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부터 사회적 기업과 함께 협동조합의 붐이 크게 일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원해주는 인건비 보조 혜택도 쏠쏠한 편이거니와, 극심한 취업난 속에서 나름 출구 전략을 모색 중인 젊은이들의 선택을 받은 탓이 적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협동조합에서 활동한다는 자부심에 사회적 평판도 그다지 나쁘지 않고 사회 진출의 모양새도 적절히 갖춘 만큼 취업 출구 전략으로 인정받을 만했다는 증거로 보인다. 협동조합 운동은 원래 쌩시몽(1760~1825)과 푸리에(1772~1837) 등 19세기 초 프랑스 사회주의자들의 상상력에 의해 시작되었다. 이들 사상가는 공동체 구성원들로 하여금 다 함께 노동에 참여하게 해 노동의 결과물인 생산물을 똑같이 분배하는 방식으로 협동조합과 같은 공동체를 운영하려고 하였다. 그들은 그 규모와 범위를 점차 넓혀 가게 되면 장차 미래 세상은 인간이 훨씬 살기 좋을 곳이 될 것이라는 장밋빛 꿈을 꾸고 또 이를 실천에 옮겼던 것이다. 여러 요인 탓으로 성공을 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인간사회의 이상향 만들기가 한때의 헛된 몽상에서 나온 것은 결코 아니었다. 인류의 공동체 구현과 자유로의 욕구는 원래 그 뿌리가 깊고도 길다. 어떡하면 국가와 지배집단의 부당한 착취와 간섭을 받지 않으면서도 공동체 번영을 구가할 방법은 없을까 하고 그런 모색을 하는 것은 인류의 오랜 로망에서 비롯된 것이다. 실제로 공동체 번영 사례도 역사 속에서 얼마든지 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중세와 근대 초기에 걸친 이탈리아 도시들의 찬란했던 융성 사례가 그것이다. 밀라노와 베네치아, 피렌체 등 자유도시의 성공 케이스를 실증적으로 연구한 사람은 러시아 사상가이자 혁명가인 피요트르 크로포트킨(1842~1921)이었다. 그는 로마제국 멸망 이후 오랜 동안 국가로 존재조차 못했던 이탈리아 지역의 독립 도시들이 어떻게 번영을 누렸는지에 주목했다. 아나키스트들이 지금까지 경전으로 삼고 있는 그의 대표작 <상호부조론(Mutual Aid)>은 자본주의자와 공산주의자들이 똑같이 당연시하는 국가 존재의 필연성을 역사적 실증 연구로 낱낱이 반박했다. 번영의 원동력은 바로 길드와 같은 협동조합에서 나왔다는 역사적 사실을 그는 논증해 사상계의 인정을 받았다. 현대에 들어서도 그 성공 사례 찾기가 어렵지는 않다. 스페인 바스크 주의 몬드라곤 자치시에 있는 몬드라곤 협동조합기업(Mondragon Cooperative Corp.: MCC)은 현재 스페인 재계 순위 10위 안에 대기업군으로 성장했다. 1940년대 작은 기술학교로 시작했던 이 조합은 2008년 세계금융위기 때에도 다른 기업들과 달리 종업원을 감원하기는 커녕 오히려 채용 인원을 더 늘려 세상을 놀라게 하고 사람들의 부러움도 샀다. 협동과 소통, 공감이 MCC 번영의 동력이다. 인류의 자유를 향한 무한 욕구는 이처럼 역사에서 늘 숨 쉬고 있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성공은 단번의 시도로 쉽게 이뤄지지는 않는 법이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이니까. 여러 사람이 간절히 한 꿈을 꾸게 되면 언젠가는 그 꿈을 이룰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이 말을 협동조합을 시작하는 청춘들에게 전하고 싶다. <저작권자 ⓒ 세종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