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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계와 아름다운 납세:세종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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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계와 아름다운 납세

송장길 / 수필가,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15/01/02 [15:06]

종교계와 아름다운 납세

송장길 / 수필가, 칼럼니스트 | 입력 : 2015/01/02 [15:06]

종교계 일부의 납세저항으로 종교인 과세가 내년으로 또 미뤄진 것은 당사자 모두가  비난받을 일이다. 궁색한 이유로 국민 개세원칙을 깨는 이기심은 종교계에 오명을 입혔으며, 그에 굴복한 정치권, 정치권을 움직이지 못한 정부, 한심한 사태를 보고만 있는 국민 모두의 불찰이다.                                                                                                                                           국민의 다수(70% 이상)와 천주교와 불교 등 종교계의 대부분도 과세를 찬성하지만, 개신교 일부에서 반대의 목소리를 높여서 2006년부터 추진돼온 정부의 징세방침이 다시 벽에 부딪친 것이다. 반대론자들은 성직이 봉사이지 노동이 아니고, 납세한 재화의 헌금에 과세하면 2중과세라는 논리를 펴지만 봉사의 대가도 정기적인 수입이면 세금을 내야되고, 납세한 재화를 획득해도 그 또한 수입이다. 납세에 인색하다는 것은 곧 자신들과 자녀들, 이웃들의 생활을 가능케 하고, 원활하게 하는 기초를 경시하는, 양식이 의심스러운 짓이다.           

궁색한 논리보다 더 실망스러운 것은 성직자들의 정신이다. 성직자는 영혼의 지도자며, 교회는 영혼을 구원받기 위해 모인 “그리스도의 몸”이라고 믿는 곳이다. 세속화 되면 존재이유가 희박해지고 빛을 잃는다. 그런 성직자들과 교회가 공동체를 위해 쓰일 징세를 거부한다는 것은 이유를 막론하고 적은 물욕에 매달려 스스로 설 명분을 저버리는 꼴이다. 더구나 지금 한국사회는 사회-경제적으로 변혁을 이루어야 하는 상황이다.

공무원과 군인, 사학연금 등의 일대 개혁이 다수 국민들의 찬성에도 불구하고 당사자들의 저항에 부딪쳐 있다. 이런 싯점에서 많은 천주교와 불교, 그리고 개신교들은 이미 자진납부를 하고 있으며, 영세교회 등 70% 이상이 면세되는 현실 아래에서 개세원칙의 법체계를 거스르는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결코 성스럽지도 않고, 오래 버틸 수도 없다.              

종교는 어지럽게 오염되는 사회를 정화시켜왔고, 건전하게 하는 데 기여해왔다. 또 국가나 공동체가 시련에 부딪혔을 때 종교지도자들이 분연히 일어나 몸바쳐 헌신했음을 역사는 일깨운다. 한국역사에서도 외침을 당했을 때 의병들이 그랬고, 독립투사들이 그랬고, 민주화 과정에서도 종교계의 역할이 적지 않았다. 세속적인 욕심이나 계산적인 자세로는 결코 나설 수 없는 고귀한 족적이다.                                                                                                  

오늘날에는 종교계에 대해 자정과 성찰이 필요하다는 소리가 높다. 지나치게 세속화됐다는 빈축도 사고 있다. 한국사회가 분열과 갈등을 겪고 있는데 대해서, 또 사회의 의식이 개인이건, 집단이건 이기주의에 빠져있고 사랑과 화합의 결핍을 보이고 있는 데 대해서도 종교의 역할이 미진했다는 시각도 있다. 국민의 과반 이상이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한국의 종교계 지도자들이 양떼들을 사랑과 진실, 헌신의 영혼으로 인도하거나, 사바의 세계를 부처의 깨달음으로 인도하는 사명에 충실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신도들은 존경받는 지도자를 따른다. 지도자가 사회의 엄연한 법체계를 무시하면 그 공동체는 어디로 가겠는가? 급여가 아니고 기타수입으로 분류해서 4.4%의 세율을 메기는 정부의 종교인에 대한 과세 조정안도 어처구니 없이 종교계의 눈치를 보는 새누리당의 반대로  1년 동안 동면에 들어갔다.  2016년부터 시작되는 총선 분위기로 자칫하면 아주 멀어져버릴 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종교계도, 정치계도, 정부도 개혁의 기회를 놓칠 수 있다. 재물을 뺏기지 않으려는 성직자들과 그 돈으로 표를 사겠다는 정치인들의 합작은 역사에 오점으로 남을 것이다.

가장 아름다운 해결책은 종교계 스스로 의견을 모아 자진해서 납세를 이행하는 방법이다. 아니면 최소한 정부와의 협의를 거쳐 꼭 입법이 아니라도 납세의무를 이행할 수 있도록 방안을 찾는 길이다. 어느 방법이든 종교계는 늦었더라도 명예를 회복해야 한다. 그래야 혼란한 영혼들은 평화로운 구원의 길로 인도될 것이다.

▲ 송장길, 수필가 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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