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어떻게 보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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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어떻게 보낼 것인가
  • 송장길 / 수필가, 칼럼니스트
  • 승인 2015.07.02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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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중동호홉기증후군)의 살기가 죽어가고 있다. 사막도, 낙타도, 알라 신의 경전도 먼 엉뚱한 한반도에 잠입해 5천만 공동체를 한 순간에 공황으로 몰고간 메르스 악령은 엄청난 상처를 남기고 태풍 떠나 듯 사라지고 있다. 14세기에 1억의 생명을 앗아간 페스트의 공포를 연상케 하는 메르스 사태는 한 달 반이나 온 나라를 혼미에 빠트린 참으로 어이없는 국가적인 재앙이었다. 관계자들의 안이한 자세가 이렇게 큰 상처를 남길 수 있다는 너무도 비싼 교훈을 던져주고 메르스의 병원체 RNA는 고사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메르스를 어떻게 보낼 것인가? 한숨만을 내쉴 것인가, 관련자를 철저히 문책하고, 방역체계를 물샐틈없이 개선해 놓을 것인가? 그것들만으로는 어림도 없다.

알베르 까뮈가 걸작 [페스트]에서 날카롭게 묘사한 시장과 의사협회장 등 관계자들의 무지와 무성의, 형식적인 대처 등이 한국에서 그대로 재연됐음으로 국민적인 분노가 들끓은 것은 당연하다. 희생자들의 애석함과 관계자들과 의료인들의 노고, 사회적 손실을 떠올리면 슬픔과 분함을 누구라도 가눌 수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분노하지 말자. 분노에 휩싸인 사회는 면역력이 떨어져 또다른 재앙에 노출되기 쉽다. 문제는 병원의 미숙함이나, 보건관계자의 태만, 정부의 무책임, 대통령의 활달하지 못하고 선제적이지 못한 리더쉽만을 탓할 일이 아니다. 더 근본적으로는 국가와 사회의 구석구석에 도사리고 있는 매너리즘과 전향적이지 못한 의식의 문제이다.

한국은 양적으로 크게 성장했고 경제력도 나름 막강해졌다. 그러나 그 풍요를 짜임새있게 운용하고 발전시키는 철저한 직업의식(professionalism)이 더 필요하다. 막스 베버는 직업의식을 종교적 소명으로까지 연결시키지 않았는가. 직업의식의 핵심은 정신이다. 자기의 맡은 일은 끝까지 책임지고 최상으로 해결하려는 결기이다. 보건관계자와 의료기관의 안일했던 자세는 비단 그들만의 나태가 아니었고, 정치와 관계, 모든 조직의 하부에까지 지천에 널린 현실이어서 메르스가 노린 허점이었다.

한국은 선진국으로부터 기술과 노우하우를 물을 빨아드리는 솜처럼 흡수하는 강한 흡입력을 보인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 일본 등이 고도의 현대사회를 발전시킨 엔진 속에 숨어 작용하고 있는 가치, 즉 질서와 규범, 공공성, 존중, 도전과 창의가 폭넓게 자리잡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겉으로만, 또는 계산적으로만 모방한다면 앞으로 닥아올지 모를 위기도 걱정되고, 또 어엿한 선진사회로의 지향은 기대하기 어렵다.

큰 재앙을 겪고나서 오양간을 고치려 한다. 오양간을 고친다고 잃은 소가 돌아올까. 메르스 사태는 한국사회에 분명한 메시지를 던진다. 그것은 무사안일과 책임전가, 이기주의의 매너리즘에서 껍질을 깨고나와 치열한 장인정신과 번득이는 개혁의지 없이는 한국은 또다른 위기에 노출될 수 있다고, 이참에 잃은 소 대신에 더 건강한 사회가 되라고---.

▲ 송장길 / 수필가,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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