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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전령(1) - 매화와 산수유:세종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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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전령(1) - 매화와 산수유

이정식 / 언론인 | 기사입력 2015/02/28 [11:01]

봄의 전령(1) - 매화와 산수유

이정식 / 언론인 | 입력 : 2015/02/28 [11:01]
 

광양시 매화마을을 찾은 상춘객들

4월은 잔인한 달

‘4월은 가장 잔인한 달’(April is the cruellest month).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영국의 유명한 시인 T. S. 엘리엇(1888-1965)이 쓴 시의 한 구절이다. 4월의 비극적인 역사적 사건들을 종종 이 싯귀에 빗대어 이야기하는데, 역사적 사건만 갖고 보면 어찌 4월만 잔인하겠는가? 그러나 4월이 오면 사람들은 언제나 이 독특한 싯귀를 곧잘 떠올린다. 4월을 상징하는 말처럼.

이 싯귀는 엘리엇의 유명한 시집 ‘황무지’의 ‘죽은 자의 매장’이라는 기다란 시의 맨 앞에 나온다.

 

죽은 자의 매장

T. S. 엘리엇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다

잘 잊게 해주는 눈으로 대지를 덮고

마른 구근으로 약간의 목숨을 대어 주었다.

-------

<황무지, 황동규 옮김. 민음사, 1995>

 

T. S. 엘리엇은 미국 미조리주 세인트루이스에서 태어나 후에 영국으로 국적을 옮긴다. 조상은 원래 미국으로 이민간 영국사람이었다. 다시 그의 선조들의 땅인 영국으로 돌아간 셈이다.

4월의 잔인함이란 대체 무엇일까? 이 시는 제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은 1922년에 발표되었다. 산업화와 전쟁으로 황폐해진 인간의 모습을 그린 시라고 한다. ‘잔인한 달’이라는 구절에 대해 흔히들 ‘망각과 무지속에 안주하고 싶은 인간에게 봄은 새 생명의 움틈과 같은 새로운 자각을 요구한다, 그러므로 인간에게 봄은 가장 잔인한 계절이다’라고 해석한다. 그런가 하면, ‘약하디 약한 생명들이 겨우내 얼었던 땅을 뚫고 세상에 나오는 것을 작가가 ’잔인하다’고 표현했다는 해석도 있다. 위대한 시인의 언어를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나무도 곰이나 개구리, 뱀처럼 겨울에는 동면을 한다. 수액이 흐르면 몸체가 얼기 때문이다. 봄이 되어 날이 풀리면 비로소 물이 돌기 시작한다. 동면하던 몸체에 뿌리로부터 수액이 올라오고 꽃을 피울 때 나무도 산고(産苦)를 느낄까? 그래서 잔인하다고 한 것일까?

이 잔인한 달 4월에 우리는 꽃 구경을 나간다. 4월의 꽃 구경이라면 단연 벚꽃이다. 진해 군항제의 벚꽃 축제를 시작으로 청주 무심천변으로, 서울의 여의도로, 벚꽃 소식은 빠른 속도로 전국으로 퍼지며 상춘객들을 들뜨게 한다.

그러나 사실 봄 소식을 가장 먼저 알리는 전령은 매화(梅花)다. 남녘에서 3월 중순부터 서서히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 꽃은 대개 희거나 연분홍 빛이다. 짙은 분홍빛 매화도 있다. 매화는 ‘고결한 기품’의 상징이다. 지난 2011년엔 구제역 파동으로 전남 광양의 매화축제가 공식적으로는 취소되었지만, 매화를 감상하려는 인파는 여전했다. 그 다음해인 2012년에는 <광양국제매화문화축제>(3월17-25일)란 이름으로 판을 더 키웠다. 때때로 꽃샘추위 때문에 매화의 만개일이 축제기간보다 늦어져 축제란 말이 무색해질 때도 있다. 올해는 어떨지 모르겠다.

며칠 이르고 더디고 하는 차이는 있지만 섬진강을 내려다 보는 광양시 다압면 섬진마을(매화마을)은 3월 하순이면 하얀 매화에 뒤덮여 절경을 이룬다. 그야말로 눈꽃 마을이 되는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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