쟁이 터졌다고 생각을 해봅시다. 그때도 그런 말을 할 수 있을까요. 서로 미사일을 쏘아대면 온 나라가 순식간에 아비규환의 지옥이 될텐데 전쟁을 벌인다? 천부당, 만부당, 안 될 말입니다.

병서(兵書)의 원조(元祖)인 ‘손자병법(孫子兵法)’은 2천500여년 전 중국 춘추시대 오(吳)나라 왕 합려(闔閭)를 섬기던 손무(孫武)가 지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인류의 역사가 전쟁의 역사라고 말하듯 동서양에 수많은 병서가 있지만 ‘손자병법’이야 말로 병서의 고전(古典)중의 고전입니다. 그러기에 역사상 내노라하는 전략가들이 이 병서에서 지혜를 얻었고 그것으로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습니다.

삼국지에서 난세(亂世)의 간웅(奸雄)인 조조가 천하의 명성을 얻은 것은 바로 ‘손자병법’에서 터득한 지식 덕분이었고 오늘 날 전해져 오는 ‘손자병법’ 또한 그가 주석을 달아 요약 편찬한 것이라고 합니다.

전체가 13편 6200여자에 불과한 손자병법은 신출귀몰(神出鬼沒)한 전술을 세세하게 기록한 것이 아니고 큰 틀에서의 전략을 기술한 것이 특징입니다.

전체가 금과옥조(金科玉條)나 다름없지만 그중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을 싸워도 위태롭지않다’(知被知己 百戰不殆), ‘적을 모르고 나를 알면 한번 이기고 한번은 진다’(不知彼而知己 一勝一負), ‘적도 모르고 나도 모르면 싸움마다 반드시 위태롭다’(不知彼不知己 每戰必殆)는 내용은 군사전문가가 아니더라도 한 두 번은 들었을 것입니다. 흔히 지피지기 ‘백전백승’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뜻은 비슷하나 ‘매전불태’의 잘못입니다. 매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뜻입니다.

‘손자병법’은 동서고금에 그 명성이 워낙 유명했기에 임진왜란 때 이순신장군도 이 책을 탐독했다고 하고 프랑스의 영웅 나폴레옹도 이를 읽었다고 합니다. 또 중국의 마오쩌동(毛澤東)이 장제스(蔣介石)를 몰아 내고 1949년 오늘의 중국을 세운 것도 ‘손자병법’을 읽은 결과라는 것입니다. 뿐만아니라 무예를 숭상했던 전국시대 일본에서도 손자병법을 무사들의 필독서로 했다고 합니다.

1970년대 월남전에서 미국이 10년 동안 폭탄을 물 쏟아붓듯 하고도 월맹에 패배한 뒤 손자병법을 놓고 전황을 분석한 결과 패할 수밖에 없는 전술을 쓴 것을 알고 놀랐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손자병법은 과거 전쟁에서만 유용했던 것이 아니고 현대전에서도 여전히 유용할 뿐 아니라 일반사회생활에서도 비법서(秘法書)로 통할 만큼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군 지휘관은 물론 경영자가 되고자 하는 사람, 또 뜻을 가진 젊은이들이 이를 필독서로 삼고 있는 것입니다. 손자병법을 천 번 읽으면 신과 통하는 경지에 이른다는 말이 있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손무는 역설적(逆說的)이게도 싸움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훌륭한 전술(上之上)이라고 역설(力說)합니다. 전쟁에서 이기고 지지 않는 것을 제시하는 병법서에 싸우지 않는 것이 최상의 전술이다? 그것은 백번을 싸워 백번을 이긴다 해도 그 피해는 피할 수 없기 때문에 싸우지 않고 협상을 통해 제압하는 것이 상책(上策)이라는 것이고 성을 공격해 이기는 것은 하지하(下之下)의 전술이라는 것입니다.

그러고 보면 이번 남북대립은 남이나 북이나 손해 보지않은 ‘장사’를 한 것은 아니잖나, 싶습니다. 일단 불은 껐고 두 병사가 부상은 당했지만 확전은 안 시켰으니 말입니다.

국제관계에서 외교는 기브앤드 테이크(Give and Take)입니다. 주고 받는 게 외교의 기본이란 말이지요. 하나를 주고 하나를 받는 1:1의 원칙이 상식이지만 때로는 둘을 주고 하나를 받기도 하고 하나를 주고 둘을 받는 경우도 있는 것이 외교입니다.

남북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협상이라는 게 상대가 있는 것인즉 일방적으로 주기만 하거나 독식을 할 수 있는게 아닙니다. 주고받고, 받고 주고 하는 게 협상의 룰입니다. 그런데 ‘사과’니 ‘유감’이니 글자 몇자 가지고 ‘콩팥논쟁’으로 왈가왈부하다가는 집토끼도 놓치는 우(愚)를 범 할 수 있습니다. 큰 틀에서 크게 보는 안목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비 온 뒤땅이 굳는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아무 일도 없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기왕에 불거진 일, 그런대로 잘 마무리 됐으니 다행입니다.

중요한건 이제 남북이 약속한대로 이산가족 상봉도 하고 관계개선을 위한 고위급회담도 진척시켜나가야 합니다. 민간교류도 재개해 나가고 그렇게 해서 분단의 역사를 자꾸 늘리지 말고 통일의 계기를 만들어야 합니다. 도대체 동아시아의 이 작은 나라가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켜 가며 동족끼리 둘로 갈려 허구한 날 싸우는 모습, 보이지 말아야 합니다. 분단 70년이 자랑이 아닙니다. 정말 부끄럽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건 이번 사태에 대한 국민들의 태도입니다. 금방 전쟁이 터질 분위기인데 전혀 동요하지 않고 차분한 반응을 보였다는 사실 말입니다. 왜, 그랬을까요? 사태를 보는 국민들의 눈이 그만큼 높아진 것일까요?

어쨌든 손자병법대로 이번 사건은 싸우지 않고 흉내만 내고 끝을 냈으니 남이나 북이나 똑같이 이긴 셈이긴 합니다. 그렇다고 ‘윈윈게임’이 된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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