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적 액수의 "생계형 방산비리"도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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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적 액수의 "생계형 방산비리"도 있나?
  • 김형배 언론인
  • 승인 2015.06.19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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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구 국방장관이 현재의 방위산업 비리에 대해 ‘생계형 비리’인 듯 발언해 구설에 올랐다. 최근 통영함 비리 등 대규모 방산비리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열린 지난 16일의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정부의 국방담당 국무위원이라는 이가 한 말로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총무가 “방위사업청이 출범한지 10년이 됐는데 방산비리가 줄어들었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묻자 한 장관은 “방사청 개청 전에는 대형 비리가 많았는데 그 이후 생계형 비리가 많아졌다고 본다”면서 “규모면에서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생계형”이라는 엉뚱한 답변을 내놓았다.

이에 대해 국회의원들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국민들은 억장이 다 무너져 내리는데 어떻게 방산 비리를 생계형이라고 할 수 있느냐”면서 저마다 일갈하였다고 한다. 새누리당 정미경 의원은 “통영함 비리로만 1600억원이 그냥 날아갔는데 이 무슨 실언이냐”라고 따지자 그때가서야 “표현이 적절치 않았다”고 사과했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빌미로 부당한 이익을 챙기는 방산 비리는 그 규모와 액수에서 대체로 천문학적인 수준에 이른다. 따라서 그 범죄에 대해서는 지위 고하와 액수의 크고 작음을 떠나 엄히 문책하고 처벌해야 마땅하다. 그럼에도 국방을 책임지는 장관이 이 정도의 안이한 인식을 갖고 부적절한 답변을 하는 것 자체가 우선 안보 측면에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무기와 장비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빚어지는 방산비리에 대해서는 정부 합동수사단이 지속적으로 수사를 왔다. 조사를 통해 최근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범죄사실이 일반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님을 드러냈다. 엄청난 고위층 비리가 밝혀졌기 때문이다.

정옥근 전 해군 참모총장은 선박제조업체인 STX로부터 7억7천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이미 구속 기소되었을 뿐 아니라 장군 영관급 고위장교 다수가 체포돼 수사를 받고 있다. 최근 해상작전헬기 도입과 관련해 김양 전 국가보훈처장까지 수사선상에 올라 현재 범죄혐의에 대한 조사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이런 거액의 뇌물수수사례가 어찌 생계형 뇌물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한 장관의 안이한 변명일색의 답변은 그런 면에서 누가 봐도 참으로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다.

우리 국방부는 1990년대 율곡사업 비리로 전직 국방장관 2명과 전 공군 참모총장, 전 해군 참모총장 등이 대거 연루된 참혹한 전력을 갖고 있다. 그런 쓰디쓴 경험을 겪고도 아직 국방부 장관부터 이런 빗나간 인식을 지니고 있다는 것은 방산비리에 대한 군의 인식이 얼마나 전근대적인가를 오히려 극명하게 보여준다. 방산 비리가 끊이지 않는 구조악의 원인을 고민하기보다 생계형 운운하며 핑계나 일삼는 듯한 국방부의 모습으로는 국민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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