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일본을 극복하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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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일본을 극복하는 길
  • 송장길 / 언론인, 수필가
  • 승인 2015.08.18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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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일본 수상이 전후 70주년 담화에서 집중된 국제시선과 압박에도 불구하고 끝내 침략에 대한 통절한 사과를 삼키고 선임 정권들의 수사적 너울 속에 숨어버렸다. 팽창주의의 피를 받은 그의 태생적 굴레와 국가 쇠락의 조바심을 업은 정치적 기반 탓에 어쩌면 예정된 수순이었을 것이다. 그는 명치유신의 정신적 지주를 신봉하면서 전범이었던 외조부 기시 전 수상의 휘하에서 정치를 배웠으며, 국가적인 정체에 우울한 국민을 엔화절하와 통상국가로의 헌법개정을 기치로 내세워 정치적인 지지세력으로 결집시키지 않았는가.

그렇다고 피해국들은 미국 백악관의 논평처럼 그렇게 쉽게 긍정적으로 양해할 수는 없는 일이다. 과거에 대한 그의 퇴행적인 언사와 군사강국을 향한 막무가내 행보로 봐서도 그 모호성과 간교함, 미래에 대한 우려를 분명히 짚어야 한다. 특히 한국은 위안부 문제의 물밑협상이 진전돼 조만간 타결이 되더라도 아베 정권 아래에서는 독도와 교과서 문제, 신사참배, 재일 교민 문제 등에 심각한 갈등이 뻔한 만큼 단호한 입장을 보여야 한다.

그러나 일본을 극복하는 길은 그들과 논쟁하고, 대치하고, 싸우는 데에만 있지 않다.  대치하고 협상해서 풀리지 않는 불가해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들의 과오와 간교함, 참혹한 침탈, 처참한 희생 등은 웬만해서는 씻기지 않는 민족의 아픈 역사이며, 영토 문제도 한 치도 물러설 수 없는 국제적 권리이다. 그의 말대로 “전쟁과 무관한 국민8할의 세대”에게 왜곡된 역사를 가르치려는 판이니  아무리 목소리를 높여도 쉬이 해결될 성질이 아니다.

한국은 주권국의 자긍심에 손색 없는 입장을 뚜렷하고 정교하게 정리해서 치밀하게 대응하되 더 나아가 보다 높은 차원의 포석을 해야 한다. 일본이 스스로 자세를 가다듬고 접근해 오도록 하는 큰 외교가 필요한 것이다. 그러려면 우선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치의 지형에서 일본에게 한국이 꼭 필요한 존재가 되도록 집중적인 작업을 펴야한다. 필립핀은 미국에게, 대한은 일본에게 통치권을 양해한 테프트-가쓰라 밀약으로 미-일은 재미를 봤지만 이제는 거꾸로 일본이나 미국이 국제관계에서 한국의 협조가 절실할 정도로 국가의 역할을 키워야 한다. 국격에 걸맞는 외교의 약진이 요구되는 것이다.

미국은 중국의 팽창을 의식해 일본을 옆에 두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한국의 역할이 더 중요할 수 있다. 일본은 중국인들의 정서상 중국에 밀착할 수 없지만 한국은 적대감을 이미 희석시키고 경제-문화적 유대를 심화시키고 있으며, 한-중 간의 밀월은 앞으로 더욱 깊어질 것이다. 물론 한-미 관계도 서로의 전략적 필요에 따라 필경 더 증진될 것이고, 미국의 중국전략에 중간적이든, 방어적이든 한국의 비중도 높아질 것이다. 이러한 힘의 역학구도에서 한국은 유리한 입장이 될 것이며, 미국 일변도의 일본에게도 국제사회에서 한국과의 유대가 긴요하도록 격을 뛰어넘는 외교력을 키워나갈 수 있다.

일본은 고도의 선진국이다. 과학-기술의 국제적 평준화 현상 등으로 경제가 퇴락하고는 있지만 GDP로는 세계 3위, 한국의 4배 정도나 된다. 그럼에도 2050년에는 한국이 일본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희망적인 예측이 이어진다. 일본인들은 대체로 협업과 장인정신에 강하고, 한국인들은 도전정신에서 두각을 보인다. 한국과 일본은 멀고도가까워 상호 협력할 여지가  많은 만큼 주고받는 이웃으로 서로 인정하면서, 보완하고 창조해 나가면 언젠가는 일본을 극복하는 길이 꼭 열릴 것이다. 독일과 프랑스가 4번 씩이나 처절한 전쟁을 벌이고도 경쟁과 협력으로 나란히 EU의 지도적 위치를 확고히 하고 있음은 타산지석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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