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Undefined index: HTTP_ACCEPT_ENCODING in /home/inswave/ins_news-UTF8-PHP7/sub_read.html on line 3
입과 주둥이:세종경제신문
로고

입과 주둥이

김종우 | 기사입력 2015/02/25 [20:10]

입과 주둥이

김종우 | 입력 : 2015/02/25 [20:10]

얼마 전 미식가 친구의 안내로 닭백숙을 먹으러 갔었습니다.
동대문시장 안에 있는 음식점인데 허름해 보여도 닭백숙으로 꽤나 유명한가 봅니다.
외국인 관광객도 많이 눈에 띄었던 것을 보면 말입니다.
요리는 그냥 맑은 물에 생 닭을 넣어 끓인 뒤 소스를 찍어 먹는 아주 단순한
것이었습니다.
“닭을 소스에 찍어 먹는 사람의 입은 주둥이고 소스를 안치고 그대로 먹는
사람의 입이 정말 입이야”
그 친구는 그러면서 소스를 치지 않고 먹기를 나에게 권했습니다.
“소스를 치면 담백한 맛이 없어져~ 입은 담백함을 즐길 줄 아는 사람한테만 있는 거야~” 
그 친구의 말이 무슨 뜻인지도 잘 모른 채 그가 권하는 대로 먹었습니다.
개운한 뒷맛이 여운으로 오래 남았던 것이 기억납니다.
입은 음식을 먹거나 소리를 내는 기관입니다.
그리고 주둥이는 입을 속되게 표현한 말이지요.
입은 담백한 맛을 찾고 주둥이는 덧칠해진 맛을 찾는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습니다.
음식만이 아니라 매사 다 그런 것 같습니다.
주둥이만 살아 있는 사람은 덧칠한 탓에 말에 신뢰성이 없습니다.
주둥이를 가진 자는 자기 합리화를 위해 계속 나불거립니다.
두려움 때문에 계속 나불거립니다.
두려움이 생겨나면 두려움에 대한 두려움이 더 두렵습니다.
어찌 보면 이 같은 두려움은 오히려 인간적인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두려움이 없으면 오만 불손해지기 때문입니다.
두려움이 없으면 위험의 입 속을 수시로 드나들기 때문입니다.
불확실한 미래를 보며 살고 있는 우리는 그래서 늘 두려움의 울타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말이면 다 말이 아니듯 입과 주둥이의 차이를 이제는 좀 알 듯 합니다.
그러고 보니 각계 각층, 여기 저기서 말에 소스를 바르며 덧칠하고 있는 자가
너무 많은 것 같습니다.
주둥이가 너무 많은 것 같습니다.

  • 도배방지 이미지

포토/영상
이동
메인사진
무제2
  • 썸네일
  • 썸네일
  • 썸네일
  • 썸네일
  • 썸네일
  • 썸네일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