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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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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 김영회 언론인
  • 승인 2015.05.22 15: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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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준 사람은 있는데
받은 사람은 없는
귀신이 곡할 사건.
지금 국민의 시선이
대통령을 향해 있다"

중국 동한(東漢)시대에 양진(楊震 50-124)이라는 깨끗한 인물이 있었습니다. 명문가 태생으로 학덕이 뛰어났으나 벼슬에는 뜻을 두지 않았습니다.

그는 수많은 제자를 길러내 ‘관서(關西)의 공자’라는 존칭을 받을 만큼 인격의 고매함으로 당대의 사표(師表)로 불렸습니다. 그런 그가 나이 50이 넘어서야 주변의 강권에 못 이겨 늦게 벼슬길에 나섭니다.

하지만 그는 자리에서 비롯되는 온갖 유혹으로부터 철저히 자신을 경계했습니다. 어느 때지방의 태수로 임명이 되어 임지로 가는 도중 창읍(昌邑)이란 고장에서 하룻밤을 묵게 됩니다.

그런데 밤늦게 그 지방 현령(縣令)인 왕밀(王密)이 은밀히 찾아옵니다. 왕밀은 과거 양진이 형주자사(荊州刺史)로 있을 때 그의 학식을 높이 사 중용했던 좋은 사람이었습니다. 양진은 양밀을 반갑게 맞이합니다.

이런 저런 안부를 나누던 왕밀은 소매 속에서 무엇인가를 슬그머니 꺼내 앞에 내 놓습니다. 과거 양진이 베풀어준 은혜에 대한 감사의 뜻으로 가져온 금덩이였습니다.

양진은 깜짝 놀랐으나 짐짓 미소를 잃지 않고  분명한 어조로 말합니다. “나는 옛날 그대의 학식과 인격을 기억하네. 하지만 그대는 나를 잊은 것 같군.” “아닙니다. 이건 지난날의 은혜에 보답하려는 저의 성의입니다. 뇌물이 아닙니다.” “아닐세. 지난 날 나에 대한 보답은 공복(公僕)으로서 나라와 백성을 위해 힘을 다하면 족한 것이네.” “태수님. 지금은 한 밤중이고 이 방에는 태수님과 저뿐,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습니다. 받아 주십시오” “허허, 이 사람, 무슨 소리? 천지지지아지자지(天知地知我知子知)라,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내가 알고, 그대가 알지 않는가. 아무도 모르다니….” 양진의 단호한 태도에 왕밀은 크게 부끄러워하며 물러갔습니다.

양진의 ‘넷이 안다’는 사지(四知), 이 한 마디는 후세에 계명(誡命)이 되어 오늘 날에도 뜻있는 많은 이들에게 올바른 마음가짐을 일러주는 금언이 되고 있습니다.

그 옛날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케케묵은 이야기를 새삼 꺼내놓는 이유는 2천년의 시공을 넘은 교훈이 오늘 우리 사회에 여전히 유효하기 까닭입니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회장의 뇌물메모 자살사건은 공교롭게도 박근혜대통령의 ‘부패척결’발언이 있자마자 터진 것이라서 대통령을 또 한 번 곤혹스럽게 만들지 않았나 싶습니다.

전대미문의 정권 실세들이 망라되다 시피 한 이 사건은 그 대상이 모두 대통령의 심복들이라는 점에서 뜨거운 국민적 관심사가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성역없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철저히 뿌리뽑겠다고 공언을 한터이니 검찰이 알아서 조사를 하겠지만 대통령의 오른 팔, 왼팔격인 측근들이 모두 그 대상이 되고 보니 그것 참, 대통령의 입장이 난처하기 짝이 없게 되었습니다.

