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해 누적 관객수 2억명. 우리나라 영화산업의 양적 및 질적 성장 재작년에 이어 작년 한 해 우리나라 누적 영화관람객수가 2억명을 돌파하였다. 1700만명 이상의 관객수를 동원하며 역대 최고 흥행 성적을 기록한 명량(2014)을 필두로 국내 영화와 해외 영화를 포함 총 4편이 1000만명 이상의 관객의 선택을 받았다. 이러한 양적 성장 이외에도 주목할만한 점은 다양한 저예산 및 독립∙예술 영화들이 두각을 드러냈다는 점이다. 외국 영화인 그녀(Her, 2014), 비긴 어게인(Begin Again, 2014)뿐만 아니라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2014), 더 테너 리리코 스핀토(The Tenor - Lirico Spinto, 2014), 메밀꽃, 운수 좋은 날, 그리고 봄봄(2014) 등 이른바 ‘다양성 영화’라고 불리는 장르의 영화들이 관객들과 영화 평론가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우리나라 영화 산업은 더욱 다채롭고 풍성하게 발전하고 있다. ● 화려한 겉모습 뒤에 숨은 우리나라 영화산업의 어두운 그림자 그러나 이러한 다양성을 기반으로 한 우리나라 영화산업의 질적 성장은 이른바 ‘영화 수직계열화 현상’으로 인해 제동이 걸리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서 수직계열화라 함은 특정 기업이 어떤 상품이나 서비스의 생산과 판매 및 유통 과정 전체에 관련된 기업을 그 기업 아래에 있는 일련의 ‘계열사’로 갖고 있음을 뜻한다. 따라서 영화산업이 수직계열화 되어있다는 말은 특정 기업이 영화라는 최종재의 직접적인 생산자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그 최종재를 소비자에게 유통하고 홍보하여 판매하는 역할까지 모두 담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2년 10월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CJ CGV㈜와 롯데시네마, 메가박스의 3대 멀티플렉스가 2011년 전국 292개 극장 중 226개를 운영하고 1,974개의 스크린 가운데 1,712개(86.7%)를 소유하고 있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단순히 위의 3대 대기업이 극장과 스크린을 독과점 형태로 분할 소유하고 있다는 것이 아니라 스크린에 상영되는 서비스 상품인 영화를 직접 제작, 투자, 배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 관객들에게 주로 노출되는 영화, 그리고 극장에서 주로 상영되는 영화는 대기업이 투자∙제작한 영화일 수 밖에 없다. 실제로 2014년 개봉된 국내 영화 중 가장 많은 관객수를 동원한 영화인 명량(누적 약 1760만명)과 국제시장(누적 약 1420만명)은 CJ엔터테인먼트가 배급을 담당하였고, 해적: 바다로 간 산적(누적 약 860만명)의 배급은 롯데엔터테인먼트의 몫이었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이와 같은 영화산업의 구조 내에서는 작품성이 있는 영화라고 하더라도 중소 영화제작 및 배급사를 통해 완성환 영화들은 관객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기회조차 거의 사라지게 된다. 물론 대기업의 배급을 통해 관객들의 선택을 받은 영화들의 작품성과 대중성을 폄하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문제는 독과점 형태의 스크린 운영이 아니었다면 관객이 누릴 수 있는 다양한 예술문화에 대한 접근성이 줄어드는 것이다. 독과점 기업의 이해관계에 부합하는 영화를 설득력 있는 이유 없이 그렇지 않은 영화에 비해 장기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관객들에게 노출시키는 것은 분명히 독과점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불균형과 불공정함이라고 말할 수 있다. ● 심각한 독과점의 영화산업 시장, 다양성과 공존할 수 있는 돌파구는? 이런 흐름 속에서 2014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프랑스 툴루즈제1대학교 장 티롤(Jean Tirole) 교수가 선정된 점은 흥미롭다. 장 티롤 교수는 독과점 규제이론과 게임이론의 전문가인데, 소수의 기업이 시장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독과점 시장에 대한 현대적인 방법의 규제이론을 제시한 공로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하였다. 티롤 교수는 “오늘날 많은 산업이 소수 혹은 유일한 대기업의 독과점 아래 있다. 아무런 규제 없이 이러한 상황을 방치한다면, 시장은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러한 티롤 교수의 지적은 오늘날 우리나라 영화산업의 현 실태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전통적인 독과점 규제는 일반적으로 가격상한선 설정과 담합 금지 등과 같은 단순하고 일반적인 정책을 그 골자로 하였다. 그렇지만 티롤 교수에 따르면 이러한 규제는 특정한 조건 하에서는 효과가 있지만 그렇지 않은 조건 하에서는 효과보다 오히려 부작용이 발생한다는 것을 이론적으로 증명하였다. 따라서 티롤 교수는 독과점의 규제는 일반적인 원칙에 의한 규제가 아니라 다양한 산업 환경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나라의 영화산업도 마찬가지이다. 이미 독과점 상황이 심각한 영화산업에 있어서 영화관람료의 가격상한선을 매긴다든지, CJ엔터테인먼트∙롯데엔터테인먼트∙메가박스 등 대기업의 답함을 규제하는 행위로는 다양성 영화의 성장 촉진을 이뤄낼 수 없다. 따라서 영화 시장 혹은 영화 산업이라는 특수성뿐만 아니라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서열관계가 분명한 우리나라의 기업구조의 특수성까지 다방면을 고려한 맞춤형 규제가 필요하다. 그 구체적인 규제 내용으로서 현재 시급한 것은 영화상영관의 공정하고 투명한 스크린 수 배정, 제작∙배급사와 극장 간의 합리적인 수익률 배분 등을 들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중소 영화제작사와 대형 영화제작사 간의 불공평한 경쟁을 해소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강제적인 조치도 필수적이다. 이를 통해서 우리나라 영화산업은 오락성과 대중성 일변도의 스크린이 아니라 다양한 소비자의 수요와 관심을 충족할 수 있는 스크린을 관객들에게 선보일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세종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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