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존경의 대상이었던 19세기 러시아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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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존경의 대상이었던 19세기 러시아 의사
  • 이정식 / 언론인
  • 승인 2014.01.15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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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의 데카브리스트 (7)

 의사에 대한 좋은 기억

▲ 시베리아의 자작나무 숲 그림 (김정희 화가)

도스또예프스끼는 몸이 약했던 탓에 유형 생활 중 여러 차례 병원 신세를 졌다. 의사들을 자주 접촉하고 관찰할 기회가 있었을 것이다. 그 때마다 의사들에게 매우 좋은 인상을 받았던 것 같다. 그러니까 19세기 중반 시베리아 유형지에서 만난 벽지의 의사들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러시아 의사’라고 하면 대개 영화 <닥터 지바고>에서 본 의사 지바고의 이미지를 떠올리지 않을까 생각한다. 소설보다는 영화로 더 잘 알려져 있는 파스테르나크 원작의 <닥터 지바고>. 부인을 두고도 남의 여자인 라라에게 마음을 빼앗기지만 의사로서의 그의 모습은 내내 매우 진지하고 성실하다. <닥터 지바고>의 주요 시대적 배경은 러시아 혁명기인 1910년대 후반이다. 즉 20세기인 것이다. 그러면 19세기의 러시아 의사들은 어땠을까?

과거 19세기, 러시아 의사들은 민중들로부터 비교적 존경을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도스또예프스끼가 시베리아 유형생활을 마친 후에 쓴 <죽음의 집의 기록>(1862년 탈고)을 보면 수시로 의사를 칭찬하는 대목이 나온다.

도스또예프스끼는 의사의 아들이다. 그래서 의사에게 특별히 관심이 많았을 수도 있다. 아버지로부터 의사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받았을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무거운 족쇄를 끌고 중노동을 해야 하는 유형생활이라는 극한의 상황 속에서 만난 의사들에 대해 단순히 선입관만으로 그들을 ‘민중의 사랑과 존경의 대상’이라고 표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의사들로부터 늘 따뜻한 인간적인 면모를 느끼지 않았다면 섬세하고 까칠한 성격의 도스또예프스끼가 그의 글에서 그렇게 의사들에 대해 칭찬 일변도의 찬사를 늘어놓지는 않았으리라고 생각된다.
그 때로부터 한세기 반이 더 지난 오늘날의 러시아 의사들에 대한 러시아 국민들의 인식이 어떤지는 알 수 없지만, 도스또예프스끼의 글을 통해 그가 당시 러시아 의사들에 대해 갖고 있던 생각을 들어본다.

▲ 시베리아 지방에 있는 작은 러시아정교회 목조 건물

--- 러시아에서는 많은 의사들이 민중들의 사랑과 존경을 받고 있으며, 내가 알기로는 이는 사실이라는 것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 사실 민중들은 여러 해 동안 중병으로 고통을 받고 있으면서도 의사에게 가거나 병원에 입원하기 보다는, 주술사나 민간요법에 의한 치료(이것을 경시해서는 결코 안된다)를 선호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 말고도 그렇게 하는 이유에는
분명히 중요한 상황적 요소들이 내포되어 있다. 이는 의사와는 상관없이 관료적이며 형식적인 잔재가 남아 있는 모든 것을 불신하는 민중들의 사회적 성향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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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민중은 귀족들이나 병원에 가는 것이며, 의사 역시 귀족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의사들과 친숙해짐에 따라(비록 예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적으로) 이 모든 공포는 어느덧 사라지게 되는데, 내가 보기에 이것은 우리(유형수들)를 담당하고 있는 의사와 같은 젊은 의사들에게 그 공을 돌려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의사들은 민중들에게 사랑과 존경을 받고 있다. 적어도 내가 이에 대해 자신 있게 말하는 것은 여러 지방에서 직접 보고 경험한 바에 의한 것이기 때문이며, 다른 장소에서는 전혀 다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근거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어떤 벽지 의사들은
뇌물을 받기도 하고, 자기의 병원을 악용할 뿐 아니라, 환자를 천시하기도 하며, 의사라는 직분의 본질적인 책임도 망각하고 있을지 모른다. 물론 있을 수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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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들이 더욱 불신하고 적대시 하는 것은 의사가 아니라 의료 행정이라는 점이다. 의사들이 실제 어떤지를 알게 된다면 가지고 있던 편견은 잊게 된다. 병원의 여타 상황이 아직까지 많은 점에서 민중들의 생각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으며, 규정 자체가 민중에게 익숙하지 못하기 때문에 친밀감과 신의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적어도 내가 받은 인상으로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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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담당하는 의사는 대개 모든 환자들 앞에 멈춰 서서, 개개인을 주의 깊게 진찰하고 상태를 물어보기도 하면서 약처방이나 음식을 지시했다. ----- 주임 의사 역시 박애심 많고 청렴한 의사였다. 이 사람도 환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 (주임 의사는) 특히 중병 환자들에게는 신중했으며, 항상 그들을 격려하는 친절하고 진심어린 위안의 말을 하기도 하였다. 이로 인해 그는 모두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준 것이다.
(<죽음의 집의 기록>288-291쪽) (8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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