대통령은 나름대로 열심히 하느라고 하는데 왜, 이런 저런 일이 자꾸만 일어나는지 안타까운 건 국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과거 노무현대통령이 “대통령 못 해 먹겠다”고 푸념을 해서 호된 비판을 받았었는데 말을 안 해서 그렇지 박대통령 역시 “못 해먹겠다” 는 소리가 목까지 올라 올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지 않을까 짐작을 해 봅니다. 그렇게 보면 노대통령은 솔직한 사람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말이 좋아 대통령이지 국가경영이 얼마나 어렵겠습니까. 경제다, 안보다, 외교다, 난제가 산적한 마당에 생각도 안 했던 일이 여기저기서 연주창처럼 잇달아 터지고 호랑이 같은 야당에 수많은 신문,방송들이 경쟁하듯 마구 떠들어 대는 형국이니 누가 대통령을 한들 잘한다 소리를 듣기란 쉽지 않을 것입니다.

게다가 돈 받은 사람들이 모두 야당이었으면 오죽이나 좋으련만 이건 거꾸로 여당일색이니 참으로 난감하기 짝이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대통령의 고민이 바로 거기 있는 것 아닐까요.

뇌물은 반드시 힘이 있는 곳으로 가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정권을 잡으려 하고 힘이 센 자리를 놓고 싸우는 것입니다. 그러다 터진 것이 이번 사건입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돈을 준 사람은 있는데 그 돈을 받았다는 사람은 없는게 이번 사건의 특징입니다. 귀신이 곡할 노릇입니다.

돌아보면 우리 정치권의 부패는 뿌리가 깊고 체질화되어 있습니다. 돈으로 정치를 하다보니 여당이고 야당이고 돈 얘기만 나오면 뒤가 꿀리는 게 현실입니다. 케이크상자가 아니라 아예 차떼기로 돈을 주고 받는 것을 멀지 않은 과거에 모두 보지 않았습니까.

나는 대통령이 갑자기 부패척결을 공언할 때 깜짝 놀랐습니다. 생각은 좋지만 위험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되지 않았습니까. 화살이 부메랑이 되어 대통령에게 가있지 않습니까. 역대 대통령들이 모두 부정부패 척결을 호언했지만 번번이 실패한 것은 그 때문입니다.

이제 공은 검찰이 가지고 있으니 지켜 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보나마나’라는 성급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수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과거부터’니, ‘모든 걸 다 봐야’하느니 야릇한 발언들이 나오고 뭉그적뭉그적 뜸을 들이는 것을 보고 “또 꼼수를 쓰는 구나”하고 지레 짐작을 하는 것입니다. 국민들은 지난 날 그런 블랙코미디를 하도 많이 보아 왔기 때문일 것입니다.

박대통령은 이제 다시 시험대에 섰습니다. 검찰이 사건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달라집니다. 공언대로 성역 없는 실체적 진실을 밝혀 낸다면 국민의 박수를 받을 것이요, 그렇지 않고 조사해 보니 별거 아니더라하고 덮고 만다면 또 한번 국민들을 실망시킬 것입니다.

삼국지에서 제갈공명이 총애하던 장수 마속이 큰 실수를 하자 울면서 목을 친 읍참마속(泣斬馬謖)의 고사가 유명한 것은 지도자는 사심없이 공평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것입니다.

죽은 자는 말이 없고 산 자들은 입이라도 맞춘 듯 하나같이 손사래를 치니 진실을 밝히는게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법 좀 안답시고 증거가 되느니, 안되느니 하는 당사자의 궤변에는 국민이 분노마저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사건의 핵심은 돈을 벋았느냐, 받지 않았느냐 이지 증거가 되느냐, 안되느냐가 아닙니다.

검찰은 수사대상이 아무리 살아있는 권력 이라할 지라도 철저하게 진실을 밝혀내야 합니다. 그것만이 국가와 국민을 위한 길이고 대통령을 위한 길이기도 합니다.

바야흐로 세상은 많이 달라졌고 국민들 또한 옛날 국민이 아닙니다. 적당히 꼬리를 자르고 시나리오를 쓰려하다가는 화를 부른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됩니다. 손바닥으로는 하늘을 가리지 못합니다.

양진의 말마따나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내가알고 그대가 압니다. 잠시 진실을 감출 수는 있어도 영원히 숨길 수는 없습니다.

지금 5천만 국민의 1만개의 눈이 검찰에 쏠려 있습니다. 아니, 그 시선은 검찰이 아니라 대통령에게 향해있다는 말이나 마찬가지 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금 시험대에 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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