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완견 사랑과 식량문제
상태바
애완견 사랑과 식량문제
  • 송장길 / 수필가, 칼럼니스트
  • 승인 2015.08.01 11: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샌프란시스코에서 필자 송장길

인류의 시름이 깊다. 과학과 기술의 급격한 발달로 인간성은 기계 속으로 빨려들어가고, 세상은 예민하고 메마르다. 기계들과 공장들이 내뿜는 공해는 사람들이 살아갈 환경을 오염시켜 아직 과학으로도 알 수 없는 입자들까지 대기에서 둥둥 떠돌게 하고, 지구촌 곳곳에서 사막화와 물부족 현상을 불러 재앙의 조짐이라는 경고를 속속 낳았다.

기후변화는 이미 농업용수의 15%와 곡물경작의 20% 를 감소시켰다. 세계인구가 예상대로2030년에 80억 명 이상으로 늘면 곡물부족은 5억 톤에 이를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2050년 인구는 100억 이상이라는데 그때의 식량난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김용 세계은행 총재는 10년 안에 물과 식량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놀라운 일은 곡물 생산량의 55%만이 인간들이 소화하고 나머지는 동물의 사료 등으로 사용된다는 것이다. 그중에서 식용이나 유용한 목적으로 기르는 가축은 제외하더라도 순전히 애완용의 먹이로 소비되는 엄청난 식량은 굶주리는 세계 각지의 호구들을 생각하면 동물애호자라도 가벼이 넘길 일이 아니다.

샌프랜시스코 인근 피드몬트 시에 사는 딸네 집 주변의 쾌적한 환경에 매료돼 두어 달 머무는 동안 가까운 피드몬트 공원을 자주 찾았다. 가파른 산 골짜기를 그대로 보존해 조성한 오래된 공원은 위와 아래에는 어린이 놀이터와 노천극장, 미식 축구장과 정구장, 야구장 등이 자리잡고 있지만, 그 사이의 계곡을 따라 잘 정리된 등산로는한적하고 삽상해 한 시간 정도의 산책 코스로 안성맞춤이다. 레드우드가 까마득한 높이로 줄지어 늘어서 있고, 체리나무와 자작나무 등으로 숲을 이루어 1877년에 마크 트웨인이 다녀갈 정도로 수려하고 고적한 경치를 뽑낸다.

그 산책길에서 맞닥뜨린 불편한 한 현실에 이방인은 사뭇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고급 주택지대 한가운데 위치한 그 좋은 산책 길에 인간의 수보다 개의 수가 늘 더 많은 현상이다.  개를 동반하지 않는 이는 드물고, 한 사람이 두마리, 세마리 씩도 데리고 다니기 때문이다. 부촌인 만큼 비싼 개의 종류와 치장을 탓할 수는 없더라도 개에게 먹일 식량, 개음식 전문점과 비싼 음식재료 등을 떠올리면 머리가 지근거린다. 공원에는 개의 오물처리 시설이 길 모퉁이만 돌면 어김없이 설치돼 있고, 개를 위한 물그릇도 따로 비치돼 있으며, 경찰서에는 애완견 전담 경찰관도 있을 뿐 아니라 인근에 개공원도 있고, 지천에 널린 애완동물업소들은 불경기를 모른다고 알려져 있다. 개 사랑의 미래가 보인다.

세계적으로 개의 숫자는 5억 3천이 넘고, 미국에 7천 3백만, 서유럽 4천 3백만, 인도 3천 2백만, 러시아 1천 2백만 마리 순이다. 애완동물산업 규모는 미국에서만 연간 60억 달러로서 대부분이 식료품 값이다. 식량전쟁은 인간과 개 사이에서도 일까 걱정이다.

애완견은 인간에게 가장 살가로운 동물이고, 기르면서 나누는 정신적인 보상도 물론 상당할 수 있다. 그러나 동물과 놀자고 자식들에게보다 더 투자하거나(2010년 미국 통계), 인간과 나눌 정서를 개에게 너무 뺐긴다든지, 비용 부담이 지나치다면 일종의 낭비로 볼 수밖에 없다. 개에게도 밥값을 하도록 인간들만큼 고달픈 직무를 부여한다면 모를까. (미국 샌프시스코에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